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나의 둔촌아파트
추억의 공간인 고향을 잃어버린 소녀의 이야기를 1인칭 작가 시점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화자 '나'는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 공사 중인 둔촌주공아파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 자신이다. 1990년대 말 이후 대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아파트가 이 시대 보편적 주거 형태가 됐다. 많은 아이가 아파트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파트가 '고향'인 세대가 재개발된 아파트의 철거로 느끼는 실향의 감정을 대변한다.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와 우르르 몰려오는 아이들 발소리가 긴 복도를 가득 메우던 곳. 노을이 물든 보도에 도마 소리와 따뜻한 밥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집마다 불이 켜지던 곳. 삐걱거리는 시소 소리와 두부 장수 종소리가 나던 곳. 나는 지금은 사라져 기억 속에만 있는 둔촌주공아파트를 찾아간다. 기억 속 둔촌주공아파트에는 라일락 나무에 꽃이 핀 화단을 지나면 현관 우편함이 있다. 나는 우편함을 열어 옛날 편지들을 찾아보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려 아이들 뛰어다니고 엄마들이 한담을 나누는 복도를 지난 505호 우리 집 문을 연다. 우리 가족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 가로수 꼭대기가 보이는 창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여섯살 생일파티를 하던 기억 속에 선물로 받은 곰돌이 인형을 찾아 나선다.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워있는 곰돌이가 보이고 나는 작은 아이로 돌아가 곰돌이를 힘껏 끌어안는다.
작가는 공간이 있던 자리는 있으나 사람이 살던 장소는 없는 고향을 대형 댐 건설로 물에 잠긴 수몰마을에 빗대어 실향의 아픔을 표현했다. 김민지 지음, 48쪽, 1만5000원, 이야기꽃
◇구스범스: 목각인형의 신부
7일 개봉한 영화 '구스범스: 몬스터의 역습'을 기념해 출간된 특별판이다. 저주가 서려 있는 목각 인형 슬래피가 신부를 찾는다고 파티장을 초토화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질리언이 이웃집 꼬마의 생일파티 날에 친구 해리슨과 복화술 인형극을 올려 용돈을 벌기로 한다. 질리언은 생일 파티 공연에 참고하려고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복화술 인형극을 보러 간다. 연극이 끝나자 동생들이 갑자기 사라진다. 질리언은 동생들을 찾아 무대 뒤편 분장실에 갔다가 복화술사와 목각 인형 슬래피가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다. 동생들을 찾은 질리언은 공포감에 질려 집에 돌아왔는데 거실 소파에 목각 인형 슬래피가 앉아 있다.
그날 이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생일파티날 질리언과 해리슨은 여자 인형 '메리 엘런'과 남자 인형 '멕시'를 갖고 인형극 무대에 오른다. 질리언이 인형극을 펼치자 슬래피가 갑자기 살아나더니 질러언의 손목을 잡으면서 당장 신부를 데려오라고 윽박지른다. 예상치 못한 '신부'가 나타나는 반전이 대미를 장식한다. R L 스타인 지음, 신은정 그림, 신인수 옮김, 196쪽, 9000원, 고릴라박스
◇ 사랑에 빠진 토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가족 이야기를 담은 '미국 부통령의 토끼 말런 분도의 하루'를 유머와 풍자를 담아 패러디한 그림책이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사는 애완 토끼 '말런 분도'의 하루를 담았다. '말런 분도'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반려동물로 인스타그램에서도 유명하다.
토끼 '말런 분도'는 넓은 해군 천문대 정원에 있는 오래된 집에서 지낸다. 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던 그에게 특별한 날이 시작된다. 혼자 당근을 먹고 뉴스를 보고 정원의 꽃과 곤충들에게 인사하던 그때 우연히 갈색 토끼 웨슬리를 만나게 된다. 심장이 뛰면서 웨슬리에게 푹 빠진다. 둘은 상대를 좋아하고 서로 함께 있다면 오래된 집에서도 외롭지 않고 즐겁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침내 둘은 결혼하기로 하고 정원으로 나가 모든 동물에게 자신들의 결심을 선언한다. 그러나 두목 벌레 '구린내 킁킁이'가 수컷 토끼끼리 결혼할 수 없다며 강하게 제지해 이들의 결혼은 위기를 맞는다.
성소수자의 권리와 새로운 가족 형태를 옹호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토끼 말런 분도를 통해 소수자의 인권, 소수자에 대한 배려, 다양성을 주제로 다룬다. 작가는 말런 분도와 웨슬리 커플을 통해 다른 것은 나쁘지 않으며 사랑은 영원하며 불합리한 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도를 바꾸는 원동력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질 트위스 지음, EG 켈러 그림, 김지은 옮김, 32쪽, 1만8000원,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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