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납북자 가족도 이산상봉…65년만에 恨풀어

기사등록 2018/08/20 15:10:02

국군포로·납북자 당사자는 생존하지 않아

"조카를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

"모친, 끼니마다 형이 먹을 밥을 떠서 올려"

21명 생존확인, 6가족 상봉,…2가족 운신불가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과 가족들이 상봉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8.08.2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과 가족들이 상봉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8.08.20. [email protected]
【금강산·서울=뉴시스】통일부공동취재단 김성진 기자 = "아버지는 늘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고생만 시키다가 사라져서 생사도 모르고 있는 게 한스럽다. 피난이라도 갈걸'이라며 후회했다."

 이날 상봉장에서 조카들을 만나게 된 이재일(85)씨는 6·25전쟁 당시 납북된 형님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1950년 전쟁 당시 인민군들이 고향인 충북 청주까지 내려와 모내기 중 가족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가족들은 며칠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사이 형님은 납치됐다. 당시 형님 나이는 18세.

 이씨는 "형님이 납치된 뒤 아버지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앓기 시작했고 국군이 후퇴해 내려올 때마다 그 기회를 틈타 도망오지 않을까 간절히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며 " 형님은 돌아오지 않았고 1954년 11월9일 아버지는 52세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형을 너무 그리워하며 생을 마쳤기 때문에 그 기억이 더 많이 난다"며 "형님 납치 이후 그해 겨울에 가족들이 피난길에 오르기도 했지만 얼마 못가서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은 형님이 납치되고 주변의 감시도 당했다고 한다. 이씨는 "옥산면 지소에서 본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통해 감시했다"며 "간첩 같은 사람이 와서 접촉하지 않았나 등을 물었다"고 기억했다.

 심지어 집안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형님 사진 한 장도 누군가 훔쳐가, 이번 만남에서 진짜 조카들이 맞는지는 이야기와 느낌으로 알 수밖에 없다고 이씨는 아쉬워했다.

 곽호환(85)씨는 전시납북된 형님의 두 아들 곽정철(55)씨와 곽영철(53)씨를 만난다.

 당시 곽씨 가족은 충북 제천시 금성면에 살았다. 곽씨는 "여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인민군 관계자들이 회의한다고 소집시켰다"며 "형님이 그 회의에 가서는 안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곽씨의 형님과 함께 사라진 사람은 10여 명으로 당시 형님 나이는 21세에 불과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이금섬(92) 할머니가 상봉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북측의 아들을 만날 예정이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8.08.2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이금섬(92) 할머니가 상봉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북측의 아들을 만날 예정이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018.08.20. [email protected]
곽씨는 "이번에 적십자에서 확인해준 걸로는 (형님이) 1981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며 "이번에 (조카들을) 만나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전했다.

 곽씨와 동행하는 아들 곽상순(59)씨는 "아버님은 오래 전부터 이산가족 상봉 신청했다. 큰아버지를 많이 보고 싶어 하셨다"며 "이번에 그 자녀들이라도 만나게 돼서 소원풀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용천이 고향인 이영부(76)씨는 아버지가 전시납북됐다. 아버지의 생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북에 형이 살아있다는 말을 고모에게 전해듣고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해 조카들을 만나게 됐다.

 이씨는 "6·25 때 아버지와 함께 남한으로 와서 서울 혜화동에 거주하면서 아버지는 통장으로 일했다"며 "당시 북에서 많은 사람들이 남으로 피난 오는 상황이었고, 인력이 부족해진 북 당국이 남한 사람들을 많이 납치해갔다"고 떠올렸다.

 이씨는 "아버지가 1950년 9월27일 납북됐다. 당시 8만명이 납북되던 시기"라며 "북이 남쪽 사람들 신상을 파악해서 쓸만한 사람들을 데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지가 인민군에 납치됐지만 북에선 자진납북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납북될 당시 이씨는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어머니는 생활고로 30대 후반 이른 나이인 1962년 돌아가셨다고 이씨는 전했다.

