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모래색 바다뱀 서식하지 않아, 누룩뱀일 가능성”
해경 “안전요원 및 언론매체 보도 내용 종합해 발표한 것”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최근 제주 서귀포시 표선해수욕장에서 발견된 뱀이 바다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돼 해경이 섣부르게 발표해 도민들의 불안감만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지난 26일 오전 10시30분께 표선해수욕장에서 상황실 안전요원이 바다뱀을 2차례에 걸쳐 발견했다며 일부 구간 입욕을 통제했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이번에 발견된 뱀은 길이 1~1.5m로 둥근 머리에 모래색을 띠고 있고 전문가에 따르면 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함께 밝혔다.
하지만 해양생물 전문가에게 확인한 결과 해경이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달랐다.
김일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박사는 “지난 26일 해수욕장 안전요원이 발견했다는 뱀 사진이 없어 확답을 하긴 어려우나 바다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라며 “해경이 발표한 모래색 바다뱀은 호주에 주로 서식하며 우리나라엔 모래색을 띤 바다뱀이 출현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경의 묘사에 따르면 육상에 서식하는 구렁이나 누룩뱀일 가능성이 높은데 구렁이는 제주에 서식하지 않기 때문에 누룩뱀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누룩뱀은 1~1.3m 정도에 이르며 우리나라에선 엄청 흔한 뱀으로 독성이 없고 사람을 잘 물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이는 바다뱀은 넓은띠큰바다뱀 종류로 회색에 조금 진한 회색 정도의 줄무늬가 있으며 꼬리가 납작해서 육상뱀과 생김새의 차이가 있어 눈으로 구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바다뱀이 출현할 가능성에 대해선 “연안이나 해수욕장에서 발견될 확률은 낮다”라며 “주로 강한 조명을 사용하는 한치나 갈치 조업 어선 주변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고 연안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낚시할 때 가로등이나 조명 등 불빛에 이끌려서 오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다뱀 출현 기사를 보고 황당했다는 주민 A(40대)씨는 “모래색을 가진 바다뱀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독성이 있는 바다뱀이라고 하는 기사를 보니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며 “(해경이)제대로 확인도 거치지 않고 발표를 하고 입욕까지 통제하는 건 섣부른 대응 아니냐”고 말했다.
라디오 뉴스를 통해 바다뱀 출현 소식을 들었다는 택시 운전원 김모(63)씨는 “내가 표선쪽에 사는데 이 뉴스 듣고 가족과 지인한테 바다 근처에 가지 말라고 했다”라며 “해경이 발표했다고 하고 뉴스에도 종일 나오니까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해경 및 안전상황실 측에선 정작 어떤 전문가로부터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서귀포해경 관계자는 “바다뱀 여부를 직접 확인한 게 아니라 해수욕장 상황실에서 알려준 내용과 한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 등을 종합해서 발표했던 것”이라며 “해수욕장이 사실 지자체 관할이긴 한데 여러 매체에서 문의가 와서 대응 차원에서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표선해수욕장 안전상황실 관계자는 “어제 뱀을 발견했던 직원이 오늘 휴무라서 전문가에게 확인 절차를 거쳤는지 알 수 없다”라며 “뱀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아 멀리 간 것으로 보고 해수욕장 일부 구간 입욕 통제는 어제부로 풀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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