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구두점 정정
어제서문 중 通과 故 사이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서울=뉴시스】 박대종 소장 = 1940년 간송본 발견 이후 지금까지 훈민정음 해례본 낙장에 대한 모든 복원안들은 “不相流通(불상유통)”과 “故愚民有所欲言(고우민유소욕언)” 사이의 구두점을 마침표인 구점(。)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훈민정음 언해본에서 “不相流通할쌔→서르 사맛디 아니할쌔(서로 유통하지 아니하기에)”라고 하여 문장을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경우 故(고)자 앞은 쉼표인 두점(◦)을 쓰는 해례본 자체 내의 엄정한 표기 원칙에 따라 당연히 ‘두점(讀點)’으로 정정해야 한다.
2017년 이후 문화재청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 낙장 부분을 바로잡아 향후 국어 교육자료 등 올바른 활용을 위한 토대를 갖추기 위해 해례본 정본작업을 해오고 있는 바, 먼저 그러한 좋은 취지와 노력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그 과정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2017년 12월 15일 거행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학술토론회’의 자료집에 따르면, 훈민정음학회 한재영 교수는 어제서문 중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국지어음이호중국여문자불상유통)”의 구두점에 관해 기존에 제시되었던 주장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 보고하였다.
안병희(1986)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최세화(1997)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한글학회(1998)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정우영(2016)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훈민정음학회(2017):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훈민정음 편찬 당시의 구두점은 우측아래에 찍는 마침표인 구점(。)과, 글자들 사이의 중간에 찍는 쉼표 두점(◦)으로 구별된다. 그런데 보는 바와 같이 ‘流通(유통)’ 뒤의 구두점은 모두 예외 없이 마침표로 제시하였다. 필자 또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 ‘훈민정음 어제서문의 복원’ 논문을 보고하면서, 다른 복원안들에 이의 없이 마침표 구점(。)으로 제시하였다.
선행연구자인 고 안병희 교수는 “通”자 뒤의 마침표 구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물론, 위 해례본의 끊어읽기 구두점 표시는 모두 훈민정음 언해본의 묶음단위 설명에 근거한 것이다. 언해본에서는 “國之語音이(나랏말싸미)”를 하나의 단락으로 묶어 번역하였으므로, 해례본 복원 시 학자들이 “國之語音” 뒤에 쉼표인 중간 두점(◦)을 제시한 것이다. 언해본에서 “異乎中國하야(듕귁에 달아)”를 한 묶음으로 언해하였기 때문에 학자들이 해례본의 “異乎中國” 뒤에 쉼표 두점(◦)을 제시한 것이다.
참고로, “國之語音이”는 문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당연히 마침표 구점(。)을 찍을 수 없다. 그리고 “異乎中國하야”도 문장이 끝나지 않고 뒷말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쉼표 두점(◦)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與文字不相流通” 부분을 언해본에서는 “與文字로 不相流通할쌔(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라고 하여 분명 한 묶음으로 설명했으나, 끝부분을 마침 짓는 말이 아니라 계속 잇는 말인 “~할쌔”로 표기했다.
표준 국어대사전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ㄹ쌔(아래아를 쓴 ‘쌔’)’에 대해 현대말 ‘-기에’에 해당하는 옛말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부사어미인 ‘-ㄹ쌔’는 현대어로 ‘-기에’이기 때문에, “不相流通할쌔”는 ‘서로 유통하지 아니하기에(아니하므로)’로 번역된다. 다시 말해, “서로 유통하지 아니하기에(不相流通할쌔)” 부분은 아직 문장이 끝나지 않고 뒷말과 이어지기 때문에, ‘通’자와 그 뒤의 ‘故’자 사이에는 쉼표인 두점(◦)을 찍어야 마땅하다. 그에 대한 많은 증거들이 해례본 안에 있다.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크게 세종임금이 온전히 지은 4장 분량의 ‘御製訓民正音(어제훈민정음)’ 편과 정인지 이하 집현전 8학사들이 함께 기록한 29장 분량의 ‘訓民正音解例(훈민정음해례)’ 편으로 대별된다. 각각에는 서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임금의 것은 맨 앞에, 신하들의 대표인 정인지 서문은 맨 뒤에 배치되어 있다.
29장 분량의 해례편에는 어제서문에 나오는 ‘故(연고=까닭 고)’자가 총 24회 출현한다. 순서대로 기재하면 다음과 같다.
