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의냐 국수주의냐'…나토 정상회의서 대격돌

기사등록 2018/07/09 10:45:57

트럼프와 유럽 극우 포퓰리즘 지도자들 vs 메르켈 등 서유럽 정상들

유럽, 트럼프 나토서 또 한번 유럽 동맹 때릴까 우려

【라말베(캐나다 퀘벡주)=AP/뉴시스】주요 7개국(G7) 정상과 관료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발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과의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018.6.10
【라말베(캐나다 퀘벡주)=AP/뉴시스】주요 7개국(G7) 정상과 관료들이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발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과의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018.6.10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동맹들 간 이견이 심화하면서 오는 11~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한 서구의 국수주의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세력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전통적 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향하는 국가들과 정면 충돌할 거란 우려가 높다.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8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지금 나토 동맹은 한쪽은 국수주의자들로, 다른 한쪽은 범대서양주의자들로 갈려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고 말했다.

 달더 전 대사는 "한쪽에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 트럼프가 있다"며 "친러시아, 친포퓰리즘, 친국수주의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쪽에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같은 지도자들이 있다"며 "이들은 러시아를 경계하며 무엇보다도 자유주의 원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보존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AP/뉴시스】 EU 정상회의 이틀째 마지막날인 29일 조찬 회동 때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손을 부여잡고 인사하고 있다. 메르켈이 이주자들에게 국경 문을 가장 활짝 열어준 정상이라면 오르반은 국경을 가장 냉혹하게 닫아버린 유럽 지도자다. 2018. 6. 29.
【브뤼셀=AP/뉴시스】 EU 정상회의 이틀째 마지막날인 29일 조찬 회동 때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손을 부여잡고 인사하고 있다. 메르켈이 이주자들에게 국경 문을 가장 활짝 열어준 정상이라면 오르반은 국경을 가장 냉혹하게 닫아버린 유럽 지도자다. 2018. 6. 29.
에르도안, 오르반, 콘테 등은 올들어 각국 선거에서 우파 포풀리즘을 앞세워 집권했다. 이들은 러시아와의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며 나토, 유럽연합(EU) 등 전통적 서구 동맹 체제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달더는 "몇 주 사이 유럽 관료들로부터 개인적으로 얘기를 들었다. 트럼프는 국수주의자들과 어울리고 회의실 한 쪽에선 메르켈, 마크롱, 메이, 트뤼도가 서 있을 것이다. 시각적으로도 분열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마크롱, 메이, 트뤼도 등과 노골적인 갈등을 빚었다. 이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일방주의 행보를 놓고 충돌했고 트럼프는 결국 G7 공동서명을 거부했다.

 나토는 서구의 집단방위체제인 만큼 나토 정상회의에선 무역, 경제 이슈보다는 안보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또 다시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내들어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는 변함 없이 나토 동맹과 '헌장 5조'(한 회원국 공격은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를 지지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유럽국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낭=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7.11.11.
【다낭=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7.11.11.
유럽의 고위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 동맹 때리기를 시도하면 러시아 등 공동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한 연대보다는 방위비 부족 문제에 논의 초점이 맞춰질까봐 우려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의 외교안보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문제로 들먹이며 유럽 주둔 미군 철수나 나토 합동 군사훈련 불참을 위협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나흘 만에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트럼프가 나토 회의에 찬물을 끼얹으면 푸틴은 가만히 앉아서 1승을 거두는 셈이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서구 동맹 분열 비판을 감안해 이번 회의에서 동맹들을 때리기보다는 자신의 압박 덕분에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증액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도에 그칠 거란 전망도 있다.

 회원국들 사이엔 나토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방위비를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었다. 이들은 2014년 정상회의에서 2024년까지 국방 예산을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올리자고 합의했다.

 케이 베일리 허치슨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폭스뉴스에 G7 회의에선 회원국들과 무역협상 중이였기 때문에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은 나토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나토는 우리가 100% 동맹을 맺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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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7/09 10:45:5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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