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혜화역 시위'…성 편파 수사 규탄, 그 발단과 논란

기사등록 2018/12/22 11:55:58

"홍대 몰카 사건 편파 수사" 여성 분노 분출

1만~6만명 결집해 광화문까지 진출하기도

대통령 "여성 원한" 발언에 정부 겨냥 본격화

"문재인 재기해" 과격 표현…내부서도 논란

22일 오후 광화문에서 시위 후 무기한 연기

'여혐' 새 이슈 발생하면 언제든 재개 가능성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여성단체 '불편한용기'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2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차별 수사 중단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6.09.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여성단체 '불편한용기'의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2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차별 수사 중단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2018년 마지막 '혜화역 시위'가 22일 오후 광화문에서 예고됐다. '홍대 몰카 사건'에 대한 편파 수사를 주장하며 지난 5월 시작된 집회는 이날로 6차를 맞았다.

같은 달 1일 홍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 투입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남성 혐오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온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 후 사진을 촬영·유포한 동료 모델 안모(25·여)씨가 구속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2일이었다.

이에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기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여성들을 중심으로 경찰의 빠른 대처를 '편파수사'로 규정하고 분노한다는 의미의 집회가 촉발됐다.
 
첫 집회는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 측의 주도로 5월1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렸다. 여성 1만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수사 당국이 불법촬영 사건을 다루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성차별 수사를 한다"고 외쳤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운집한 집회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6월9일 2차 집회에서는 4만여명, 7월7일 3차 집회에서는 6만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힘입어 8월4일 4차 집회는 혜화를 벗어나 '집회·시위의 메카'로 떠오른 광화문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성별 대결 구도로 시작된 집회인 탓에 초기부터 다양한 이슈를 몰고 온 것이 사실이다.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더욱 격화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논란이 가중된 것은 도중에 정부에 대한 비판 구호가 나오면서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8월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법 몰래카메라 촬영 규탄 집회에서 참가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지난 8월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법 몰래카메라 촬영 규탄 집회에서 참가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8.04. [email protected]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혜화역 시위에 대해 언급하면서 "여성들의 성과 관련된 수치심, 명예심에 대해서 특별히 존중한다는 것을 여성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 줘야 여성들의 원한 같은 것이 풀린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고 우려한 데 대한 집회 측의 반발이 거셌던 것이다.

시위의 취지를 이해한다는 발언이었지만 집회 측은 "일상생활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여성들의 분노와 두려움을 '원한' 정도로 치부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급기야 3차 시위에서는 '문재인 재기해'라는 자살 비하 구호가 사용됐고 4차 시위에서도 "자칭 페미 문재인은 응답하라" "페미공약 걸어놓고 나 몰라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과하라" "촛불시위 혁명이고 여성시위 원한이냐" 등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이에 시위를 지지하던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방향이 과연 옳으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일부는 지지를 거두기도 했다.

22일 진행될 6차 시위에 대비해 미리 공개된 구호문에서도 "문재인 국민들이 명령한다", "아가리페미 남대통령 사죄하라", "알탕카르텔 문재인 때려쳐라" 등 정부와 대통령을 거칠게 공격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꾸준히 집회에 참여해왔으며 22일 집회에도 나갈 계획인 윤모(28)씨는 "표현이 과격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서 내 권리가 보장 받은 부분은 그토록 적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만큼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여성 시위라는 것이 정치색보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지난 10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불편한 용기는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여성에게만 수사가 가혹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비판하며 지난 5월부터 시위를 시작했으며 이날 5차 집회를 개최했다. 2018.10.06.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지난 10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편파판결, 불법촬영 규탄시위'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불편한 용기는 '홍대 몰카 사건'을 계기로 여성에게만 수사가 가혹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비판하며 지난 5월부터 시위를 시작했으며 이날 5차 집회를 개최했다. [email protected]
정부를 겨냥하는 방향이 노골화한 이후 집회에 나가지 않았다는 최모(34)씨는 "납득할 수 없는 방향이라고 생각했고 결국 정치적으로 또 누군가가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시위를 마지막으로 '불편한 용기' 주도 집회는 무기한 연기된다. 그러나 여성 혐오, 편파 수사, 편파 판결 이슈가 새롭게 발생할 경우 시위는 언제든 다시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최 측은 지난 18일 "약 7개월간 쉴 새 없이 달려왔으며 6차를 마지막으로 다음 시위를 잠정 무기한 연기하겠다"면서 "스스로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며 더욱 거세질 백래시(backlash·반동)가 밀려오고 있는지 고찰하고 다각도로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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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12/22 11:55:5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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