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는 하늘 길, 盧는 땅 길'···文대통령, 3차 평양行 땐 어디로

기사등록 2018/09/09 17:03:28

【판문점=뉴시스】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4.27.
【판문점=뉴시스】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4.27.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현직 대통령으로 역대 세 번째 평양 방문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루트를 활용해 이동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은 전용기 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 순안공항에 내렸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은 승용차를 통한 육로 방북을 택해 각각 최초로 '하늘 길'과 '땅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모든 방북의 모습을 보여준 만큼 문 대통령의 방북도 항로와 육로 2가지 방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앞선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때와 차별화를 위해 남북 간 놓인 철도를 이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남북 철도를 이용한 방북은 문 대통령의 '신(新) 한반도 경제지도' 구상과도 맞닿아 있어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철도 방북은 2007년 한 차례 추진했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는 만큼 쉽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끊어진 철도를 이용해 평양까지 가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개성부터 평양까지의 선로 보수문제로 인해 결국 뜻을 접은 바 있다.

 특히 최근 남북이 4·27 판문점선언 이행의 일환으로 올해 연말까지 남북철도 현대화·연결 사업의 착공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 유엔군 사령부의 승인 거부로 인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남북은 지난달 22~27일 경의선 북측 구간(개성~신의주)에 열차를 직접 운행하며 선로 상태 등을 점검할 계획이었지만 유엔사가 통행 승인을 내주지 않아 무산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방북 경로는 다음 주 한 차례 예정된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의 의제·의전·경호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이번 실무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서해 직항로 혹은 육로 방문 여부에 대한 합의는 필수적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서해 직항로를 이용하는 평양 방문 여부는 아직 결정 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북측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2000년 제1차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은 항공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활주로에서 악수하는 장면이 첫 정상회담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육로 방북을 택한 노무현 대통령 때는 평양에서의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대신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모색했다.

 2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으로 정상회담을 지휘했던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은 육로 방북의 밋밋함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노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의 내밀한 이야기들은 문 대통령의 저서 '운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 앞에서 국민들에게 인사 말씀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을 더한다 해도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의 밋밋함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실무협의팀에 있던 의전비서관실 오승록 행정관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놨다.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 부딪히자 군사분계선 식별도 단순히 포장된 도로 위를 걸어가는 방법도 마뜩찮았다. 그래서 고안된 것이 포장 도로 위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고, 노 대통령이 그 위를 지나가는 방법이었다.

 정상회담을 이벤트화 해서는 안된다는 노 대통령의 지시에 다들 주저할 때 문 대통령이 총대를 메고 "북한과 이미 합의가 됐다"는 허위보고로 노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대목이 자서전에 담겨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효과는 대단했다. 군사분계선을 노란 페인트 선으로 그어 놓으니 더 극적으로 보였다"며 "결국 그 장면이 세계적으로 10·4 정상회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군사분계선을 넘어올 때 상징성을 더하기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 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 과정에서 육로 방북이 결정된다면 비슷한 방식의 이벤트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해 직항로를 통한 방북 때엔 평양 순안 공항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감동적인 장면 연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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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9/09 17:03:2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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