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다른 공모자 개입 여부·범행동기 '오리무중'
뒤늦은 압수수색·불법과외학원 수사도 별건 처리
경찰 "적법한 절차 거쳐 수사, 대가성 집중 규명"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광주의 한 사립고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지만 경찰 수사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이번 사안이 공교육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광주지역 고3 수험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역 사회의 우려에도 금품 거래 의혹, 다른 공모자의 개입 여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불거진 불법 과외학원에 대한 수사를 병합하지 않는가 하면, 압수수색 범위를 뒤늦게 확대해 미온적 대처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30일 시험지를 유출해 학사 행정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모 사립고교 행정실장 A(58)씨와 학교운영위원장인 한 학생의 의사 어머니 B(52·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B씨와 공모해 지난 2일과 지난 4월 중순께 학교 인쇄실에서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내 복사한 뒤 B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 18일만에 A·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이날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기말고사 이전에 중간고사 시험지도 유출된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A·B씨가 자수를 했고 시교육청 감사 결과를 전달받고도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된 공모자 개입 여부 등 각종 의혹을 밝히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고교 이사장 부인과 동문 관계인 B씨가 시험지 유출 사건이 알려진 직후 통화·문자를 주고받은 점, 행정실장 A씨의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진술이 수차례 번복된 점, A·B씨가 범행 공모 당시 쪽지를 주고받은 점 등으로 미뤄 대가성에 대한 각종 의혹과 추측이 제기됐다.
특히 A씨가 "학교운영위원장인 B씨의 영향력을 고려했다. 향후 학교 학사일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 범행했다"고 추가 진술한 점과 B씨가 발전기금을 낸 시점이 중간·기말고사 직전인 점 등을 토대로 또 다른 학교 관계자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아울러 B씨의 아들 C(18)군이 당초 교육청 감사에서 '시험지 편집본을 과외 교사에게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경찰에 'B씨에게 받았다'고 번복했고, C군이 기말고사 중간인 지난 8일 기숙사에서 나와 학원에서 공부한 정황이 확인된 점도 '또 다른 공모자 개입 의혹'과 'C군의 시험지 유출사실 인지 의혹'을 키웠다.
C군이 공부한 학원은 무등록 불법 운영된 것으로 교육청 조사에서 밝혀졌지만, 서부경찰은 시험지 유출과 불법 과외학원과의 연관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학원 불법 운영 사건은 남부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서부경찰서는 또 지난 17일 A·B씨와 주변인의 금융계좌와 집·사무실·병원·자동차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당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B씨의 병원도 압수수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경찰은 이틀 뒤인 지난 19일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 증거를 없앨 우려, 공교육 신뢰 등을 고려해 사건 초기부터 철저한 수사를 바랐지만, 전혀 밝혀진 의혹이 없다"며 "압수수색과 신병 확보가 늦었고, 각종 의혹만 더 확산되고 있다. 늑장대응이 초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 결과 이사장 부인과 학부모 B씨의 범행 공모, 행정실장에 대한 범행 지시, 금품 거래 정황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수색 또한 검찰과 협의해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과외학원은 별건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행정실장의 범행 동기와 대가성을 집중 규명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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