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정책지원팀 신설 등 소통 강화 행보 괄목
"현안 매몰되거나 여론만 좇으면 안 돼" 비판도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첫 여성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인 그에 대해서 교육계에서는 지난 100일간 현장과의 소통은 원활했지만 논란이 있더라도 필요한 각종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이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2일 취임 후 교육계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유 부총리는 교육현장을 찾아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특히 학부모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올해 학부모정책지원팀을 신설해 향후 초·중·고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참여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피력하기도 했다.
학생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뒤 찾았던 서울 도봉구 인강학교를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 꼽았다. 당시 그는 폭행 피해를 입은 학생 학부모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다.
두 달 뒤인 12월에는 관련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과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특수학교 공립화 ▲피해학생 단계별 지원체계 수립 ▲전문상담교사 배치 ▲특수교사 자격 강화 ▲사회복무요원은 예비교사 우선 배치 ▲특수학교 신·증설 등을 골자로 한 장애학생 인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8일 강릉 펜션사고 때도 당일 강릉으로 향했다. 사회부총리로서 발빠르게 움직인 점은 호평을 받았지만 다음날 상황점검회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한달여 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 아닌지 전수점검을 하겠다"고 발언했다가 사고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 떠넘기며 본질을 흐렸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교육부 간부는 "김상곤 전 부총리가 소신에 충실하고 쉽게 타협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유 부총리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감하는 스타일"이라며 "청와대나 정치권은 물론 학부모들과도 친화적이며 솔직한 언행으로 한명 한명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니 정책 호응도 좋아진 편"이라고 전했다.
교육비리 관련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가 그 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보고서를 실명 공개하자 원장들이 유치원비로 명품가방 등을 산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전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반발과 함께 폐원을 추진하는 사립유치원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도 비상에 걸렸다. 교육부는 '대란' 압박에 수차례 한유총과 타협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교육부는 교육청과 함께 감사·고발 등 강경대응을 하고 나섰다. 한유총이 수차례 대화를 요구해도 유 부총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책을 내놓기 전 대화는 이르다"며 거리를 뒀다.
정치인 장관인 만큼 국회 통과에 대한 기대도 많았지만 쉽지 않았다.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의 중재 법안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만큼 '현재진행형'이다.
유 부총리는 7일 간담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게 맞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며 "쉽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형사처벌 규정에 대해 많이 반대했던데,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 (야당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심 여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치원3법이나 초등 방과후 영어 등 정부가 의지를 밝힌 정책들이 국회에서 가로막혔다"며 "입법환경이 순탄치 않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사법도 국회 문턱은 넘었지만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당초 예산당국이 사립대 인건비 지원에 부정적이었음에도 교육부는 550억원의 강사지원비를 얻어내기 위해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나선 끝에 28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 부총리가 직접 뛰며 설득했기 때문에 강사법 지원 예산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예산 확보에 기여해주신 점 알고 있고, 의미있고 중요한 행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후속조치가 느리고 부족해서 속도감 있게 구체적인 대책을 예산과 제도 차원에서 내놓지 못한다면 작년의 성과가 상당히 퇴색하거나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조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평가가 엇갈리는 정책은 방과후영어 수업 허용 정책이다.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 유치원을 방문해 유치원 방과후 영어 수업 전면 허용방침을 밝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방안이 영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1년간 유예돼 정책숙의를 거칠 예정이었다.
빠른 결정에 여론은 환영했지만 문제는 초등 1~2학년이었다. 정부·여당은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도 허용을 추진했지만 막상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당장 오는 3월 신학기 적용이 어려워졌다.
학부모들은 일관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은 "조기 영어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하며, 정무적 판단에 치우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유 부총리가 예상처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다면 임기는 1년여가 남는다. 선거일 90일 전인 2020년 1월 중순까지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하기 떄문이다.
올해 그가 신년 업무보고 등을 통해 강조한 정책은 고교무상교육과 미래교육위원회 출범 등이다. 교육 거버넌스와 직결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및 초·중등 교육정책 권한 지방 이양 현안 역시 정치 역량을 발휘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육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현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전처럼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윷놀이 '빽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안에 매몰되거나 대중의 의견만 좇기보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고교학점제나 학업성취평가제 등 미래교육을 위한 초석을 다져주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유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2일 취임 후 교육계에서는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유 부총리는 교육현장을 찾아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특히 학부모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올해 학부모정책지원팀을 신설해 향후 초·중·고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참여를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피력하기도 했다.
