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어 12월에도 행사 하루 전 취소
실패 경험삼아 노사 절충안 만들어 최종 합의
【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던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이 '2전 3기'만에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31일 오후 2시30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열린 광주시와 현대차의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12월6일 예정됐던 협약식이 무산된 지 56일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에도 대통령이 참석키로 했다가 최종 합의가 불발됐던 터라 이날 협약식 참석은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6월19일. 광주시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장현 광주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 현대차 노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같은 장소에서 투자협약서에 최종 조인할 예정이었다.
시와 현대차 간 투자자 협약에 정부가 보증하고, 지역 노동계와 경제계는 부수협약문에 서명하는 식이었다.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임금을 대폭 낮춰 그 여윳돈으로 새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광주형 일자리의 첫 성과와 비전을 공식 선포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러나 당시 행사는 하루 전 전격 취소됐다. 조인식 8일 전, 광주시가 지역 경제계 일부 인사들에게 보안각서까지 쓰도록 한 뒤 검토를 의뢰한 현대차와의 협약내용이 당초 예상보다 후퇴한 데다 임단협 다년간 유예 등 독소조항까지 포함된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가 발칵 뒤집혔다.
협상 과정에 노동계는 배제됐고, 협의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 또한 생략됐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한 청와대는 일자리비서관을 광주로 급파해 동향을 살핀 뒤 부랴부랴 대통령 참석 행사를 취소했다.
한동안 냉각기를 거치던 협상은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 노동계의 협상권 위임 등 대승적 결단에 힘입어 어렵사리 광주시와 현대차가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6일 시청 1층 로비(시민숲)에서 정·관·재개 인사와 노동계, 시 협상단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투자를 골자로 한 광주형 일자리 협약서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도 하루 전인 5일 오후 7시께 전격 취소됐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최종안으로 제시한 3가지 수정안에 대해 현대차가 공식 거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와 현대차가 실랑이를 벌인 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사실상 5년 간 유예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볼 여지가 있는 노사상생발전 협약서 제1조 2항이다. 5년 동안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임금을 인상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노동계가 반발했고 광주시는 신설법인이 누적 3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때까지 상생협의회가 이를 결정하자는 방안을 다시 내놓았다.
연산 10만대 수준으로 공장을 가동할 경우 3년6개월, 7만대일 경우 5년간 단체협약을 유예할 수 있는 조항이다. 노조 설립도 자연스레 금지된다.
이런 제안은 '유연한 카드'로 인식돼 현대차의 투자를 이끌어냈지만 노동계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한미 FTA 위반, 노동 3권 프리존을 만드는 독소조항이다", "폐기되지 않으면 ILO(국제노동기구)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거센 저항이 쏟아졌다.
노사간 절충점을 찾는데 실패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수정안을 통해 현대차에 다시 공을 넘겼고 현대차는 당초 제안한 안에서 후퇴할 조짐을 보이자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조인식은 행사 전날 '없던 일'이 됐다.
두 번의 쓰라린 경험을 한 광주시는 이용섭 시장이 협상단장을 맡아 현대차와 노동계를 다시 설득했다.
이번에는 임단협 유예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도출했다. 임단협 유예기간으로 볼 수 있는 노사상생발전 협약서 제1조 2항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경영 정상화나 차입금 완납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시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유예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노사 대화합의 결과물로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은 많은 일자리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역사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며 "노동자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를, 투자자에게는 적정 수익을 보장해 노동이 존중받고 기업이 수익을 얻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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