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수출품목 관세 높아져…車 최대 10%
EU 파장 촉각…장기적으로 유리할수도
【서울=뉴시스】박주연 이종희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영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이 커지고 유럽지역 경기 둔화에 따른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영국과 EU간의 관계악화가 국내기업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장기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영국 하원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와 EU간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영국이 3월29일 전까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 이 경우 영국에 수출하는 국내기업들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와 통관·인증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들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일차적으로 자동차, 선박, 전자제품 등 영국에 대한 수출품목이 관세부담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11월 기준 대 영국 수출은 54억400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 수출품 관세는 평균 4%, 수입품 관세는 5.46% 오를 전망이다.
영국으로 수출할 때 무관세를 적용받던 승용차는 최대 10%의 관세를, 자동차 부품은 최대 4.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선박은 0.56%, 항공기부품은 1.7%로 오른다. 영국에서 수입해오던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기존에는 무관세였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무려 20%의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다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17년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가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노딜 브렉시트로 한국 경제가 0.050% 성장하고, 한·영 FTA가 체결될 경우 0.08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英에 15억 달러 수출…관세문제 '촉각'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무관세를 적용받아 15억 달러(1조6837억원)를 수출했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최대 10%의 관세를 내야 한다. EU지역 판매를 위해 현대차는 체코에, 기아차는 슬로바키아에 각각 공장을 두고 있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영국 수출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쌍용차 역시 브렉시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쌍용차 G4렉스턴은 지난해 '영국 올해의 사륜구동'에 선정되는 등 영국시장에서 선전해왔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관세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영국을 벗어나 EU시장 전체로 시각을 넓힐 경우 영국을 제외한 EU에서는 오히려 한국차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수출 경쟁을 하고 있는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등이 모두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딜 브렉시트'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요타의 경우 버나스톤 공장 등 영국 내에 무려 9개의 제조시설을 갖고 있다. 도요타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EU로부터의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영국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쌍용차 등은 합의안 부결 이후 영국과 EU 등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EU 간 무역관세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등 기존에 EU와 FTA를 체결한 나라 역시 영국 수출 물품에 대한 관세 부담에 처할 수 밖에 없다"며 "불확실성이 증가에 따른 영국과 EU의 경기 둔화 가능성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재투표 가능성과 브렉시트 일정을 7월로 미루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빠른 한·영 FTA 체결로 관세에 대한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 "英은 시장 비중 적어…EU 파장 점검중"
전자업계는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 대해 "영국 시장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탈퇴 조건이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정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이후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영국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제한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국내 전자업계의 시장이 크지 않은 나라"라며 "외환, 금융 시장 등도 변동이 크지 않아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EU가 단일 통화를 사용해도 사실상 유럽은 개별 국가들이 모두 다른 시장이나 마찬가지"라며 "유럽의 가전 소비행태가 자국기업 위주로 보수적인 편이라 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정치적 영향이 영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다만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관세나 통관 절차가 복잡해져 수출 문제를 둘러싼 영향이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보다는 EU 전체로 파장을 미칠 수 있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EU 전체를 놓고 보면 가전 등 완제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의 구매 심리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현지 법인과 긴밀히 연락하며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자업계는 관세, 통관절차 등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단기적으로 영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이 커지고 유럽지역 경기 둔화에 따른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영국과 EU간의 관계악화가 국내기업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장기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영국 하원은 1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와 EU간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영국이 3월29일 전까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 이 경우 영국에 수출하는 국내기업들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인하와 통관·인증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들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일차적으로 자동차, 선박, 전자제품 등 영국에 대한 수출품목이 관세부담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11월 기준 대 영국 수출은 54억400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 수출품 관세는 평균 4%, 수입품 관세는 5.46% 오를 전망이다.
영국으로 수출할 때 무관세를 적용받던 승용차는 최대 10%의 관세를, 자동차 부품은 최대 4.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선박은 0.56%, 항공기부품은 1.7%로 오른다. 영국에서 수입해오던 스카치위스키의 경우 기존에는 무관세였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무려 20%의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다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17년 '브렉시트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한국의 대응전략'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가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했다. 노딜 브렉시트로 한국 경제가 0.050% 성장하고, 한·영 FTA가 체결될 경우 0.08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英에 15억 달러 수출…관세문제 '촉각'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무관세를 적용받아 15억 달러(1조6837억원)를 수출했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최대 10%의 관세를 내야 한다. EU지역 판매를 위해 현대차는 체코에, 기아차는 슬로바키아에 각각 공장을 두고 있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관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영국 수출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쌍용차 역시 브렉시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쌍용차 G4렉스턴은 지난해 '영국 올해의 사륜구동'에 선정되는 등 영국시장에서 선전해왔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관세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영국을 벗어나 EU시장 전체로 시각을 넓힐 경우 영국을 제외한 EU에서는 오히려 한국차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수출 경쟁을 하고 있는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등이 모두 영국에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 딜 브렉시트'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요타의 경우 버나스톤 공장 등 영국 내에 무려 9개의 제조시설을 갖고 있다. 도요타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EU로부터의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영국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쌍용차 등은 합의안 부결 이후 영국과 EU 등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EU 간 무역관세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등 기존에 EU와 FTA를 체결한 나라 역시 영국 수출 물품에 대한 관세 부담에 처할 수 밖에 없다"며 "불확실성이 증가에 따른 영국과 EU의 경기 둔화 가능성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재투표 가능성과 브렉시트 일정을 7월로 미루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빠른 한·영 FTA 체결로 관세에 대한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 "英은 시장 비중 적어…EU 파장 점검중"
전자업계는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 대해 "영국 시장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반응했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탈퇴 조건이나 미래 관계에 대한 협정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될 경우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어 이후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영국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제한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국내 전자업계의 시장이 크지 않은 나라"라며 "외환, 금융 시장 등도 변동이 크지 않아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EU가 단일 통화를 사용해도 사실상 유럽은 개별 국가들이 모두 다른 시장이나 마찬가지"라며 "유럽의 가전 소비행태가 자국기업 위주로 보수적인 편이라 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정치적 영향이 영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다만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관세나 통관 절차가 복잡해져 수출 문제를 둘러싼 영향이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보다는 EU 전체로 파장을 미칠 수 있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며 "EU 전체를 놓고 보면 가전 등 완제품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의 구매 심리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현지 법인과 긴밀히 연락하며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자업계는 관세, 통관절차 등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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