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휴게시간 특례업종 제외되면서 장애인 돌봄 위기
한시도 떨어져있지 못하는 장애인활동지원 특수성 고려 부족
복지부 교대근무·대체인력 투입 등 대안에도 탁상공론 쓴소리
장애인 당사자 "문제 예견됐지만 주먹구구식 밀어붙이기 행정"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노동시간 단축이 의도치 않게 최중증 장애인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직종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면서 온종일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 보호에 공백이 생기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배홍민씨는 22일 오후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문제해결과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 항상 변수가 있고 장애인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휴게시간은 커녕 당장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인데 쉴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근로휴게시간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적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착오고 모순"이라고 말했다.
배씨 등 토론회 참석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용, 방문간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다. 전국에 6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보행이 불가능하거나 일상생활 동작을 거의 할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 지능지수가 낮아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적응이 곤란해 보호가 필요한 지적장애인, 시력이 매우 낮은 시각장애인 등을 돕는다. 이들은 해당 장애인의 집에 찾아가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장애인의 신체활동이 특정한 시간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므로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지속적으로 수급자를 돌봐야 한다. 휴게시간은 사실상 보장되기 어렵다. 우발적인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수급자의 집에 별도 휴게공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수급장애인의 요청이 있으면 통화하던 휴대전화도 내려놔야 한다.
그럼에도 장애인활동지원사 직종은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큰 흐름을 거부하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노동시간·휴게시간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축소됐다. 이 와중에 사회복지서비스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개정된 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4시간 근로 중 30분 휴식, 8시간 근로 중 1시간 휴식을 의무화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간 교대근무, 휴게시간 중 가족 대체근무, 대체인력 투입 등 3가지를 대안으로 내놨지만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복지부는 2018년 연말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을 갖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새해가 밝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휴게기간 지침을 어기면 중개기관인 장애인자립지원센터의 장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정부가 갑작스런 제도 변경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위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용기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중개기관으로서 휴게시간을 준수하라고 할 수는 있지만 독거 와상 장애인, 24시간 인공호흡기 장애인, 돌발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휴게시간 동안 생명사고나 상해사고 위험이 높아 불의의 사고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설령 가정 내 분리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전국 960개 중개기관은 낮은 서비스 지원 단가 때문에 이미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개기관들은 또다시 범법기관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 중개기관은 지금의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배홍민씨는 "중개기관과 활동지원사, 이용자가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탁상공론식으로 정책을 실시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장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 오태경씨는 "근로기준법 자체나 그 법이 추구하는 방향을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라며 "단지 법적용에 있어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예견됐음에도 아무런 대안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정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휴게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부분을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상으로는 활동지원사 처우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중개기관들도 사업수행이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며 "활동지원사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면서도 생계를 유지하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이 일한만큼 대우 받는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장애인활동지원사 배홍민씨는 22일 오후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문제해결과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현장에서 일을 해보면 항상 변수가 있고 장애인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휴게시간은 커녕 당장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인데 쉴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근로휴게시간을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에 적용한다는 것은 대단한 착오고 모순"이라고 말했다.
배씨 등 토론회 참석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용, 방문간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다. 전국에 6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보행이 불가능하거나 일상생활 동작을 거의 할 수 없는 뇌병변장애인, 지능지수가 낮아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적응이 곤란해 보호가 필요한 지적장애인, 시력이 매우 낮은 시각장애인 등을 돕는다. 이들은 해당 장애인의 집에 찾아가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장애인의 신체활동이 특정한 시간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므로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지속적으로 수급자를 돌봐야 한다. 휴게시간은 사실상 보장되기 어렵다. 우발적인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수급자의 집에 별도 휴게공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수급장애인의 요청이 있으면 통화하던 휴대전화도 내려놔야 한다.
그럼에도 장애인활동지원사 직종은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큰 흐름을 거부하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노동시간·휴게시간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축소됐다. 이 와중에 사회복지서비스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개정된 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4시간 근로 중 30분 휴식, 8시간 근로 중 1시간 휴식을 의무화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간 교대근무, 휴게시간 중 가족 대체근무, 대체인력 투입 등 3가지를 대안으로 내놨지만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복지부는 2018년 연말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을 갖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새해가 밝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장애인활동지원사가 휴게기간 지침을 어기면 중개기관인 장애인자립지원센터의 장이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정부가 갑작스런 제도 변경에 따른 후속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위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용기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중개기관으로서 휴게시간을 준수하라고 할 수는 있지만 독거 와상 장애인, 24시간 인공호흡기 장애인, 돌발행동이 심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휴게시간 동안 생명사고나 상해사고 위험이 높아 불의의 사고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설령 가정 내 분리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한다 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휴게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전국 960개 중개기관은 낮은 서비스 지원 단가 때문에 이미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개기관들은 또다시 범법기관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올 때까지 중개기관은 지금의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배홍민씨는 "중개기관과 활동지원사, 이용자가 머리를 맞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탁상공론식으로 정책을 실시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장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 오태경씨는 "근로기준법 자체나 그 법이 추구하는 방향을 문제 삼으려는 게 아니다"라며 "단지 법적용에 있어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예견됐음에도 아무런 대안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정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휴게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부분을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상으로는 활동지원사 처우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중개기관들도 사업수행이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며 "활동지원사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면서도 생계를 유지하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이 일한만큼 대우 받는 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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