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은 제재 중독을 앓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리프 장관은 19일(현지시간) CN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은 제재를 해제하기 보다는 해제하지 않은 제재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 의사를 밝힌 미국은 지난 7일부터 금, 귀금속, 흑연, 알루미늄 등의 거래를 제한하며 이란 경제 제재의 일부를 다시 가동했다.
오는 11월5일부터는 이란산 원유 거래도 차단할 계획이다.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거래로 이란 경제에 직격타를 입힐 전망이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 수십년 간의 압박으로 이란 국민은 이에 저항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지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는 약을 사야하고 음식을 사야하는 국민들에게 상처를 입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또 "이란에 대한 제재가 경제적 어려움은 낳을 지 몰라도 미국이 의도한 정치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교훈을 미국이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불행히도 그 생각은 틀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접근법은 1950년대의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며 "미국은 정신을 차리고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핵협정을 재검토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핵협정을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동맹조차 제재에 반발하고 있다"며 "미국은 기본적으로 강압적이고 우리는 이를 '괴롭힘(bullying)'이라고 칭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불릴 만 하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향해 "원한다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만날 것"이라며 대화 의지를 피력한 가운데 자리프 장관은 만남 성사 가능성에 대해 "핵협정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협정은 미국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 테스트였다"며 "이란에 얼마나 신뢰를 주는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시간을 보내고 또 다른 합의에 서명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지속되겠냐"며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겠냐,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만 두겠다고 할 때까지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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