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FOMC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 완화적"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감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국은행도 한시름 놓게 됐다. 역전된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압박을 덜게 된 한은이 경기 흐름을 좀 더 살펴보면서 상당기간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지난 29~30일(현지시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FOMC) 결과를 놓고 예상보다 더 완화적인 수준으로 사실상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재의 연 2.25~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성명서에서 '점진적인 추가 금리인상'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나아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인내심을 갖겠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긴축에서 완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생각했던 것에 비해 통화정책의 스탠스가 좀 더 도비시(완화적)이었다"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통화정책에 여력이 생긴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제로 금리' 시대의 막을 내린 미 연준은 지난해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3월과 6월, 9월, 12월 등 모두 4차례 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금리인상 가속페달을 밟자 한은도 지난 2017년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탄탄한 성장세가 뒷받쳐주던 미국과는 달리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며 금리를 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여건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017년 11월과 이듬해 11월에 걸쳐 2차례의 금리인상만 단행했고, 현재는 연 1.7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인상 속도차로 지난해 3월 역전된 한·미 금리차는 0.75%p까지 벌어진 상태다.
여기서 연준이 속도를 냈다면 한은은 추가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상황이었다.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질 수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차 역전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1%p 정도로 여기고 있다. 한은으로서는 금리차 확대를 코 앞에 두고 한 숨 돌리게 된 셈이다.
때문에 한은이 당분간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연초 반도체 수출 둔화 등 경기가 불안하게 흐르고 있는데다 연준의 기조 변화로 금리인상 명분이 크게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 요인이 덜어졌다는 점은 한은의 완화정책 기조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닌 만큼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의 타결 가능성 등이 남아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9월을 전후로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0월 정도에는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아직 종료됐다고 보기 어렵고 금융불균형 완화 차원에서 금리인상 주장 의견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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