1. 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捨陰陽而何之。故人之聲音
2. ㅋ比ㄱ◦聲出稍厲◦故加劃。
3. 夫人之有聲◦本於五行。故合諸四時而不悖
4. 然水乃生物之源◦火乃成物之用◦故五行之中◦水火爲大。
5. 喉乃出聲之門◦舌乃辨聲之管◦故五音之中◦喉舌爲主也。
6. ㄴㅁㅇ◦其聲最不厲◦故次序雖在於後◦而象形制字則爲之始。
7. ㅅㅈ雖皆爲全淸◦而ㅅ比ㅈ◦聲不厲◦故亦爲制字之始。
8. 其聲與o相似◦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
9. ㄱ木之成質◦ㅋ木之盛長◦ㄲ木之老壯◦故至此乃皆取象於牙也。
10. 盖以ㆆ聲深不爲之凝◦ㅎ比ㆆ聲淺◦故凝而爲全濁也。
11. 水火未離乎氣◦陰陽交合之初◦故闔。
12. 木金陰陽之定質◦故闢。
13. 一元之氣∘周流不窮◦四時之運◦循環無端◦故貞而復元◦冬而復春。
14. 聲音由此而生◦故曰母。
15. ㅗ與ㅏ同出於•◦故合而爲ㅘ。
16. ㅛ與ㅑ又同出於ㅣ◦故合而爲ㆇ。
17. ㅜ與ㅓ同出於ㅡ◦故合而爲ㅝ。
18. ㅠ與ㅕ又同出於ㅣ◦故合而爲ㅠㅕ。
2017년 이후 문화재청에서는 훈민정음 해례본 낙장 부분을 바로잡아 향후 국어 교육자료 등 올바른 활용을 위한 토대를 갖추기 위해 해례본 정본작업을 해오고 있는 바, 먼저 그러한 좋은 취지와 노력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그 과정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2017년 12월 15일 거행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학술토론회’의 자료집에 따르면, 훈민정음학회 한재영 교수는 어제서문 중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국지어음이호중국여문자불상유통)”의 구두점에 관해 기존에 제시되었던 주장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 보고하였다.
안병희(1986)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최세화(1997)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한글학회(1998)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정우영(2016) :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훈민정음학회(2017):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不相流通。
훈민정음 편찬 당시의 구두점은 우측아래에 찍는 마침표인 구점(。)과, 글자들 사이의 중간에 찍는 쉼표 두점(◦)으로 구별된다. 그런데 보는 바와 같이 ‘流通(유통)’ 뒤의 구두점은 모두 예외 없이 마침표로 제시하였다. 필자 또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 ‘훈민정음 어제서문의 복원’ 논문을 보고하면서, 다른 복원안들에 이의 없이 마침표 구점(。)으로 제시하였다.
선행연구자인 고 안병희 교수는 “通”자 뒤의 마침표 구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물론, 위 해례본의 끊어읽기 구두점 표시는 모두 훈민정음 언해본의 묶음단위 설명에 근거한 것이다. 언해본에서는 “國之語音이(나랏말싸미)”를 하나의 단락으로 묶어 번역하였으므로, 해례본 복원 시 학자들이 “國之語音” 뒤에 쉼표인 중간 두점(◦)을 제시한 것이다. 언해본에서 “異乎中國하야(듕귁에 달아)”를 한 묶음으로 언해하였기 때문에 학자들이 해례본의 “異乎中國” 뒤에 쉼표 두점(◦)을 제시한 것이다.
참고로, “國之語音이”는 문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당연히 마침표 구점(。)을 찍을 수 없다. 그리고 “異乎中國하야”도 문장이 끝나지 않고 뒷말로 이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쉼표 두점(◦)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與文字不相流通” 부분을 언해본에서는 “與文字로 不相流通할쌔(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라고 하여 분명 한 묶음으로 설명했으나, 끝부분을 마침 짓는 말이 아니라 계속 잇는 말인 “~할쌔”로 표기했다.
표준 국어대사전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ㄹ쌔(아래아를 쓴 ‘쌔’)’에 대해 현대말 ‘-기에’에 해당하는 옛말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부사어미인 ‘-ㄹ쌔’는 현대어로 ‘-기에’이기 때문에, “不相流通할쌔”는 ‘서로 유통하지 아니하기에(아니하므로)’로 번역된다. 다시 말해, “서로 유통하지 아니하기에(不相流通할쌔)” 부분은 아직 문장이 끝나지 않고 뒷말과 이어지기 때문에, ‘通’자와 그 뒤의 ‘故’자 사이에는 쉼표인 두점(◦)을 찍어야 마땅하다. 그에 대한 많은 증거들이 해례본 안에 있다.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은 크게 세종임금이 온전히 지은 4장 분량의 ‘御製訓民正音(어제훈민정음)’ 편과 정인지 이하 집현전 8학사들이 함께 기록한 29장 분량의 ‘訓民正音解例(훈민정음해례)’ 편으로 대별된다. 각각에는 서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임금의 것은 맨 앞에, 신하들의 대표인 정인지 서문은 맨 뒤에 배치되어 있다.
