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 '시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사이의 두번째 시집이다. 변화된 노동 환경의 그늘진 이면과 차별받는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들을 담았다.
'늦은 밤 불쑥 울린 짧은 문자/ 보고 싶구나/ 오십 줄에 들어선 오래된 친구/ 한참을 들여다본다/ 가만가만 글자들을 따라 읽는다/ 글자마다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한 시절 뜨거웠던 시간이 깨어났을까/ 여백에 고단함이 배었다'('보고 싶구나' 중)
'생사를 넘나들다 한 고비를 넘기자/ 병상에 일어나 앉은 아버지/ 틀니를 쏙 빼서 닦는다/ 이웃집 마실 갔다 돌아온 것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정성껏 닦는다// 어린 시절에 늘 배가 고팠다고/ 난리 중에 피란 다니면서도/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먹고 보자던/ 그 긴 시간들이 신념처럼 굳게 들러붙었는지/ 정신 들자마자 틀니부터 닦는'('틀니' 중)
김 시인은 "시가 여전히 길다"며 "덜 성숙하니 일상에서 내 말보다 시가 더 길다"고 한다."아직 할 말이 많은가보다. 아직 반성할 기회가 있는 것이겠다. 아직 길은 있는 것이다. 그 믿음으로 아직 산다. 여전히 나는 네가 좋다. 음정 박자 어설픈 내 옆에 있어서." 120쪽, 9000원, 창비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
2002년 '시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사이의 두번째 시집이다. 변화된 노동 환경의 그늘진 이면과 차별받는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들을 담았다.
'늦은 밤 불쑥 울린 짧은 문자/ 보고 싶구나/ 오십 줄에 들어선 오래된 친구/ 한참을 들여다본다/ 가만가만 글자들을 따라 읽는다/ 글자마다 지독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한 시절 뜨거웠던 시간이 깨어났을까/ 여백에 고단함이 배었다'('보고 싶구나' 중)
'생사를 넘나들다 한 고비를 넘기자/ 병상에 일어나 앉은 아버지/ 틀니를 쏙 빼서 닦는다/ 이웃집 마실 갔다 돌아온 것처럼/ 평온한 모습으로 정성껏 닦는다// 어린 시절에 늘 배가 고팠다고/ 난리 중에 피란 다니면서도/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뭐든 먹고 보자던/ 그 긴 시간들이 신념처럼 굳게 들러붙었는지/ 정신 들자마자 틀니부터 닦는'('틀니' 중)
김 시인은 "시가 여전히 길다"며 "덜 성숙하니 일상에서 내 말보다 시가 더 길다"고 한다."아직 할 말이 많은가보다. 아직 반성할 기회가 있는 것이겠다. 아직 길은 있는 것이다. 그 믿음으로 아직 산다. 여전히 나는 네가 좋다. 음정 박자 어설픈 내 옆에 있어서." 120쪽, 9000원, 창비

◇풀밭의 철학
1996년 '시대문학'으로 등단한 최동희의 첫 시집이다. 결핍으로부터 생겨난 상흔,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가 담겼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오랜 기억 속에서 반짝이던 말과 생각들이 비로소 형식을 입고 나온 듯한, 시인 자신의 고백과 다짐과 치유의 과정이 깊이 녹아있다"고 읽었다.
'아무리 봐도 잡초 하나 없다/ 잡초 한 뿌리 거두지 않는 땅엔/ 함부로 발을 딛기가 어렵다/ 볕 자락을 마르고 바람 조각도 재서/ 꼭 필요한 만큼만 부려/ 한 치의 틈도 없을 게 분명하다// 나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고 싶다/ 나보다 먼저 자라는 잡초들 틈에서/ 애써 키 재기 하지 않고/ 그냥 그네들과 어우러져/ 때로 섣부른 볕에 잔뿌리로 뒹굴기도 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맨살을 부딪치기도 하면서'('풀밭의 철학' 중)
'하늘로 돌아간다는 말은/ 중력에 반하는 거짓말이다// 죽음은 꼭대기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최젓값으로 완성된다/ 하늘을 날던 새도 제 몸을 마지막으로 눕히는 곳은 하늘이 아니다'('귀천 유감' 중)
최 시인은 "겨우 체질을 끝내고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며 "조미료는 아예 넣지 않아 맛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저 군내만 없기를 바랄 뿐이다"고 한다. 124쪽, 9000원, 천년의시작
[email protected]
1996년 '시대문학'으로 등단한 최동희의 첫 시집이다. 결핍으로부터 생겨난 상흔, 생활에서 터득한 지혜가 담겼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오랜 기억 속에서 반짝이던 말과 생각들이 비로소 형식을 입고 나온 듯한, 시인 자신의 고백과 다짐과 치유의 과정이 깊이 녹아있다"고 읽었다.
'아무리 봐도 잡초 하나 없다/ 잡초 한 뿌리 거두지 않는 땅엔/ 함부로 발을 딛기가 어렵다/ 볕 자락을 마르고 바람 조각도 재서/ 꼭 필요한 만큼만 부려/ 한 치의 틈도 없을 게 분명하다// 나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고 싶다/ 나보다 먼저 자라는 잡초들 틈에서/ 애써 키 재기 하지 않고/ 그냥 그네들과 어우러져/ 때로 섣부른 볕에 잔뿌리로 뒹굴기도 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맨살을 부딪치기도 하면서'('풀밭의 철학' 중)
'하늘로 돌아간다는 말은/ 중력에 반하는 거짓말이다// 죽음은 꼭대기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최젓값으로 완성된다/ 하늘을 날던 새도 제 몸을 마지막으로 눕히는 곳은 하늘이 아니다'('귀천 유감' 중)
최 시인은 "겨우 체질을 끝내고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며 "조미료는 아예 넣지 않아 맛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저 군내만 없기를 바랄 뿐이다"고 한다. 124쪽, 9000원,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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