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자본 투자 제한 조치 사실상 철회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검토해온 중국 자본의 미국 첨단기술 투자 제한 조치를 사실상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대신 미국의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권한을 강화하는 의회 입법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의회가 우리의 중요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를 현대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다"며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이라는 이름의 이 법안은 우리 국민이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유지하면서 외국의 투자에 따른 경제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의회가 가능한 한 빨리 강력한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하며,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보호하기 위해 그것을 이행하기를 기대한다"며 "의회가 강력한 FIRRMA를 통과시키기 못한다면 나는 정부에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것을 지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FIRRMA 법안은 외국 자본의 투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조사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규제 권한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중국의 첨단산업 분야를 견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투자 제한 조치를 철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WSJ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중국 자본의 출자 비율이 25%를 넘는 기업이 미국의 주요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또 CFIUS와 별도로 운영되는 심의 기구를 만들어 외국 자본의 투자를 더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할 경우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결국 이 구상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한 행정부 고위 관리는 WSJ에 "우리 경제를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준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를 통해 무역 갈등을 해소하는데 관심이 있는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아직까지 대중 강경 노선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6일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명단을 확정했다. 이 중 34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7월 6일부터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관세 발효 시점 이전에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발표는 기존 입장을 더 완화하거나 강화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들로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 협상에서의 그들(중국)의 반응에 만족하지 않았고,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했다"며 "공은 그들의 코트에 있다. 나는 항상 낙천주의자지만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