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의심해 갈수록 고립…고위 참모 교체 비율 65%
TV 시청 늘면서 아침 회의 시간도 2시간 늦춰져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최근 갈수록 고립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좌관들을 믿지 못하고, 모두가 딴 생각을 한다면서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기 절반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만들어낸 갈등 속에 파묻혀 "나날이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대통령 측근 3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NYT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 회의하면서 종종 짜증을 내면서 의자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찌푸린다. 그러면서 "정말 멍청이군"이라고 참모들에게 소리지르곤 한다. 그보다 심한 언사를 내뱉기도 한다.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을 모두 바보라고 생각하면서 홀로 전쟁에 몰두해왔다. 보좌관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에 반대하면 화를 내고, 보좌관들의 브리핑 내용은 제대로 듣지 않는다. 특히 보좌관들이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 불안해 하면서 그들이 자신을 은밀히 능멸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 결과 "나만 시스템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망가진 시스템 속에 홀로 남아 있다. 최근 며칠 사이 정부 셧다운, 갈수록 커져가는 스캔들, 폭락하는 증시, 생뚱맞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군대 철수와 국방장관의 사임과 같은 사태는 대통령이 통제불능에 빠져든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임기 절반을 남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의견을 확신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감시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에 이스트윙(백악관 거주공간)으로 가 TV를 보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은 한때 친구였지만 적이 된 사람들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쏟아지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난 정말 잘하고 있는데 이걸 믿을 수가 있나? 매일이 전쟁이야"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측근들에게 "도대체 왜들 이러나"면서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인식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언론이 대통령을 불공정하게 다룬다고 생각하는 보좌관들은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한 것에 화가 나서 그런다고 말하고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인다.
대통령은 분통을 터트리면서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 내가 한 일을 보라""테러가 지금 잠잠해지지 않았나"고 말하곤 한다.
전직 정부 관리, 대통령의 친구, 정치적 동지, 변호사, 의회 보좌관 30명을 인터뷰한 결과, 급격히 정책 방향을 선회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전통적 동맹국들을 무시하고 본능에 따라 행동하면서 정부 내 소동을 끊임없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대통령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상황은 악화됐다. 지난 2년 동안 매우 소란스러웠지만 앞으로 남은 대통령의 2년은 훨씬 더 소란스러울 것이다.
앞으로 2주 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이 취임하면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사업, 선거유세, 정부 운영에 대해 소환 조사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후 언젠가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 결과에 맞닥트리게 된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게될 것이며, 상원에서 대통령 탄핵을 막을 수 있는 공화당 의원들조차 대통령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면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갈수록 늘어가는 재정적자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며, 자신이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는 경제마저 침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역대 공화당 하원의장을 보좌해온 마이클 스틸은 "지난 2년 동안 없었던 어려운 일들이 앞으로 2년 동안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측근들이 그만두고 대통령이 법적, 정치적 적들에 둘러싸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지율이 38%에 불과하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국론을 주도해왔으며 지지층은 그가 자만에 빠져 대중을 업신여기는 엘리트들과 맞서 싸우는 전사라고 환호해왔다. 이런 지지층을 굳혀야한다는 생각에 그는 성사될 것 같지 않은 국경장벽 건설을 고집하고 있다. 자신의 대표적인 선거 공약을 포기하면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진정성이 의심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당간 다툼은 그가 생각하는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는 측근들에게 은밀히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 잘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의 공격이 자신의 재선을 도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허세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가능한 일이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민주당 대통령들은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보다 더 크게 지고도 재선에 성공했다.
백악관 전 의회담당 국장 마크 쇼트는 "(공화당)폴 라이언보다 낸시 펠로시를 적으로 두는 것이 낮다고 봐야 한다. 단합보다 분열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과잉 대응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의원들과도 싸우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는 것에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으며 상원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을 비난하는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다. 철군과 동맹 홀대에 항의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사임은 공화당 의원들을 전율하게 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국경 장벽 설치 예산을 주지 않으면 정부 셧다운을 감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예산 책정을 거부한 대통령에 대해 화를 내고 있다.
이런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경 장벽 논란은 범죄 단속 개혁을, 시리아 철군은 이슬람 국가에 대한 승리를, 중간선거 유세에서 이민자 캐러번 문제를 부각시킨 것은 최근 증시 하락 이전까지 괜찮았던 경제 실적을 가렸다.
항상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은 갈수록 보좌관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 비서실장은 세번째이고, 국가안보보좌관도 세번째이며 홍보국장은 여섯번째, 국무장관도 검찰총장도 두번째이며 국방장관도 두번째가 된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최고위직이 지난 2년 사이 65%나 경질됐다.
이에 대해 존 볼턴 안보보좌관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레이츠는 "대통령은 완전히 아웃사이더이며 비정통적인 정책을 도입했고 전임 보좌관들이 이런 정책들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질된 것"이라면서 현재의 팀이 더 응집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최근 공개적으로 대통령이 종종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밀어부쳤으며 이를 지적하면 화를 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연방준비위원회나 법원과 같이 독립된 권력기관을 상대할 필요가 없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독재자가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
최근에는 측근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데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을 해임할 수 있는지를 묻기도 했고, 수입 독일차에 대해 미국 자동차보다 더 높은 연비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또 측근들을 마구 다루고 있다. 종종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유머조차 너무 거칠게 한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심장병을 치료하고 돌아왔을 때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정부에 들어온 지 6주밖에 안된 래리가 심장병에 걸려도 돼나"라고 농담해 측근들이 마지못해 웃은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자신이 "철저히 버려진 느낌"이라면서 아무도 자기 편이 아니고 모두 딴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오랜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식들과도 소원해졌으며 백악관 내에 친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쿠슈너나 이방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엔 직접 말하지 못하고 대신 켈리 전 비서실장이 처리하도록 했다. 이는 켈리 비서실장에게 어려운 일이었으며 그들의 분노를 산 끝에 결국 쫓겨났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옛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달 휴일 파티에서도 미리 정해진 사진 촬영만 하고는 어울리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 버렸으며 정부 셧다운이 시작된 휴일에도 멜라니아 영부인이 플로리다에서 돌아올 때까지 홀로 지내는 등 고립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달 사이 케이블 방송을 보는 시간이 늘었으며 이 때문에 오전 첫 회의 시간이 9시나 9시반에서 11시로 늦춰졌다. 이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동안이나 폭스 뉴스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집무공간에 와 있을 때, 회의를 하면서도 한 쪽 귀로는 TV를 듣고 있다고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가능성을 경고하는 기사에 분통을 터트린다는 보도가 잦지만 실제로 그런 식으로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는 분노는 찻잔 속의 태풍 정도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이겼을 때를 회고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지난 가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을 칭송한 "연애 편지"를 자랑하면서 보냈다.
그러나 그런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 그의 앞길은 거의 자신이 만들어낸 갈등에 파묻힐 것이다. 더 많은 측근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분열이 깊어짐에 따라 "나날이 전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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