중 당국, 세부사항 미등록 이유로 착륙허가 안해
오클랜드 출발해 상하이로 향하다가 회항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뉴질랜드 국적 여객기가 중국 상하이(上海)로 향하던 중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해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70여명의 승객을 태운 에어뉴질랜드 항공기 NZ289편은 지난 9일 밤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향했지만, 비행 4시간쯤 후 돌연 회항해 10일 오전 오클랜드에 착륙했다.
항공사 측은 회항 이유에 대해 "중국 당국에 여객기 착륙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등록하지 않았다"며 자사의 실수라고 설명하고, 승객들에게 사과했다. 해당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다른 항공기편으로 11일 상하이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행정상의 문제"라며 정치적 관련성을 부인했다.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입국하는 항공기는 당국에 등록이 돼야 하지만, 문제가 된 여객기는 행정상의 필요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에어뉴질랜드의 책임이며, 중국 측의 실수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행정상의 문제를 양국 관계 문제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아직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WP는 뉴질랜드와 중국 간 관계는 최근 몇 달 새 악화했다며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양국 간 외교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11월 5G 네트워크 구축에 중국 화웨이 제품 사용을 배제하며 미국 정부의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했다. 이보다 앞서 같은해 6월에는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지역의 안정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해 중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초 뉴질랜드는 2008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등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구축해왔으나, 2017년 10월 아던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뉴질랜드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와 함께 중국의 사이버 공격 및 불법 정보수집 가능성에 대응하는 '파이브아이즈(Five Eyes)'라는 첩보 동맹을 맺고 있으며, 중국이 견제하는 일본과도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아던 총리는 중국 정부의 초청에도 불구, 집권 이후 지금껏 중국도 방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뉴질랜드 여객기 회항 사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방문 초청을 받았다. 방문 날짜를 잡기만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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