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내 보험을 한눈에 확인하고 보험금도 간편하게 찾아주는 보험관리 앱 '보맵'이 내달 새 버전을 출시한다. 보험관리는 물론 판매까지 확장한 형태가 될 예정이다.
뉴시스는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보맵을 개발·운영하는 레드벨벳벤처스의 류준우 대표를 만났다.
다른 분야보다 유독 보험은 기술변화가 느리다. '보험=과도한 영업'이란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인슈어테크(Insure+Tech) 태동기에 보험영업을 주 기능으로 탑재한 앱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보맵의 성장요소가 여기에 있다. 판매가 아닌 관리에 집중해다는 점, 그렇기에 보험판매까지 사업을 확장하기에 앞서 우려도 컸다.
이에 류 대표는 "보험관리를 충실히 해주니 오히려 고객이 지금상태에서 어떤 보험이 필요하냐고 묻더라"면서 "보험관리만으로는 반쪽짜리 앱이 될 것 같아 새 버전을 출시하게 됐다"고 답했다.
다음은 새버전 출시를 앞둔 보맵 류 대표와의 인터뷰.
-지금의 보맵을 처음 어떻게 출시하게 됐는지.
"지난 2010년 결혼을 준비하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결혼자금이 부족해 기존 보험을 해약했는데 해지환급금이 너무 적더라. 그제야 가입을 권유했던 설계사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보증보험 회사에 다니던 나도 이렇게 보험을 모르는데, 일반인은 얼마나 모를까 싶었다. 편하고 쉽게 내 보험을 관리할 수 없을까, 이것이 보맵의 시작이다."
-그 이후 많은 보험 앱이 탄생했다 사라졌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비결은?
"그동안 보험 앱 개발자들이 '판매'에 집중했다. 여기에 돈이 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신뢰다. 인공지능(AI)를 접목하는 등 혁신을 내놓더라도 보험이 결국 영업으로 귀결할 때 소비자가 외면하더라. 보험사에 문의했더니 보험에 가입하라고 전화오는 상황에 지쳐있던 것이다. 그래서 판매영역이 아닌 관리에 집중했다."
-그렇기에 보험 판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우려될 것 같다.
"맞다. 그래서 고객 반응을 살피고 살폈다. 사실 이번 버전은 우리의 필요가 아닌 고객 수요로 탄생했다. 우리가 열심히 가입한 보험을 분석하고 보험금 청구도 도와주며 사후관리를 했더니 결국 고객의 질문은 처음으로 돌아가더라. '그럼 지금 무슨보험을 줄여 어떤 보험에 가입할까요'라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앱이 반쪽짜리가 되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기존 실패사례처럼 오프라인의 보험판매를 앱으로 그대로 옮긴 상태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보험만 싣자'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를 '일상으로의 보험'이라고 표현한다."
-구체적으로 '일상으로의 보험'이 무엇인지.
"기존의 보험산업은 '무서운 것에 관한 보험'만 있었다. 내가 암에 걸리거나 죽거나, 이런 치명적 위험에 대한 보험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보니 고객이 보험을 어렵게 느끼고 가입에 앞서 불신이 깊다. 사실 보험은 일상에 존재하는 사고위협을 막아줄 때 더 요긴하다. 고객이 실제로 도움을 받는 다수의 경험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싶었다. 알지도 못한 수많은 기능이 탑재된 보험을 쪼개, 정말 일상에서 필요한 작은 보험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사실 젊은층에게 진짜 필요한 보험은 먼 훗날에 올 치명적인 위험이 아닌 지금 당장에 발생할 수 있는 일상에서의 위험 보장이다. 가령 2박3일 스키장을 갔다가 골절될 것이 우려된다고 실손보험을 들기는 쉽지 않다.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두려운 점은 항공납치가 아닌 연착이다. 핸드폰 액정이 깨질까 걱정되고 해외여행 중 분실이나 액티비티하다 다칠 것이 두렵다. 이같은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을 선보이려 한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올초부터 준비해 기술적으로는 거의 끝났다. 지금은 어떤 보험을 최종 탑재할 것인가로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현행법상 보험사가 아니면 보험상품을 만들 수 없어 보험사와 논의 중이다. 메리츠화재와 에이스손해보험, DB손해보험, 흥국생명 등과 접촉해왔다. 에이스손보와는 여행자보험, 메리츠화재와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보험을 선보이려고 한다."
-최근 신용정보원(신정원)과 보험 스타트업 사이에 고객정보 활용을 두고 보안강화하는 이슈 등이 제기된다. 이 정보를 활용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없을까.
"최근 신정원에서 내보험다보여 등 서비스를 이용할 때 회원가입 방식으로 인증절차를 바꾼다면서 논란이 됐다. 물론 신정원이 우려하는 바처럼 스타트업 등이 보험정보를 영업에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우려 때문에 선한 스타트업에도 해가 될까 우려된다. 이에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고 보안을 갖춘 스타트업과는 제휴를 맺는 방식을 제안한다."
-쉽지 않은 길이다. 창업 후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나.
"인슈어테크가 생각보다 난이도 높은 산업이더라. 보험과 기술 두 분야에 전문가가 사실상 전무했다. 창업 초기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온 점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짊어질 식구들이 많아 그런 고민은 버렸다. 오히려 보험시장에서 세웠던 가설을 검증해나가는 즐거움이 크다. 앞으로 3.0 버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보고 싶다."
[email protected]
"인슈어테크가 생각보다 난이도 높은 산업이더라. 보험과 기술 두 분야에 전문가가 사실상 전무했다. 창업 초기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온 점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짊어질 식구들이 많아 그런 고민은 버렸다. 오히려 보험시장에서 세웠던 가설을 검증해나가는 즐거움이 크다. 앞으로 3.0 버전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글로벌 시장을 두드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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