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1운동 발상지 ‘태화관’ 부재, 전북 김제에 있다

기사등록 2018/12/27 06:01:00

최종수정 2021/03/31 09:28:49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3·1운동의 발상지인 ‘태화관’ 일부가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꾸려지는 등 준비에 한창이지만, 정작 3·1독립선언문을 낭독한 ‘민족성지’ 태화관은 재개발사업으로 완전히 철거된 것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한 독지가가 서울 인사동 194번지에 있던 태화관 건물의 일부를 매입, 보관해 오고 있었다.

언론인 출신 작가 김태은씨는 “사업가 출신 송재욱(77)옹이 태화관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보도를 통해 접하고 이 중 일부를 사들여 전북 김제시 금산면 ‘동동동심원(동심원)’이라는 사립공원에 보관해왔다”고 밝혔다. “송재욱옹은 1987년 11월 본적을 김제에서 독도로 옮기면서 독도 호적자 1호로 기록된 인사다. 파킨슨병으로 경기 지역의 요양원에 입원 중”이라고 전했다. 김태은씨는 대신 송옹의 친척동생인 송계연(64)씨를 통해 태화관 매입경위를 파악했다.

송재욱옹은 1979~1980년께 도시재개발계획으로 서울시와 기독교감리교 주관 하에 개인에게 일부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다는 소식을 듣고 감리교 측을 찾아 항의하게 됐다. 매수 의사를 전했지만 이미 다른 이와 계약이 성사된 후였고, 그 매수자와 접촉해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하는 주춧돌 34개와 건축에 필요한 목재와 기와를 매입했다. 나머지는 다른 일반인에게 매각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당시 태화관은 여러 번 개·증축됐으나 3·1독립선언식이 이뤄진 건물을 나름대로 확인해 가장 쓸 만한 자재를 구입해 2.5t 트럭 7대분의 물량을 고향 근처 금산면으로 내려 보냈다. 금평저수지 부근 금산사 가는 길목에 있는 제비봉 아래 임야를 매입하고 복원신청을 했다. 그러나 구입한 임야가 도립공원 구역이어서 건축행위가 불가했고 행정기관과 마찰을 일으키다가 결국 무산됐다. 이 와중에 소문이 나 도난된 것들도 있고, 자재들은 다 썩어 땅에 묻히고 기와와 주춧돌만이 한쪽에 쌓여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태은씨는 “오래된 한옥이 해체되면 좋은 부재들은 타 건물을 짓는데 재활용하기 위해 재판매되곤 한다. 태화관 부재 역시 그렇게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배재 중·고 출신의 송재욱옹이 역사의식과 애국심이 있는 인사였기에 이를 보존할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화관 건물은 남감리회 선교사들에게 인수된 후 1930년대 건축가 강윤에게 재건축을 맡겼다. 유관순과 같이 3·1운동에 참여한 강윤은 이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잘 알고 있었고 현장에 있던 옛 한옥의 기와를 재활용했다. 철거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태화관의 사적가치를 들어 보존해야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으나 유지관리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와 개발논리 등에 밀려 빌딩이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1980년 헐린 태화관이 민족대표들이 기미독립선언을 한 것으로 기록된 태화정과 완전한 동일 건축물은 아닐 수 있으나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상징성 만으로도 보존해야 할 역사적 의미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태화관 주춧돌과 기와를 찍은 2010년 사진은 김제시가 소장 중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재는 더 훼손된 상태다. 김씨는 “금산사 문화해설사 송남진씨가 현장에 가서 확인한 결과, 쌓여있던 기와는 마모된 채 흩어져<사진> 있었다. 주춧돌들은 공원 입구 길가에 진열해놓고 있다는 것이 송옹 측의 전언”이라고 전했다. 송재욱옹이 수집해온 또 다른 유물들은 김제시에 기증돼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전시활용 중이다.

한편 김태은씨는 3·1정신이 국내 여성교육과 여학교의 탄생에 미친 영향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친일파 이완용이 소유했던 태화관이 3·1운동 이후 남감리회에 팔려 태화여자관이라는 한국최초 복지재단을 설립했고, 여기서 탄생한 태화여학교가 현 성신여대의 모태가 됐다는 역사를 파헤치고 있다. 내년 2월중 발간 예정인 책은 현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3.1운동 100주년, 여성의식 자각과 자매연대’라는 타이틀로 출판비용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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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1운동 발상지 ‘태화관’ 부재, 전북 김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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