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깨진 8세 콩고 어린이 꿈…美 LA서 얼굴종양 수술중 숨져

【로스앤젤레스=뉴시스】 류강훈 기자 = "미국에서 수술받고 돌아가면 마음놓고 학교도 다니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을 것이라고 좋아했는데…"

얼굴에 있는 커다란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 꿈을 안고 미국을 찾았던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C)의 8세 어린이가 안타깝게도 병원에서 수술 도중 숨졌다. 사인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유전적 마취 부작용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의료진은 수술 도중 응급처치를 하며 어린이를 살리려고 애썼지만 아이는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CNN과 ABC뉴스 등 미 언론들은 22일(현지시간) DRC에서 온 어린이 마타디 셀라 페팃이 전날 로스앤젤레스의 오스본 헤드&넥 인스티튜트에서 수술을 받던 중 숨진 가슴 아픈 사연을 일제히 보도했다.

마타디는 같은 DRC 출신 미 프로농구(NBA) 스타였던 디켐베 무톰보의 후원을 받아 지난 12일 아버지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무톰보는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곰인형과 풍선을 들고 마중나가 마타디를 반갑게 맞이했었다.

무톰보는 마타디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비행기 티켓을 보내줬고, 병원과 수술 집도의를 주선해줬다. 모든 비용은 '디켐베 무톰보 재단'이 부담했다.

무톰보는 지난 1997년 조국인 DRC 사람들의 건강과 교육,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한 재산을 설립했고, 병원과 학교 건설을 지원해 왔다.

DRC의 수도 킨샤사 인근 지역에서 구순구개열과 얼굴 종양을 안고 태어난 마타디는 자라면서 종양도 풍선처럼 커졌다. 왼쪽 뺨에 얼굴 크기의 3분의 2나 되는 보기 흉한 종양 때문에 놀림감이 됐던 마타디는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친구도 없이 집에서만 지내야 했다.

몇달 전 DRC를 찾았던 무톰보는 자신이 세운 병원에서 마타디를 만났고, 구순구개열 치료를 받게 해줬다. 무톰보는 이뿐 아니라 DRC에는 얼굴 종양 제거 수술을 할 의료진이 없음을 알고, 미국에서 수술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종양을 그대로 놔두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국의 어린이를 치료해 꿈을 심어주려 했던 '키다리 아저씨' 무톰보의 뜻은 아쉽게도 이루지지 못했다.

마타디가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서 머물고 있던 로널드 맥도널드 하우스를 찾아 마타디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용기를 줬던 무톰보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타디 사진을 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무톰보는 마타디에게 수술을 받고 DRC로 돌아가면 맘껏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도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안겨줬었다.

무톰보 재단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마타디를 잃어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그의 가족에게 마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마타디를 기억하면서 DRC 어린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협력을 계속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