학생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뒤 찾았던 서울 도봉구 인강학교를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으로 꼽았다. 당시 그는 폭행 피해를 입은 학생 학부모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다.
두 달 뒤인 12월에는 관련 대책을 내놨다. 교육부는 서울교육청과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특수학교 공립화 ▲피해학생 단계별 지원체계 수립 ▲전문상담교사 배치 ▲특수교사 자격 강화 ▲사회복무요원은 예비교사 우선 배치 ▲특수학교 신·증설 등을 골자로 한 장애학생 인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8일 강릉 펜션사고 때도 당일 강릉으로 향했다. 사회부총리로서 발빠르게 움직인 점은 호평을 받았지만 다음날 상황점검회의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한달여 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 아닌지 전수점검을 하겠다"고 발언했다가 사고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 떠넘기며 본질을 흐렸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교육부 간부는 "김상곤 전 부총리가 소신에 충실하고 쉽게 타협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유 부총리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감하는 스타일"이라며 "청와대나 정치권은 물론 학부모들과도 친화적이며 솔직한 언행으로 한명 한명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니 정책 호응도 좋아진 편"이라고 전했다.
교육비리 관련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사태가 그 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보고서를 실명 공개하자 원장들이 유치원비로 명품가방 등을 산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전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반발과 함께 폐원을 추진하는 사립유치원이 늘어나면서 학부모들도 비상에 걸렸다. 교육부는 '대란' 압박에 수차례 한유총과 타협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교육부는 교육청과 함께 감사·고발 등 강경대응을 하고 나섰다. 한유총이 수차례 대화를 요구해도 유 부총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책을 내놓기 전 대화는 이르다"며 거리를 뒀다.
정치인 장관인 만큼 국회 통과에 대한 기대도 많았지만 쉽지 않았다.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제동을 걸면서 결국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의 중재 법안이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만큼 '현재진행형'이다.
유 부총리는 7일 간담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게 맞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며 "쉽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형사처벌 규정에 대해 많이 반대했던데, 여론의 지지를 받으면 (야당이)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심 여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유치원3법이나 초등 방과후 영어 등 정부가 의지를 밝힌 정책들이 국회에서 가로막혔다"며 "입법환경이 순탄치 않아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사법도 국회 문턱은 넘었지만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당초 예산당국이 사립대 인건비 지원에 부정적이었음에도 교육부는 550억원의 강사지원비를 얻어내기 위해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나선 끝에 28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 부총리가 직접 뛰며 설득했기 때문에 강사법 지원 예산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예산 확보에 기여해주신 점 알고 있고, 의미있고 중요한 행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후속조치가 느리고 부족해서 속도감 있게 구체적인 대책을 예산과 제도 차원에서 내놓지 못한다면 작년의 성과가 상당히 퇴색하거나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조속한 대책을 요구했다.
평가가 엇갈리는 정책은 방과후영어 수업 허용 정책이다.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 유치원을 방문해 유치원 방과후 영어 수업 전면 허용방침을 밝혔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치원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금지하는 방안이 영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1년간 유예돼 정책숙의를 거칠 예정이었다.
빠른 결정에 여론은 환영했지만 문제는 초등 1~2학년이었다. 정부·여당은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도 허용을 추진했지만 막상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았다.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당장 오는 3월 신학기 적용이 어려워졌다.
학부모들은 일관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성향의 교육시민단체들은 "조기 영어교육과 선행학습을 조장하며, 정무적 판단에 치우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유 부총리가 예상처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다면 임기는 1년여가 남는다. 선거일 90일 전인 2020년 1월 중순까지는 장관직을 사퇴해야 하기 떄문이다.
올해 그가 신년 업무보고 등을 통해 강조한 정책은 고교무상교육과 미래교육위원회 출범 등이다. 교육 거버넌스와 직결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및 초·중등 교육정책 권한 지방 이양 현안 역시 정치 역량을 발휘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육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현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전처럼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윷놀이 '빽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안에 매몰되거나 대중의 의견만 좇기보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고교학점제나 학업성취평가제 등 미래교육을 위한 초석을 다져주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