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서 학고재갤러리에서 17일 개막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1998년 나체로 만리장성을 걷는 퍼포먼스 '펀·마류밍 만리장성을 걷다'로 세계미술계에 알려진 마류밍(50)이 서울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지난 2014년 중국 상하이, 서울 학고재에서 선보인 개인전 이후 4년 만이다. 퍼포먼스 '펀·마류밍'(1993~2004)은 남성으로서 신체의 해방을 주장하는 여장 나체 퍼포먼스를 펼치며 동시대 미술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다.
중국 황스 출생으로 1981년부터 가정교사 카이 에르헤에게 유화를 배웠다.1991년 후베이미술학원 유화과를 졸업한 후, 1993년 베이징 이스트 빌리지에 합류하여 '펀·마류밍'연작을 본격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영국의 듀오 아티스트 길버트 & 조지와의 만남을 계기로 '길버트 & 조지와의 대화'(1993)를 완성하기도 했다.
20대에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 세계 무대를 누비며 작품을 선보였다. 런던 차이니즈 컨템포러리,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 베이징 화이트박스 미술관, 서울 및 상하이 학고재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30세때 제48회 베니스비엔날레(1999)에 초청받았으며 이듬해에는 제3회 광주비엔날레(2000)에 참가했다. 뉴욕 P.S.1 현대 미술센터,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국제적으로 명망 높은 기관의 단체전에 다수 참여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전공인 회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마류밍의 이번 전시에서는 마류밍 특유의 누화법(漏画法)을 이용한 애상적 화면과 새로운 기법의 근작들을 함께 소개한다. 누화법은 성긴 캔버스의 후면에서 물감을 밀어내 표면에 스며들게끔 함으로써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마류밍의 작업은 스스로의 삶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고통과 저항의 서사로 나아간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근작은 나이프를 이용해 화면에 수많은 흔적과 균열을 만들어 낸 회화다. 갈라진 틈새로 표피 아래 숨은 색이 새어 나오며 화면에 깊이를 더한다. 화면의 갈라지고 찢긴 흔적들이 작가가 경험한 고통을 내포하는 듯하다.
작품 'No. 1'(2016)의 경우 화면 전면에 불의 이미지가 나타난다. 균열로 가득한 화면 안에서 꺼질 듯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꽃의 형상이 강인한 인상을 준다. 상단 중앙부에는 발 벗은 작가 자신의 다리가 희미하게 드러난다. 타는 불을 살펴보듯 가까이 서 있는 모습이다. 고통스럽게 갈라진 화면을 가로지르며 꾸준히 솟아오르는 불길이 작가 마류밍의 작품세계와 열정을 상징한다.
마류밍의 회화에 대해 지 샤오펑 후베이미술관 관장은 "신체의 활용부터 성별의 혼합, 그리고 다시 영상, 조각, 평면 작업에 이르기까지 마류밍은 틀에 박히지 않은 태도로 늘 창의적인 시각과 자기 초월을 추구하는 성숙한 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며 "정통 회화로 회귀한 마류밍의 최근 유화 작품들은 관객에게 다시 한번 정통 회화의 매력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서울 학고재 전시에는 과거 퍼포먼스 장면, 불, 나무, 풍경 등 마류밍의 다양한 인생 역정들을 보여주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작업한 총 19점의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구상과 추상, 표현의 재현을 넘나들며 지나간 시간과 신체의 자취를 재차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마치 회화를 통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추하는 듯하다. 전시는 9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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