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선배' 文대통령, 4주차 軍훈련병에 '맞춤형' 선물

기사등록 2018/12/28 17:56:37

대표 면회 음식 '피자·치킨' 선물···엄마·여자친구 통화 기회

'군통령' 홍진영과 영상 통화···2019년판 '우정의 무대' 연출

【연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한 훈련병의 애인과 영상통화하고 있다. 2018.12.28. photo1006@newsis.com
【연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한 훈련병의 애인과 영상통화하고 있다. 2018.12.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40여 년 전 군 입대 경험을 살려 입소 4주차 훈련병들이 원하는 소원을 맞춤형으로 들어줬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아버지의 경험까지 더해져 훈련병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28일 경기도 연천의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했다. 군부대 방문 경험이 많은 문 대통령이지만 전방 부대 신병들을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40년 전 군 입대를 먼저 경험한 문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낯선 환경에 고립돼 유독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내고 있을 훈련병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별 5개의 국군통수권자의 형식적 군부대 방문이 아닌 군대 보낸 아들을 만나는 아버지의 모습이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0여명의 4주차 훈련병을 위해 대표 면회 음식이라 불리는 치킨과 피자를 각각 200마리와 200판을 선물했고, 격의 없이 함께 나눠 먹었다. 일반 훈련병과 똑같은 식판에 직접 반찬을 배식을 받은 것은 기본이었다.

다소 긴장된 표정의 훈련병을 앞에 둔 문 대통령의 첫 마디는 "긴장을 풀라"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앞이라 하더라도 최고로 편한 자세로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부동자세로 얼어붙은 훈련병의 마음을 녹였다.

훈련병들이 19계급 차이의 대통령 앞에서 좀처럼 긴장감을 풀지 못하자 문 대통령은 "편한 자세로, 자세 풀고, 최고 편한 자세로 있으라"고 거듭 주문하며 거리감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연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8.12.28. photo1006@newsis.com
【연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장병들과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8.12.28.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훈련병들이 지금 처한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으로 공감대 찾기를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 단절감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과거 자신이 민주화 운동 대가로 강제 징집됐던 과거 기억을 끄집어냈다.

문 대통령은 1975년 학생 운동을 이유로 징역 10월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석방 직후 향토사단인 경남 창원 39사단 신교대로 강제 입대 당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옛날에 내가 가장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 내가 원하지 않은 때에 마음의 준비도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입대하게 돼서 입대 자체가 막막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내 가족, 친구를 전부 다 떠나와서 혼자가 됐다는 단절감이나 고립감이 제일 컸었는데 여러분은 어떨까 모르겠다"며 "여러분은 이미 모바일로 소통하는 세대라 차단으로부터 오는 단절감도 많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선물은 치킨·피자가 전부가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세상과 단절된 훈련병들이 가장 원하는 전화 통화의 기회를 선물했다. 전화 통화는 통상 훈련소 퇴소할 때 모범 훈련병으로 뽑혀야 주어질 정도로 귀하다.

장병과의 대화의 진행을 맡은 고민정 부대변인이 "오늘 특별히 대통령이 오셨으니 몇 분이라도 영상통화를 해보려는 데 괜찮으십니까"라고 묻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실내교육장으로 들어서며 훈련병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8.12.28. photo1006@newsis.com
【연천=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해 실내교육장으로 들어서며 훈련병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8.12.28. [email protected]

이어서 사전에 섭외된 쌍둥이를 한꺼번에 군에 보낸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 상태가 좋지 않아 다른 훈련병에게 기회가 넘어갔다.

훈련병들은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꿈을 꿔서 확인해 보고 싶다', '여자친구 때문에 탈영하지 않도록 영상통화 기회를 달라', '여자친구와 900일이 어제 지나 통화하고 싶다' 등 저마다의 이유를 제시했다. 과거 유행했던 '우정의 무대' 프로그램을 연상케 했다.

결국 탈영하지 않게 해달라는 훈련병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여자친구와 영상통화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문재인입니다. OO군이 여자친구 마음이 변할까 걱정한다 한다"며 "인사해 달라"고 하자 "사랑해. 빨리보자"는 인사가 돌아왔다. 순간 "와"라는 부러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고 부대변인이 가수 홍진영과의 영상통화가 준비돼 있다고 하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지원자들이 넘쳐나자 문 대통령이 "도저히 판단이 안 되니 모두 나와서 (통화하라)"고 정리했다.

화면 너머 홍진영은 "날씨가 상당히 추워졌는데 국군 장병 여러분들 추위에 몸 상하지 않게 건강 챙기면서 나라를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훈련병들은 함성을 지르며 "제가 지키겠다"고 외쳤다.

고 부대변인은 "지금 대한민국에 한파가 몰아닥쳤다는데 아닌 것 같다. 너무 덥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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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선배' 文대통령, 4주차 軍훈련병에 '맞춤형' 선물

기사등록 2018/12/28 17:56:3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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