29장 분량의 해례편에는 어제서문에 나오는 ‘故(연고=까닭 고)’자가 총 24회 출현한다. 순서대로 기재하면 다음과 같다.
1. 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捨陰陽而何之。故人之聲音
2. ㅋ比ㄱ◦聲出稍厲◦故加劃。
3. 夫人之有聲◦本於五行。故合諸四時而不悖
4. 然水乃生物之源◦火乃成物之用◦故五行之中◦水火爲大。
5. 喉乃出聲之門◦舌乃辨聲之管◦故五音之中◦喉舌爲主也。
6. ㄴㅁㅇ◦其聲最不厲◦故次序雖在於後◦而象形制字則爲之始。
7. ㅅㅈ雖皆爲全淸◦而ㅅ比ㅈ◦聲不厲◦故亦爲制字之始。
8. 其聲與o相似◦故韻書疑與喩多相混用
9. ㄱ木之成質◦ㅋ木之盛長◦ㄲ木之老壯◦故至此乃皆取象於牙也。
10. 盖以ㆆ聲深不爲之凝◦ㅎ比ㆆ聲淺◦故凝而爲全濁也。
11. 水火未離乎氣◦陰陽交合之初◦故闔。
12. 木金陰陽之定質◦故闢。
13. 一元之氣∘周流不窮◦四時之運◦循環無端◦故貞而復元◦冬而復春。
14. 聲音由此而生◦故曰母。
15. ㅗ與ㅏ同出於•◦故合而爲ㅘ。
16. ㅛ與ㅑ又同出於ㅣ◦故合而爲ㆇ。
17. ㅜ與ㅓ同出於ㅡ◦故合而爲ㅝ。
18. ㅠ與ㅕ又同出於ㅣ◦故合而爲ㅠㅕ。
19. 以其同出而爲類◦故相合而不悖也。
20. 聲有緩急之殊◦故平上去其終聲不類入聲之促急。
21. 不淸不濁之字◦其聲不厲∘故用於終則宜於平上去。
22. 全淸次淸全濁之字◦其聲爲厲∘故用於終則宜於入。
23. ㅅ字可以通用◦故只用ㅅ字。
24. 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簡而要◦精而通。故智者不終朝而會
총 24회 중에서 3회는 ‘故(고)’자 앞에 마침표인 구점(。)이 찍혀 있고, 21회는 ‘故(고)’자 앞에 쉼표인 두점(◦)이 찍혀 있다. 한글학회에서는 위 해례본 한문을 활자화할 때,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구점(。)은 마침표(.)로, 두점(◦)은 쉼표(,)를 찍어 ‘훈민정음 옮김과 해설’(1997)을 편찬하였다.
마침표가 찍힌 예인 앞 ①번 문장을 보면, 의문사인 ‘何(어찌 하)’자가 있어 “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捨陰陽而何之”는 국립국어원 발간 ‘알기 쉽게 풀어 쓴 훈민정음’(2008)의 번역처럼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목숨 갖고 존재하는 것들이 음양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의 의문문으로 문장이 종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之(지)자 뒤에 당연히 마침표인 구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쉼표 중간 두점(◦)이 찍힌 앞 21회 문장 속 ‘故’자 앞은 ‘~한다’로 끝내지 말고 ‘~하기에’로 다음 문장과 계속 이어 번역해야 세종대왕 당시의 구두점 법칙 및 관념과 일치한다.
결론하면,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 서문 내 “不相流通”과 “故愚民有所欲言” 사이의 구두점은 쉼표인 중간 두점(◦)을 써야 옳다. 그 증거는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훈민정음 언해본 안에 표기된 번역문과 ‘故(고)’ 자 앞에 중간 두점을 표기한 총 21회의 해례본 내 문장들이다.
언해본에서는 “不相流通할쌔(서로 유통하지 아니하기에)”라고 하여 문장을 종결짓지 않았으므로, ‘通(통)’자 뒤의 구두점은 쉼표 두점이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 내 해례편 29장은 문장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고 이어지는 21개의 ‘故(고)’자 앞에는 모두 쉼표인 두점을 명기함으로써, 해례본 스스로 어제서문 내 ‘故(고)’자 앞에는 두점을 찍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2015년 문화체육부장관께 보고하였던 박대종(朴大鍾)의 해례본 낙장 복원안은 이제 ‘通(통)’자 뒤의 구두점 하나를 수정하여 다음과 같이 정정한다.
