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대표의 단식은 지난 6일 '당리당략', '무리수'라는 비판과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수정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를 눈 감아왔던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을 움직이게 했다.
소수정당 대표가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하다 쓰러지는 장면은 거대 양당 지도부에게 압박과 부담이 됐다. 사실상 의석수 손실이 불기파한 협상을 강요받게 된 셈이다. 특히 민주당은 두 야당 대표가 쓰러질 경우 제1야당인 한국당은 물론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의 '반(反)기득권 연대'와도 대치해야 했다. 여당이자 원내 제1당으로서 갈등 조정력과 정치력 부재를 탓하는 지적이 불거지면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후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컸다.
문 대통령은 비례성과 대표성 보완을 지지한다고 화답하자 문 의장은 두 야당 대표에게 이를 전하면서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와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간 3자 대화 창구가 가동되면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방문과 여야간 합의 도출에 일조했다.
국회 관계자는 문 의장이 문 대통령과 회동을 요청한 것에 대해 "문 의장이 두 야당대표가 병원으로 실려 가는 것은 정당간 신뢰가 깨져 내년 국회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15일 야3당 농성 해단식에 참석해 "오늘 합의에는 문 의장의 역할이 아주 컸다. "문 의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방문해 국회의 뜻을 전했다"며 "문 의장이 대통령의 뜻을 원내대표들에게 전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물론 거대 양당 지도부의 타협도 이뤄졌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취임 한지 얼마 안 됐는데 당내 상황도 복잡한 가운데 두분 단식을 풀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자세로 통큰 합의를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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