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1등'이 미스터리인 이유…극적인 성적 상승 불가능?

기사등록 2018/09/08 13:38:54

'공부해서 성적 올랐다' 해명…"가능성 없지 않아"

"마음 잡고 공부해 성적 크게 오른 사례 꽤 있어"

"내신 경쟁 치열한 학교, 극적 상승 어려워" 반박

"유명 수학학원서 낮은 등급 받고 전교 1등 불가"

경찰, 드물게 고등학교를 압수수색…수사 가속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경찰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이 학교 교무부장이 2학년인 쌍둥이 딸 2명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해 성적을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2018.09.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경찰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이 학교 교무부장이 2학년인 쌍둥이 딸 2명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해 성적을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2018.09.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불거진 정기고사 시험 문제 유출 의혹으로 한국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8학군이 들끓고 있다. 

 의혹이 커지면서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진행해 수사의뢰를 했으며, 경찰은 이례적으로 고등학교 등을 압수수색하고 교사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조사를 이어가면서 시험 문제 유출 정황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전교 1등…"공부해서 성적 오른 것"

 숙명여고를 둘러싼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올 7월 중순 학원가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2학년 1학기에 성적이 올라 문·이과 전교 1등을 했는데, 기존 성적 등을 토대로 볼 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내용이다. 쌍둥이 딸의 1학년 1학기 성적은 각각 121등, 59등이었다고 한다.

 두 딸의 아버지가 학교 교무부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이 거론되면서 시험문제가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저녁에 학교 앞 촛불집회를 열어 "내신 비리를 중징계하라"라고 촉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교무부장에서 물러난 A씨는 공부를 통해 딸들의 성적이 오른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학습을 통해 두 딸의 성적이 1학년 2학기에 이과 전교 5등, 문과 전교 2등으로 상승했고 이후 다른 과목 점수가 오르면서 2학년 1학기에 각각 1등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을 둔 학부모로써 항상 조심하면서 살아왔고, 재직 교사의 자녀가 같이 있을 때 지켜야 할 원칙은 철저히 지켜왔다"라면서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을 일축했다.

 교무부장 A씨의 해명대로 두 딸이 공부를 통해 성적이 올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학습 역량이 소득 수준과 비례하는 정도가 심화하면서 과거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확률은 낮아졌지만, 지역 일반 고교에서 마음을 잡고 공부해 극적인 성적 상승을 보이는 경우가 지금도 꽤 있다고 한다.

 강남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도 마음을 잡고 공부해 성적이 크게 상승한 사례가 있다"며 "특히 학생에게 신뢰를 주는 멘토를 만난 경우에 그런 일이 많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등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실제 두 학생의 성적이 올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3일 서울 도곡동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지 유출 규탄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2018.09.03.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3일 서울 도곡동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지 유출 규탄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내신 경쟁 치열한 유명 학교…"학원 등급 낮은데 전교 1등?"

 그러나 숙명여고를 비롯한 이 지역 고교 학부모들과 학원가에서는 성적이 단기간에 급상승하는, 쌍둥이 자매와 같은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숙명여고는 서울 유명 일반고 가운데서도 입시 경쟁이 치열하기로 널리 알려진 학교인 까닭이다.

 특히 성적이 공부를 통해 급상승했을지라도 자매가 동시에 전교 1등을 한 것은 의아하다는 게 중론이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문·이과 1등인 쌍둥이의 성적이 2등과 큰 격차를 둔 것도 의문을 더하는 대목이다.

 숙명여고는 강남8학군에 속하는 고등학교로 최근에는 단국대사범대학교부속고등학교(단대부고), 휘문고등학교와 함께 학원가 일부에서 '일반고 빅(Big) 3'로 분류할 정도로 지역 내 입시 명문으로 손꼽히고 있다.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도 높은 편이어서 한 문제 차이로 내신 등급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수행평가 점수 1점차로 등락이 발생하기도 한다. 악명 높은 내신 경쟁 탓에 대입 수시 모집에서도 활동사항보다 성적이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라는 게 학원가의 전반적인 평가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한 관계자는 "숙명여고 이과 1등을 하게 되면 서울대 의대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그만큼 예민하게 내신을 준비한다"라며 "모두가 치열하기 때문에 성적이 쉽게 변동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극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라고 단언했다.

 쌍둥이 자매가 대치동의 유명 전문 수학학원 입반 시험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는 점도 시험문제 유출 의혹의 배경으로 꼽힌다.

 해당 학원은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학생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입반 시험에서 받은 등급이 실제 수학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처럼 통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고난이도 문제만을 다루는 수준인 1등급 반에 배정될 경우 내세울만한 일종의 '명함'이 된다고 한다. 쌍둥이 자매는 입반 시험에서 각각 3등급, 5등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A씨는 딸들이 처음에는 입반 시험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으나 수학 클리닉과 교정을 받아 성적이 오를 수 있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경찰이 이 학교 교무부장이 2학년인 쌍둥이 딸 2명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해 성적을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자료를 가지고 나가고 있다. 2018.09.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경찰이 이 학교 교무부장이 2학년인 쌍둥이 딸 2명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해 성적을 올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자료를 가지고 나가고 있다. 2018.09.05. [email protected]
◇서울시교육청 "유출 개연성 있어"…경찰, 수사에 속도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에서 전 교무부장이 2016년부터 정기고사 출제 문제와 정답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녀가 속한 학년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6차례에 걸쳐 검토하고 결재한 것으로 조사했다.

 시교육청은 또 고사 담당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 단독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했는데, 서울시교육청은 단독 검토 시간이 최장 50분에 이를 것으로 봤다. 다만 교무실에는 폐쇄회로(CC) TV가 없어 전 교무부장이 어떤 방식으로 시험지를 단독 검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서울시교육청은 쌍둥이 딸이 문·이과로 나뉘기 전인 2017년 1학년 2학기 수학과목 시험 중 1문제에 대해 시험 후 정답이 정정된 문제의 '정정 전 정답'을 나란히 적어낸 것으로 파악했다.

 2학년부터 문과와 이과로 갈리면서 같은 시험 문제를 풀 일이 없어졌으나 이과 딸은 6개, 문과 딸은 4개 문제에서 정정되기 전 정답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교육청은 특별감사 결과 시험 문제가 유출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흔치 않게 고등학교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대한 빠른 종결 의지를 보이는 모습이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시험 문제나 답이 유출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있으며, 쌍둥이 자매의 학교·학원 성적을 비교하는 등 시험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인정할 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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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1등'이 미스터리인 이유…극적인 성적 상승 불가능?

기사등록 2018/09/08 13:38:54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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