御製訓民正音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
不相流通◦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予
爲此憫然◦新制二十八字◦欲※爲(거성)
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易(거성), 便(평성)
ㄱ。牙音。如君字初發聲。並書◦
如虯字初發聲 ※1장뒷면 첫줄. 이하 생략
한편, 위 어제서문에서 ‘便(편)’자는 안병희 교수의 지적 및 필자의 2015년 논문 ‘훈민정음 어제서문의 복원’ 중 ‘便자의 4성 권점 법칙’에 이어 재삼 강조하지만, 용비어천가가 증명하듯 ‘편안하다’를 뜻할 때는 반드시 평성 권점을 찍어야 한다. 세종 당시의 권점 원칙을 준수하면, 해례편 중성해(中聲解) “ㅣ於深淺闔闢之聲◦並能相隨者◦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 안의 권점 찍히지 않은 ‘便(편)’자는 평성이 아닌 거성임을 알 수 있다. ‘便(편)’자가 거성일 때는 각종 사전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이, ‘편안하다’가 아니라 ‘짝맞다→알맞다, 적합하다’를 뜻하니 우리 후손들은 이 부분에서 극히 주의해야 한다.
고로 해례본 내 여타 모음들과 잘 어울리는 ‘ㅣ(이)’ 모음을 설명하는 “ㅣ於深淺闔闢之聲◦並能相隨者◦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 부분을 정해하면 다음과 같다. “ㅣ 모음이 깊고 얕고 닫히고 열리는 소리들에 함께 능히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ㅣ는) 그 혀가 펴지고 소리가 얕아서 (다른 모음들과 어울어져) 입을 함께 여는 데 적합하기=짝이 맞기 때문이다.”
위 문장 앞에 각각 어울리는 모음들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ㅗ와 ㅏ는 서로 어울리기 때문에 함께 ‘와’ 모음이 된다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ㅗ는 ㅓ와는 절대 어울리지(=짝이 맞지, 함께 소리가 나지) 않는다. ㅓ는 ㅜ와 어울려 ‘워’ 모음이 되지만, 한국어에서 ㅜ는 ㅏ와는 결코 어울리는 법이 없다. 서로 짝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ㅣ 모음은 어떤 모음과도 어울리는(궁합이 맞는) 매우 특수한 모음이다. ㅗ와도 어울려 ‘요’ 모음이 되고, ㅜ와도 어울려 ‘유’ 모음이 되며, ㅏ하고도 어울려 ‘야’가 되고, ㅓ하고도 어울려 ‘여’가 되니, 해례본에 의하면 그 이유는 ㅣ 모음의 소리가 얕아서 여타 모음들과 합체할 때 입을 같이 여는데 적합하기(便)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의 便(편)자는 어제서문에 있는 ‘편안하다’의 평성 便(편)자와는 글자 모양은 같되 성조와 뜻은 전혀 다르니 세종대왕의 의도를 오해 없이 잘 헤아려야 한다.
‘通(통)’자 뒤의 구두점을 수정한 ‘정정 복원안’에 따른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서문 낙장에 대한 복원본은 <사진 1>, <사진2>와 같다.
대종언어연구소 [email protected]
20. 聲有緩急之殊◦故平上去其終聲不類入聲之促急。
21. 不淸不濁之字◦其聲不厲∘故用於終則宜於平上去。
22. 全淸次淸全濁之字◦其聲爲厲∘故用於終則宜於入。
23. ㅅ字可以通用◦故只用ㅅ字。
24. 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簡而要◦精而通。故智者不終朝而會
총 24회 중에서 3회는 ‘故(고)’자 앞에 마침표인 구점(。)이 찍혀 있고, 21회는 ‘故(고)’자 앞에 쉼표인 두점(◦)이 찍혀 있다. 한글학회에서는 위 해례본 한문을 활자화할 때,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구점(。)은 마침표(.)로, 두점(◦)은 쉼표(,)를 찍어 ‘훈민정음 옮김과 해설’(1997)을 편찬하였다.
마침표가 찍힌 예인 앞 ①번 문장을 보면, 의문사인 ‘何(어찌 하)’자가 있어 “凡有生類在天地之間者∘捨陰陽而何之”는 국립국어원 발간 ‘알기 쉽게 풀어 쓴 훈민정음’(2008)의 번역처럼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목숨 갖고 존재하는 것들이 음양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의 의문문으로 문장이 종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之(지)자 뒤에 당연히 마침표인 구점(。)이 찍혀 있는 것이다.
