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급등, 실업난에 시위 확산…1월 이후 최대 규모
시위대, 美보다 이란 정부에 분노…시위 영상 확산
로하니 "경제 문제 있지만 미국에게 조종돼선 안돼"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7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를 다시 받게 된 이란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 혼란으로 내부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개월에 걸친 이란의 경제 혼란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어질 조짐이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 나와 지난 1월 발생했던 반정부 시위 이후 가장 큰 소요 사태로 번지고 있다.
오랜 경제 제재로 인한 물가 급등과 일자리 부족이 이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면서 지난주부터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본격화됐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인플레이션에 죽음을. 실업에 죽음을(Death to inflation! Death to unemployment!)"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통치하던 1980년대에 자주 사용되던 "미국에 죽음을(Death to America!)"이라는 구호를 현실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현재 이란 정치권과 지도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준다. 이같은 영상들은 이란인들 사이에서 매일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이란 전문가 카림 사드자드푸르는 WSJ에 "이란의 경제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도 훨씬 오래된 문제"라며 "사람들이 경제에 대해 항의할 때마다 제재가 아닌 내부의 부실한 경제 운영과 부패를 문제삼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고 말했다.
7일부터 달러화 매입 금지 등 미국의 제재 조치가 시행되고 오는 11월 본격적인 석유 금수 조치까지 취해지면 이란 경제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우려로 연초 대비 반토막이 났다. 통화 가치 급락은 물가 급등을 불러왔다. 올해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1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 이번 시위에 대한 첫 공개 토론을 가졌다. 그는 국민들이 불만을 느낄만한 경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로하니 대통령은 국민들이 시위를 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적에게 조종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경제난에 대한 내부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번 시위가 정권을 붕괴시킬 정도로 큰 파괴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이란의 미래 구상(Future of Iran Initiative)' 책임자를 맡고 있는 바버라 슬래빈은 "역사를 보면 미국의 제재가 정권 붕괴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적이 많다"고 설명했다.
슬래빈은 "독재 정권에 제재를 하게 되면, 사람들은 경제 지원을 받기 중앙정부에 더 의존하게 된다"며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배급을 시작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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