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티타임 땐 아버지 장례식 때 어머니가 달았던 브로치 착용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체류 기간동안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 부부로부터 선물받은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공식석상에 참석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여왕이 트럼프가 영국에 도착한 첫날인 지난 12일에 오바마가 개인적으로 선물한 브로치를 착용했고, 13일 윈저성에서 트럼프 부부와 티타임을 가졌을 때에는 아버지 장례식 때 어머니가 착용했던 브로치를 달고 나왔으며, 14일에는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선물받은 브로치를 달았다고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여왕이 트럼프의 방영 기간동안 '논쟁적 브로치들'을 달았다고 지적했다. 일명 '왕실 관찰자'들 역시 여왕이 민감한 시기에 이런 브로치들을 고름으로써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여왕은 트럼프 도착 첫날인 12일 윈저성에서 성공회 최고리더인 켄터베리 대주교 등을 접견하는 자리에 오바마 부부가 2011년 영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한 작은 초록색 꽃모양 브로치를 달았다. 이 브로치는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가 워싱턴 DC의 한 보석상에서 직접 고른 것으로, 1950년대에 만들어진 앤틱주얼리로 알려져 있다.
여왕이 트럼프와의 티타임 때 착용했던 다이아몬드 브로치도 심상치않다. 이 브로치는 1952년 2월 15일 조지 6세 장례식날에 여왕의 어머니가 검은 색 상복에 달았던 것이다.
다음날인 14일 윈저성에서 벨기에 국왕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지난해 즉위 65주년을 맞아 캐나다 총독이 국민들을 대표해 선물한 일명 '눈꽃'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착용했다. 여왕이 이 브로치를 선물 받은 이후 공식석상에 달고 나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고 데일리메일은 지적했다.
줄리라는 이름의 한 영국 트위터 사용자는 1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영국을 방문하는 동안 여왕이 브로치 선택으로 자신만의 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왕이 "오바마 부부가 자기 돈을 들여 직접 구매한 브로치를 달았다"면서 "트럼프와 티타임 때 여왕이 단 브로치를 본 보석 전문가들은 (놀라서) 거의 죽을 뻔했다"고 밝혔다. 국장으로 치러진 아버지 장례식 때 어머니가 달았던 브로치를 굳이 달고 나온 것자체가 심상치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또 트럼프의 공격대상인 캐나다 국민이 선물한 브로치를 고른 데에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주장했다.
앞서 지난 15일 선데이 타임스는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트럼프 대통령 간 만남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 여왕 혼자 트럼프와 만나야 했다고 보도한 바있다. 소식통은 여왕이 혼자서 외국 정상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여왕의 부군 필립공이 은퇴한 이후에는 대개 찰스 왕세자가 여왕과 함께 외국 정상을 만났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만남 때 약속시간보다 12분 이상 늦어 92살의 여왕이 27도의 더위 속에 트럼프를 기다려야 했다. 트럼프는 또 여왕과의 만남 때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악수를 청해 허리숙여 인사하는 관례를 무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실수는 여왕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할 때 여왕보다 앞서 걸으며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등을 보인 것이었다. 이는 의전에 대한 심각한 무시이다.
찰스 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영국 왕실 측에서는 찰스 왕세자의 동생 앤드루 왕자와 트럼프와의 골프 라운딩을 준비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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