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끝없는 평행선'…수협-구시장 상인 '갈등 예고'

기사등록 2018/08/25 06:00:00

수협 "안전사고·수산물 품질 보장 못해"

구시장 상인들 "끝까지 물러나지 않아"

'강제 퇴거' 두고 갈등 최고조로 치달아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경찰서 앞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8.08.2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경찰서 앞에서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신(新)시장 이전 문제로 3년째 갈등을 빚어온 노량진수산시장 구(舊)시장 상인들과 수협이 강제 퇴거 여부를 두고 또 한번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명도소송 승소에 따른 강제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수협과 생존권 침해라는 구시장 상인들의 입장이 첨예하고 맞서고 있어 물리적 충돌이 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12일 강제 집행 과정에서 구시장 상인들과 수협 직원들간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1일 수협중앙회는 구시장 상인들에게 25일까지 퇴거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수협은 "대법원이 명도 소송에서 수협 측의 손을 들어줬다"며 "구시장 부지를 불법 점유한 상인에 대해 25일까지 자진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신시장 입주를 희망하는 상인들에 한해 최종적인 입주기회 부여로 조속한 시장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17일 수협이 구시장 상인 350여명을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수협 손을 들어줬다. 명도소송에서 진 구시장 상인들은 법적으로 불법 점유한 상태다. 현재 구시장에는 점포 270여 곳이 영업중이다.

 수협은 최종기한인 25일 이후에도 퇴거를 하지 않는 상인에 대해 명도 집행을 통한 강제 퇴거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수협은 법원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한 뒤 내달 강제 집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협 관계자는 "안전사고 우려와 수산물 위생과 품질 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임대료 등을 내지 않고 장사하는 구시장 상인들에 대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신시장 상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시장 한 상인은 "누구나 목 좋은 자리에서 장사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서로 양보하고 신시장에 들어왔다"며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다보니 노량진수산시장 전체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구시장 상인들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민주노련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 총연합회는 지난 22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협의 잘못된 판단과 부동산개발 목적인 현대화사업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상인이 있으면 안 된다"며 "수협중앙회가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시장개설자인 서울시의 허락 없이 강제로 시장을 폐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 총연합회 위원장은 2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현대화시장 자체가 노량진수산시장 용도에 맞지 않게 설계되는 등 현대화사업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구시장 일부라고 존치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수협이 강제적으로 퇴거하라고 압박하고, 상인 집을 경매에 부치는 행위를 하지만 절대 굴복하지 않고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04년 국책사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수산물 유통체계 개선과 건립된 지 48년이 지나 노후화된 구시장의 안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수협은 기존 냉동 창고를 헐고,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지난 2015년 10월 완공했다. 신시장은 이듬해 3월 정식 개장했다.

 하지만 상인들 상당수가 임대료와 점포 면적을 문제 삼아 입주를 거부했다. 통로가 좁아 물건 진열과 작업이 어렵고, 기존 물류 시스템이 반영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임대료와 점포 면적은 앞서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대료와 점포 크기 문제 등을 놓고 시작된 갈등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중재로 갈등조정협의회가 5번이나 열리는 등 그간 양측은 50여 차례 만났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 손으로 마무리됐다.

 수협과 구시장 상인들이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안전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7월2일 오전 10시30분께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구시장 점포 100여 개 점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일부 상인들은 냉장고에 보관하던 수산물이 부패하는 등 피해를 겪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9월30일에는 옛 시장에서 불꽃축제를 보려던 어린이들이 건물 옥상에서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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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수산시장, '끝없는 평행선'…수협-구시장 상인 '갈등 예고'

기사등록 2018/08/25 06:0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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