쉼표 중간 두점(◦)이 찍힌 앞 21회 문장 속 ‘故’자 앞은 ‘~한다’로 끝내지 말고 ‘~하기에’로 다음 문장과 계속 이어 번역해야 세종대왕 당시의 구두점 법칙 및 관념과 일치한다.
결론하면,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 서문 내 “不相流通”과 “故愚民有所欲言” 사이의 구두점은 쉼표인 중간 두점(◦)을 써야 옳다. 그 증거는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훈민정음 언해본 안에 표기된 번역문과 ‘故(고)’ 자 앞에 중간 두점을 표기한 총 21회의 해례본 내 문장들이다.
언해본에서는 “不相流通할쌔(서로 유통하지 아니하기에)”라고 하여 문장을 종결짓지 않았으므로, ‘通(통)’자 뒤의 구두점은 쉼표 두점이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훈민정음 해례본 내 해례편 29장은 문장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고 이어지는 21개의 ‘故(고)’자 앞에는 모두 쉼표인 두점을 명기함으로써, 해례본 스스로 어제서문 내 ‘故(고)’자 앞에는 두점을 찍어야 함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2015년 문화체육부장관께 보고하였던 박대종(朴大鍾)의 해례본 낙장 복원안은 이제 ‘通(통)’자 뒤의 구두점 하나를 수정하여 다음과 같이 정정한다.
御製訓民正音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字
不相流通◦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予
爲此憫然◦新制二十八字◦欲※爲(거성)
使人人易習便於日用耳※易(거성), 便(평성)
ㄱ。牙音。如君字初發聲。並書◦
如虯字初發聲 ※1장뒷면 첫줄. 이하 생략
한편, 위 어제서문에서 ‘便(편)’자는 안병희 교수의 지적 및 필자의 2015년 논문 ‘훈민정음 어제서문의 복원’ 중 ‘便자의 4성 권점 법칙’에 이어 재삼 강조하지만, 용비어천가가 증명하듯 ‘편안하다’를 뜻할 때는 반드시 평성 권점을 찍어야 한다. 세종 당시의 권점 원칙을 준수하면, 해례편 중성해(中聲解) “ㅣ於深淺闔闢之聲◦並能相隨者◦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 안의 권점 찍히지 않은 ‘便(편)’자는 평성이 아닌 거성임을 알 수 있다. ‘便(편)’자가 거성일 때는 각종 사전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이, ‘편안하다’가 아니라 ‘짝맞다→알맞다, 적합하다’를 뜻하니 우리 후손들은 이 부분에서 극히 주의해야 한다.
고로 해례본 내 여타 모음들과 잘 어울리는 ‘ㅣ(이)’ 모음을 설명하는 “ㅣ於深淺闔闢之聲◦並能相隨者◦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 부분을 정해하면 다음과 같다. “ㅣ 모음이 깊고 얕고 닫히고 열리는 소리들에 함께 능히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ㅣ는) 그 혀가 펴지고 소리가 얕아서 (다른 모음들과 어울어져) 입을 함께 여는 데 적합하기=짝이 맞기 때문이다.”
위 문장 앞에 각각 어울리는 모음들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ㅗ와 ㅏ는 서로 어울리기 때문에 함께 ‘와’ 모음이 된다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ㅗ는 ㅓ와는 절대 어울리지(=짝이 맞지, 함께 소리가 나지) 않는다. ㅓ는 ㅜ와 어울려 ‘워’ 모음이 되지만, 한국어에서 ㅜ는 ㅏ와는 결코 어울리는 법이 없다. 서로 짝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ㅣ 모음은 어떤 모음과도 어울리는(궁합이 맞는) 매우 특수한 모음이다. ㅗ와도 어울려 ‘요’ 모음이 되고, ㅜ와도 어울려 ‘유’ 모음이 되며, ㅏ하고도 어울려 ‘야’가 되고, ㅓ하고도 어울려 ‘여’가 되니, 해례본에 의하면 그 이유는 ㅣ 모음의 소리가 얕아서 여타 모음들과 합체할 때 입을 같이 여는데 적합하기(便)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의 便(편)자는 어제서문에 있는 ‘편안하다’의 평성 便(편)자와는 글자 모양은 같되 성조와 뜻은 전혀 다르니 세종대왕의 의도를 오해 없이 잘 헤아려야 한다.
‘通(통)’자 뒤의 구두점을 수정한 ‘정정 복원안’에 따른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서문 낙장에 대한 복원본은 <사진 1>, <사진2>와 같다.
대종언어연구소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