 최기호(83)씨의 맏형 최영호(2002년 사망)씨는 충북 청주에 살다가 의용군으로 끌려가면서 납북됐다.

 최씨는 "자세히 어떤 상황에서 끌려갔는지는 우리는 모른다"며 "당시 폭격이 너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단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조카라도 상봉이 되서 감개가 무량하다"고 전했다.

 최씨는 "그래도 장수하기도 했고 딸도 2명이나 낳았다니 반갑다"며 "이번에 조카들을 만나면 어떻게 북에 가게 됐던 것인지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고성(강원)=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일인 20일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이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수속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photo@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일인 20일 남측 1차 상봉 대상자들이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출경수속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최씨는 이번에 북측에 사는 조카 최선옥(56·여)씨와 최광옥(53·여)씨를 만난다.

 최씨는 "어머님이 (납북된) 맏형을 특히 그리워하셨다"며 "끼니 때마다 꼭 형이 먹을 밥을 떠서 함께 상에 올리시면서 '밥공기에 물이 맺히면 네 형은 살아있는 거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회상했다.

 최씨는 "밥이 뜨거우니까 당연히 물방울이 맺히지"라면서 "아마 잘 살아있으리라고 생각하신 걸 그렇게 표현하신 거 같다"고 말했다.

 홍정순(95·여)씨도 전시납북자 가족이다. 오빠와 동생뿐만 아니라 교통부 공무원이었던 남편(심필우씨)도 전쟁 중에 납북됐다.

 홍씨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과정에서 남편의 생사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오빠의 딸인 홍선희(74)씨, 동생의 아들인 림종선(57)씨 등 조카들을 만나게 된다.

 홍씨는 "조카들을 만나게 돼서 그냥 좋기만 하다"며 "처음에 연락 받고 놀라서 눈물만 나왔다"고 말했다.

 국군포로 가족도 있다. 이달영(82)씨는 "아버지가 이북으로 가셔서 이산가족 상봉 처음부터 신청을 했다"며 "여태까지 안됐는데 이번에 할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6·25전쟁이 나고 2년 뒤쯤 북으로 간 것으로 이씨는 기억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군인이셨고,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며 "같이 근무했던 사람으로부터 국군포로로 갔다는 것은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고성(강원)=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일인 20일 남측 이산가족을 태운 버스가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으로 줄지어 향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photo@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뉴스통신취재단 = 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일인 20일 남측 이산가족을 태운 버스가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으로 줄지어 향하고 있다. 2년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은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된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이씨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과정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이씨는 북측에 살고 있는 이복동생 리일영(48)씨와 리영희(48·여)씨를 만나게 된다.

 이씨는 아버지 사진을 가지고 가서 동생들과 함께 나눠볼 생각이다. 이씨는 생면부지 동생들을 위해 겨울 옷과 영양제 등을 준비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과정에서 국군포로 및 납북자 50명을 별도로 선정해 북측에 생사 확인을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50명 중 북측은 총 21명의 생사를 확인했고, 29명은 확인 자체가 불가했다.

 실제 국군포로와 납북자 당사자들은 모두 생존해있지 않지만, 이번 행사에 6명의 국군포로 및 납북자 가족이 상봉하게 된다.

 이 밖에도 전시납북자 두 가족의 생존이 더 확인됐지만, 해당 가족이 운신이 불가능해 이번 상봉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정부는 제2차 이산가족 상봉 때부터 국군포로와 전시납북자 생사를 의뢰했다.

 지난 2000년 11월 2차 상봉부터 2015년 20차 상봉까지 정부는 350명의 국군포로 납북자 의뢰해서 이중 112명의 생사를 확인했고, 생사가 확인된 인원 중에서 상봉한 가족은 5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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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납북자 가족도 이산상봉…65년만에 恨풀어

기사등록 2018/08/20 15:10:0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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