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소득세율 대폭 인상해야"…美경제학자,NYT 칼럼서 주장

기사등록 2019/01/23 10:03:02

"1980대까지 미 최고 소득세율 평균 78%"

"과두정치·금권정치로 전락하는 것 막아야"

【워싱턴=AP/뉴시스】 미국 민주당의 떠오르는 샛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 연방하원의원이 2일 하원에서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 중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2019.01.10.
【워싱턴=AP/뉴시스】 미국 민주당의 떠오르는 샛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29) 연방하원의원이 2일 하원에서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 중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2019.01.10.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29) 민주당 의원이 최근 미국 정가에 핫이슈가 되고 있다. 여러 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주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최고 소득세율을 70%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례적으로 초선 하원의원의 주장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빈부 격차가 심해짐에 따라 갈수록 분열이 심해진 미국 사회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제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자신들이 표방하는 입장에 따라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을 지지하거나 비난하고 있지만 무시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 진보 언론인 뉴욕타임스(NYT)는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최고 소득세율 인상을 지지하는 칼럼을 여러차례 게재하는 등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혀왔다.  NYT는 22일자(현지시간)에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에마뉴얼 사에즈와 가브리엘 주크먼의 공동 기고문을 실었다. 다음은 기고문의 내용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세금에 관해 절실하게 필요한 논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논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금이 낮아지면서 소득이 크게 증가한 부유층이 공공 재원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부족한 국가 예산을 감안하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고소득 세율 인상을 뒷받침하는 기본 목적은 세수 증가가 아니다. 불평등을 억제하고 시장 경제를 규제함으로써 민주주의가 과두정치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자.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최고 소득세율은 평균 78%이었다. 1951년부터 1963년까지는 90%에 달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이 세율이 예외적으로 높은 소득에만 부과됐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준으로 따지면 연간 수백만 달러를 넘는 소득에만 해당된다. 

예컨대 1960년대 최고 소득세율 91%는 평균 국민소득의 100배를 넘는 소득에 대해서만 적용됐다. 오늘날 기준으로 670만달러(약 75억7700만원) 이상이다. 보통의 부자들 즉, 고소득 전문직, 중간규모 회사 임원, 오늘날 기준으로 수십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최고 한계소득세율(일정금액을 넘는 소득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세율)이 평균 25%에서 50% 사이로 오늘날과 비슷한 수준이다.

90% 세율이 적용되는 소수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최고 한계소득세율을 높이는 것은 과도하고 정당하지 않은 부의 축적을 제한하는 것이다.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은 다른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합법적으로 최고 소득세를 부과했고 세전 소득의 불평등이 극적으로 줄어 들었다.

과도한 부의 집중이 사회 계약을 해친다는 생각은 미국 사회에 뿌리가 깊은 것이다. 미국은 과도하게 불평등한 18세기 유럽 귀족국가에 대한 반발이 계기가 돼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매우 공격적인 과세는 미국이 처음 만든 것이다. 미국은 소득세 제도를 발명한 지 4년만인 1917년 최고 소득세율을 67%로 정한 최초의 국가였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이 1000만달러(약 113억원)을 넘는 소득에 대해 70%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같은 미국의 전통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막아 버린, 20세기 대부분에 걸쳐 통용되던 (미국 사회의) 기풍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미국이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기후 변화 문제가 위기인 것처럼 불평등 문제도 위기다. 30년 이상 하위 반분위 소득자들은 경제 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돼 왔다. 1980년대 성인 1인당 소득 1만6000달러(현재 가치로 산출한 금액)는 현재도 여전히 1만6000달러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극소수 사람들의 소득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상위 0.1%는 300% 이상, 0.01%는 450%, 0.001%(미국내 최고 소득자 2300여명)은 600% 이상 늘었다.

탄소세를 부과하는 목적이 세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것과 마찬가지로 초고소득자에 대해 높은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전국민 의료보장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사회 계약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종식시킬 위험이 있는 과두정치로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물론 반독점법부터 교육 기회 확장, 지적 소유권 보호부터 적정 기업 지배제도까지 (불평등을 해소하는) 다른 정책들도 있다. 이 정책들은 미래의 불평등을 억제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 정부는 저소득 가정에 대한 소득 지원의 형태나 공공 의료보험제도 등을 통해 소득 이전을 함으로써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재분배만으로는 21세기 불평등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불평등을 해소한 모든 나라들이 세전 소득의 집중을 억제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불평등은 시장에 의해 만들어진다. 극도로 불평등한 시장이 재분배 자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불평등을 감내하는 것은 불평등이 공평하고 공정하며 자연스럽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스스로 자신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생산한다. 세계 시장의 "승자들"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승자들은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신의 받은 "응분의 대가"를 사회와 나누려 하지 않지 않는다.

극단적인 부의 집중은 경제적, 정치적 권력의 극단적 집중으로 이어진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공정하고 효과적인 정책이 공격적인 소득세 부과다. 독점 때문인지,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냈기 때문인지, 단지 운이 좋아서인지를 가리지 않고 과도한 불평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최고한계소득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가장 흔한 주장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은 정반대임을 보여준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80년대까지 그 이전 어느때보다 훨씬 강력하게, 그리고 훨씬 공평하게 성장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권을 장악한 미국이기 때문에 "나쁜" 세금정책이 가능했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1945년 가난하고 전쟁의 폐허가 된 일본을 보라. 전후 일본을 점령한 미국은 일본에 최고 소득세율 85%(1947년 86%였던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를 적용해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높은 최고 소득세를 부과한) 목적은 세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고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과두정치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었다. 이 정책은 수십년 동안 유지됐다. 1982년 최고소득세율은 여전히 75%였다. 그런데도 일본은 1950년부터 1982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개인소득이 증가(성인 소득 연평균 5.1% 증가)한 나라이자 역사상 가장 탁월한 경제적 성장을 이룬 국가다.

1945년의 일본과 1991년의 러시아를 비교해보자. 공산주의가 무너졌을 때 러시아 역시 가난한 나라였다. 러시아는 최고소득세율 30%를 적용하면서 빠르게 사유화를 진행시켰다. 당시 미국의 소득세율(1991년 31%)을 본딴 것이다. 2001년에는 13%까지로 낮아졌다.

이같은 충격요법이 과두정치를 만들어냈으며 인구 하위 절반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고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과 권위주의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공격적인 소득세 부과로 모든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공격적 최고소득세 부과로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러시아와 달리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최고 소득세율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금권정치를 가르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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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소득세율 대폭 인상해야"…美경제학자,NYT 칼럼서 주장

기사등록 2019/01/23 10:03:0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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