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귀환…2030 부모들 "애들 걱정, 나도 걱정" 겹고민

기사등록 2019/01/24 09:09:01

전국 확진자 35명…4세 미만 16명 가장 많아

나머지 20대~30대가 총 17명으로 과반 차지

"2030대 주사 맞나요" 온라인 커뮤니티 문의

영유아 자녀들에 감염이라도 될까 전전긍긍

2030 유행 이유 분분…"접종 미비, 항체 약화"

"평년보다 '다소많음'…추가접종 필수적 아냐"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 전국적으로 홍역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3일 오후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 앞에 홍역 증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19.01.23.foodwork23@newsis.com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 전국적으로 홍역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3일 오후 대전 서구 건양대학교병원 앞에 홍역 증상 안내문이 붙어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84년생 맘인데, 저랑 아기 홍역 주사 맞아야 하나요?"

홍역이 기승을 부리면서 영·유아를 둔 엄마들 중에서도 20~30대 엄마들의 우려가 특히 크다. 자녀와 함께 자신들도 '취약군'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국 홍역 확진자는 35명이다. 연령별로는 16명으로 가장 많은 만 4세 이하를 제외하고는 20~30대가 가장 많다. 20대가 11명, 30대가 6명이다. 이외 40대가 2명이다. 여기에 성남시 3개 보건소에 신고된 홍역 의심환자는 5명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부모들이 이용하는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영유아 자녀를 둔 20~30대 엄마들의 홍역 주사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자녀 감염 걱정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게시글에서는 "20, 30대 맘님들 홍역 주사 맞으시나요?"라며 "어제 아이 MMR 주사를 맞고 왔는데 오늘 뉴스를 보니 20대와 30대가 많이 걸린다고 한다. (맞으신 분들은) 남편 등 가족과 함께 다같이 맞았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이용자도 "1997년 이전 출생자들은 1차 접종만 했다고 한다"며 "아이들 있는 집은 엄마도 접종하라는데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궁금해했다.

20대~30대가 홍역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번 감염자 중 20~30대 비율이 높은 것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홍역에 감염된 영유아의 부모가 해당 나이대이기도 하고 이들을 1차 처치한 의료진의 연령대도 대체적으로 20~30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헀다.

김탁 순천향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홍역 항체가 생기려면 두 차례에 걸친 예방접종이 필요한데 2차 접종이 시작된 것이 1997년"이라며 "한 차례 접종만 했던 1983년생부터 1996년생이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체가 형성됐지만 자연적으로 정도가 약화됐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1967년 이전 생들의 경우에는 홍역이 빈발했던 시기에 자라 '자연면역' 능력이 있지만 이후 태어난 이들의 경우에는 홍역이 사그라 들었을 때 태어나 항체가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0~30대의 추가 접종이 당장 필수적이진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홍역 확진자 수가 평년에 비해 다소 많기는 하지만 '대유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시흥=뉴시스】추상철 기자 = 지난 15일 오전 경기 시흥시 시흥보건소에서 홍역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9.01.15.  scchoo@newsis.com
【시흥=뉴시스】추상철 기자 = 지난 15일 오전 경기 시흥시 시흥보건소에서 홍역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2019.01.15.  [email protected]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매년 홍역 확진자가 20~30명씩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가 특히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럽이나 동남아지역에서 수천명씩 발생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또한 "2000년~2001년 대규모 홍역 유행이 일었을 때 국가적으로 홍역퇴치사업을 추진했다"며 "2001년 이후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이들은 모두 MMR 예방접종을 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도 "의료기관이나 어린이집 같은 관련 업무 종사자들에 대한 홍역 항체 검사와 추가 접종은 고려돼야 한다"면서도 "20~30대의 추가 접종을 국가적으로 권유하는 것은 좀 더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역은 항체가 없는 경우 감염률이 높고 특히 소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예 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2차 접종을 남겨둔 영유아 자녀 부모들이 접종 연령보다 더 이른 '가속접종'을 하고 싶어하는 이유다.

현재 홍역 예방접종은 생후 12~15개월에 1차, 만 4~6세에 2차 등 두 차례에 걸쳐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지난 23일 만난 서울의 한 보건소 예방접종실 관계자는 "내원 수가 많지는 않지만 2~3일 전부터 전화 문의가 하루에 8통 정도는 오는 것 같다"며 "보통은 '아직 (아이) 접종 시기가 안 됐는데 일찍 맞으면 안 되겠느냐'는 식의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홍역 유행지역을 제외하고는 MMR 접종 일정을 당겨서 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현재 국내 홍역 유행지역은 대구와 경북 경산, 경기도 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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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 귀환…2030 부모들 "애들 걱정, 나도 걱정" 겹고민

기사등록 2019/01/24 09:09:0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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