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겐 매너포트 보다 코언이 더 부담
탄핵 가능성 점치기는 아직 일러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2016년 대통령캠프 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의 유죄 인정 및 평결이 백악관을 비롯한 미 정계 안팎에 엄청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약 1년 반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21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특히 NBC뉴스는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탄핵 당하기 직전에 스스로 물러났던 이후 미 대통령 직 역사상 '가장 암울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매너포트 유죄 평결보다 코언 변호사의 유죄인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언은 21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해 선거 자금법 위반, 금융 사기, 탈세 등 8개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연방직 후보의 지시에 따라" 포르노스타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줬다고 인정했다. '연방직 후보'란 트럼프를 가르킨다.
이같은 증언에 대해, 트럼프 측근 중 한 명은 NBC뉴스에 "다른 말로 하면, 트럼프가 사기를 쳐서 백악관을 차지했다는 의미"라고까지 말했다. 트럼프의 보좌관이었던 마이클 카푸토 역시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매너포트 건은 거의 걱정이 안된다. 문제는 코언의 유죄인정 및 발언이다"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수사에 있어 "(코언 건이)최악"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스는 21일 트위터에 "대통령은 분명히 범죄와 비리를 저질러 유죄이다. 그는 사임해야 하거나 탄핵당해야 하며, 자리에서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의 스티븐스는 트럼프를 비난한 적은 있어도 '제거'란 말을 쓴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다.
NBC 뉴스는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트럼프와 닉슨을 비교하는 지적과 분석들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에서 핵심은 닉슨이 이를 알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것을 은폐하려 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경우에도 코언 변호사가 대니얼스에게 입막음 돈을 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것을 은폐하려 했는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코언과 매너포트의 유죄 뉴스가 연이어 터진 날, 트럼프와 가까운 던컨 헌터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공화)이 선거자금 유용혐의로 기소됐다. 헌터 의원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했을 때 공화당 의원들 중 가장 먼저 지지를 표명했던 사람이다. 이달 초에는 또다른 트럼프 지지자 크리스 콜린스 하원의원(뉴욕·공화)이 금융사기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지난 18일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이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폭로해 트럼프 측에 충격을 줬다. 맥간은 특검에 트럼프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여유만만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21일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턴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코언과 매나포트를 향해 동정을 보이면서도 "러시아 개입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검 수사를 '마녀 사냥'을 또다시 비판하면서 "수치스럽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코언의 유죄인정과 매나포트의 유죄평결이 트럼프 탄핵 움직임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탄핵 카드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섣불리 탄핵을 추진했다가 11월 중간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이 2020년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상임고문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면 트럼프가 탄핵 당할 것이라며 지지표 모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트럼프 탄핵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폴리티코는 펠로시가 21일 성명에서 코언과 매너포트 건과 관련해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탄핵이란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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