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증시, 하루 만에 2%대 급락…리라화도 15%↓
美 관세 부과 영향,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두배 인상
"국내 증시 영향은 미미…신흥국 확산 가능성↓"
"단기 불안은 지속…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 부담 증가"
【서울=뉴시스】하종민 기자 = 미국이 터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자 터키 리라화가 급등하는 등 신흥국 시장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터키발 금융위기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달러 강세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 증시, 하루 만에 2.31%↓…리라화도 15% 폭락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터키 ISE100 지수는 지난 10일 기준 전 거래일(97185.13) 대비 2245.50(2.31%) 하락한 94939.6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터키의 ISE100 지수는 장중 한때 8.84% 급락한 88598.12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터키 리라화 역시 달러 대비 15%가량 폭락하며 증시 불안을 가속화시켰다. 터키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20%를 넘어섰고, 신용부도스와프(CDS)도 하루에만 60bp(1bp=0.01%) 높아졌다.
터키 증시 및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미국이 터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간첩 협의로 투옥된 미국 브런슨(Brunson) 목사의 석방을 터키 법원이 거부하자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해 각각 50%,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터키 리라가 우리의 매우 강한 달러 대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며 "터키와 관련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 인상하는 것을 방금 승인했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우리 기관들은 월요일(13일) 아침부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비책과 행동 계획이 마련돼 있다. 필요한 발표 내용은 시장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발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경계감은 유지
증시 전문가들은 터키발 금융위기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경제 규모가 신흥국 전체로 확산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터키의 경상적자는 지난해 기준 GDP 대비 -6% 수준이고, 신흥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며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730억 달러(약 82조원)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최소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이슈가 되는 규모가 신흥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신흥국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터키와 같이 대내외 취약성이 동시에 발생하는 국가에 한해 금융 불안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은행의 터키 대출 규모는 1200억 달러 내외로 제한적이다"며 "터키 이슈가 다른 위기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터키발 금융위기에 대해 단기적 경계감은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부담이 미국 기업들에게 가중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터키 위기에 따른 유럽 금융기관들의 파산 가능성을 가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단기적인 경계는 필요하다"며 "지정학적인 위험에 따른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들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분석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일방주의(Unilateralism) 노선 강화로 직접적인 타깃이 되는 국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국가들의 신흥국 비중이 높다는 점도 신흥국에 전반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신흥국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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