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철거민의 유서 "겨울을 길에서…내일이 두려워"(종합)

기사등록 2018/12/05 16:50:00

아현2구역 30대 철거민 극단적 선택

"3번의 강제집행…가방 하나가 전부"

"야위어 가는 어머니 보며 마음 아파"

母 "가게를 하고 싶던 착한 아들" 눈물

빈민연대 "사회적 타살이고 국가 폭력"

마포구청장 "책임 통감…현장점검 약속"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박준경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 3일 한강변에 투신해 이튿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8.12.05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박준경씨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지난 3일 한강변에 투신해 이튿날인 4일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8.12.05
【서울=뉴시스】조인우 김동현 기자 =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입니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 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 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4일 오전 한강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준경(37)씨가 유서를 통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랬다. 유서는 옷 등 유품과 함께 박씨가 한강변에서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3일 오전 11시께 망원유수지에서 발견됐다.

빈민해방실천연대 등에 따르면 박씨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아현2구역에서 노모와 살던 철거민이다.

박씨의 어머니 등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7월26일 최초 강제집행 이후 9월6일 강제집행으로 거주할 곳을 잃고 개발지구 내 빈집을 전전했다. 이후 지난달 30일 기거하던 공간마저 또 한 번의 강제집행으로 잃게 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는 5일 오후 2시 마포구 마포구청 앞에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 박준경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무식하고 야만적인 살림살이로 이 국가가 박준경 동지를 죽였다"며 "사형이자 국가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포구청, 공무원들이 죽였다"며 "철거민들이 매일 같이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오지 않았던 경찰이 마포구청장을 지키기 위해 떼거지처럼 와 있다"고 했다.

연대는 10주기를 앞두고 있는 용산 참사를 언급하며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변함 없이 국가는 철거민을 죽이고 있다. 오히려 용산 참사 10주기를 앞둔 지금 살인적인 강제수용, 강제철거로 인해 피해자들이 더욱 속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도 '마포 학살'(이라고 불러야 한다)"이라며 "마포구청이 죽인 이 학살과 참사를 마포구청장과 문재인정부는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0월30일과 지난달 1일 실시된 강제집행이 폭력적이었고 집행관이나 경찰도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하면서 "수수방관하기만 했던 마포경찰서의 직무유기는 용역의 폭력적인 강제집행을 허가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숨진 박씨의 어머니도 자리를 지켰다.

박씨는 유서에서 "어머니도 갈 곳이 없고 고생하며 투쟁 중이라 걱정"이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야위어 가며 주름이 느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항상 짐이 돼 부끄럽고 죄송하다. 못난 아들이 먼저 가게 돼 또 한번 불효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박씨에 대해 "남한테 싫은 소리 한 마디 할 줄 모르고 싫은 말 듣는 것도 상처 받아하던 아들"이라며 "그렇게 착하고 가게를 하고 싶어하던 아들이었는데 나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박씨 사망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이후 유 청장과의 회의 자리에 참석한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위원장은 "유 청장이 직접 나와 책임을 통감한다며 오늘 현장을 점검하고 용역도 빼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실질적인 행동을) 지켜 봐야 하겠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현2구역은 2016년 6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뒤 재건축 사업에 착수했다.

일부 철거민들이 지난달 마포대교에서 너무 낮은 토지 감정평가액을 문제 삼으며 투신하겠다고 시위를 벌여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30대 철거민의 유서 "겨울을 길에서…내일이 두려워"(종합)

기사등록 2018/12/05 16:50:00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