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임홍균씨, 9년 동안 주로 익명 통해 4억여원 기부
"작은 등불이 되고파" 퇴직후 20년째 묵묵히 봉사활동

【담양=뉴시스】송창헌 기자 = 10년 가까이 '얼굴없는 기부천사'로 알려진 전남 담양의 임홍균(77)씨가 2009년 이후 익명의 기부와 함께 남긴 메모들. 임씨는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푼 두 푼 모아 기부한 장학금이 어두운 골목길에 작은 등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8.10.03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담양=뉴시스】송창헌 기자 = "골목길 작은 등불이 되고파!" "꼭 1학년 학생을 선발해 2년 이상 지원해 주세요"
수년 전,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2억원과 1억원이 든 돈상자를 잇따라 익명으로 기부해 각박한 세상에 감동을 선사했던 전남 담양의 '얼굴없는 기부천사'가 칠순의 전직 소방관으로 확인됐다. 첫 기부가 이뤄진 지 9년 만이다.
주인공은 올해 나이 77세의 임홍균씨. 30년 남짓 소방관으로 일한 뒤 20년 전 퇴직한 그는 궂은 일을 마다 않고 희생하는 의용 소방대원들을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하고 싶어", 또 어린 학생들에게 "골목길의 작은 등불이 되고 싶어"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했다.
퇴직 후 소방 관련 자그마한 사업을 하면서 근검절약해 적금을 붓고, 고물수거에 재활용품 수거까지 마다 않으며 푼푼이 장학금을 모았다.
직장을 그만둔 지 꼬박 10년째 되던 해, 그는 가슴에 품어왔던 '꿈'을 실행에 옮겼다.
2009년 7월31일 오전, 그는 커다란 과일상자에 5만원, 1만원권 돈 뭉치를 은행봉투 등에 빼곡히 담은 뒤 테이프를 단단히 봉합한 다음 택배로 군청 행정과로 배달했다.
상자 안에는 '푸른 신호등처럼 살고 싶었지만, 적신호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이제 문제가 해결돼 행동에 옮기게 됐다'는 메모와 함께 '소방대 5년 이상 자녀, 읍·면장이 추천, 졸업때까지 전액 지급, 장학생은 군에서 추천해 달라'는 상세한 당부의 글도 함께 남겼다.
신원을 숨기기 위해 박스 겉면에는 수신자를 '담양군수'로, 발신자는 가상인물인 '광주 동구 충장로4가 모 서점 대표 김모씨'로, 발신자 휴대전화는 아예 결번으로 남겼다.
편지 말미에 '현재액 +α'라고 적어 추가 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그는 이듬해 2월, 박카스 상자에 현금 200만원을 넣어 기부했고, 2011년 3월에는 5만원권 100장씩 20묶음 모두 1억원을 양주상자 담아 기부했다.
세 번 모두 익명이었고, 자신의 앞선 두 차례 기부로 결성된 '등불장학회' 앞으로 보낸 세 번째 기부 때는 장학회 직원들께 진심어린 감사를 표한 뒤 '1학년 신입생을 선발해 2년 이상 지급해달라'고 당부했다.

【담양=뉴시스】송창헌 기자 = 전남 담양의 기부천사 임홍균(77)씨가 2009년 7월과 2011년 3월, 익명으로 기부한 각각 2억원(왼쪽)과 1억원의 장학금. 임씨는 2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어두운 골목길에 작은 등불이 되고자 했던 일"이라며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되레 부끄러워 했다. 2018.10.03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이후에도 크고 작은 기부와 봉사 활동을 이어오던 임씨의 숨은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15년 10월.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1억원을 기부한 것이 뒤늦게 큰아들의 연말정산 과정에서 실명이 노출되고, '기왕 알게된 것, 굳이 숨기지 말고 알리는 게 오히려 낫다'는 주위 권유로 9년 만에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임씨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그의 '숨은 덕행'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폐지와 고물을 팔아 모은 돈 400만원을 자신 때문에 생긴 '등불장학회'의 후원금으로 내놓은 사실, 350여 후원자들로부터 1500여 만원을 모아 장학회에 전달한 사실, 문중 지인에게 권유해 1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토록 한 사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성금을 모아 전달한 사실 등 숱한 미담이 꼬리를 물고 전해졌다. 담양장학회가 추진한 1인 1계좌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가 9년 간 기부한 돈은 모두 4억900만원에 이르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신문배달 소년돕기, 수재의연금 모금활동 등 드러난 봉사활동만도 100여 차례에 이른다.
임씨는 "장학금 기부 사실이 본의 아니게 알려지게 돼 가족과 군민들에게 미안하다"며 "나이가 많아 예전같이 활동하기 쉽진 않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작은 봉사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임씨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그의 '숨은 덕행'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폐지와 고물을 팔아 모은 돈 400만원을 자신 때문에 생긴 '등불장학회'의 후원금으로 내놓은 사실, 350여 후원자들로부터 1500여 만원을 모아 장학회에 전달한 사실, 문중 지인에게 권유해 1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토록 한 사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성금을 모아 전달한 사실 등 숱한 미담이 꼬리를 물고 전해졌다. 담양장학회가 추진한 1인 1계좌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가 9년 간 기부한 돈은 모두 4억900만원에 이르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신문배달 소년돕기, 수재의연금 모금활동 등 드러난 봉사활동만도 100여 차례에 이른다.
임씨는 "장학금 기부 사실이 본의 아니게 알려지게 돼 가족과 군민들에게 미안하다"며 "나이가 많아 예전같이 활동하기 쉽진 않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작은 봉사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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