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단행하며 최저임금 인상…구매력 감소 방지 목적
자영업자들은 패닉 "임금 상승 감당 못해…이민 갈 것"
실업률 급증, 대규모 이민 등 경제적 부작용 우려 제기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베네수엘라가 화폐개혁과 함께 최저임금을 30배 이상 급격히 인상하면서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자영업자들과 기업들이 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워 오히려 실업률이 급등하고 대규모 이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지난 17일 초인플레이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새로운 통화인 '볼리바르 소베라노'를 도입해 기존 볼리바르화에서 0을 5개 떼어냈다. 10만 볼리바르는 1 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된다.
이 과정에서 60 볼리바르 소베라노의 가치가 1 달러에 고정되도록 했다. 1 소버린 볼리바르는 약 0.017 달러가 된다. 기존 10만 볼리바르가 0.3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통화 가치가 약 95% 이상 절하된 셈이다.
베네수엘라는 최저 임금 인상도 함께 단행했다. 기존 최저임금은 300만 볼리바르(30 소버린 볼리바르) 수준이었는데 새로운 최저임금은 1800 소버린 볼리바르로 책정됐다. 액면가로만 보면 최저임금이 60배 이상 오른 셈이다. 외신들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을 적용하면 최저임금이 30배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최저 임금 인상은 6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약화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급격한 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들어서만 5차례나 최저임금을 올렸다.
이에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먼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베네수엘라 북부 파라과나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조니 에레라(41)는 로이터에 "임금을 줄 여력이 없어 2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에레라는 10년 전 석유 수출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호황에 있을 때는 1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철물점은 물론 주변의 가게들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는 "임금 상승으로 문을 닫고 이민갈 생각을 항상 해왔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인상분 중 3개월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책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고, 정부가 이를 실제로 시행할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큰 상황이다.
WSJ는 사설을 통해 "이 모든 것이 금융 혼란과 경제적 질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마두로는 국가 기관과 통화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고, 그의 계획은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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