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절 끝에 성사되는 북미정상회담…그간 어떤 일이?

기사등록 2018/06/08 08:38:00

정의용 대북 특사단 방미…트럼프 대통령, 김정은과 대화 수락

북미, 비핵화방법론 놓고 5월 냉기류…북미 정상회담 전격취소

판문점·싱가포르·뉴욕서 최종조율…김영철, 워싱턴서 트럼프 예방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한반도 비핵화 여정의 대미를 장식할 6·12 북미 정상회담은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최종 무대가 확정되기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세기의 담판, 북미 정상회담의 시작은 지난 3월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의 평양 방문에서 비롯됐다.

 정 실장은 방북 직후인 3월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한 결과를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하며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 실장은 8일(한국시간 9일)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후 취재진에게 "김 위원장이 가능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표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03.09.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03.09.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아울러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구적인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계가 들떴다. 아울러 얼마 뒤 남북 정상회담까지 확정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동안 '훈풍'이 불었다.

 이후 북미 대화의 불씨를 당긴 것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비밀 방북이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장관 지명사 신분으로 3월31일~4월1일 부활절 주말을 틈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동한 후 18년 만에 이뤄진 북미 최고위급 회동이었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방송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0일 방송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했으며, 억류된 미국인들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2018.05.10. (출처=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특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기도 했던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을 지휘한 인물로 그의 방북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만남은 매우 원만하게 이루어졌으며,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정상회담에 대한 세부사항들은 지금 해결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역사적인 4·27 남북 정상회담이 끝나고 다시 관심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를 며칠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양한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외에도 몽골 울란바토르, 스위스 제네바, 스웨덴 스톡홀름, 판문점 등이 회담 장소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북미 정상회담 시간과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돌발 변수가 등장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7~8일 중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랴오닝성 다롄에 갑작스럽게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면서 미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워싱턴=AP/뉴시스】'리비아식 모델' 에 따른 북한 핵폐기를 주장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킨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 한 쪽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18.05. 23
【워싱턴=AP/뉴시스】'리비아식 모델' 에 따른 북한 핵폐기를 주장해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킨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 한 쪽에 서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18.05. 23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귀국하자마자 시 주석과 통화를 하며 북중 정상 간 2차 회동 결과를 전달받았다. 이날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는 보이지 않은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특히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일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에 책임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도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북·중·미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이 지난달 9일 이뤄지면서 북미 대화는 다시 훈풍을 탄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미국으로 귀환하면서 다시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취소를 속보로 전하고 있다. 2018.05.24. (사진=CNN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취소를 속보로 전하고 있다. 2018.05.24. (사진=CNN 캡쳐) [email protected]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억류자 귀환을 환영하면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밝힌다. 이어 북한도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진행하고 국제 기자단을 초청하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데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의 냉각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특히 김 제1부상의 담화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언급한 북한 비핵화의 리비아식 모델을 지적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이후 한반도의 정세는 급속도로 후퇴한다.

 이러한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달 24일 트럼프 행정부 리비아식 비핵화 언급에 대해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호언하면서 북미 간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회담을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다. 2018.06.0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회담을 마치고 걸어 나오고 있다. 2018.06.02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이 이뤄진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전격 취소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서한에서 "최근 (북한의)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개심을 근거로, 오랫동안 계획해온 회담을 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inappropriate)고 느낀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가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북한이 태도를 급선회하면서 다시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취소를 발표한 다음 날인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될 수 있다고 화답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이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26일 극비에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측면에서 지원했다.

 이후 북미는 판문점과 싱가포르, 뉴욕 등 여러 트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최종 조율에 나섰다. 특히 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가시권에 들게 됐다.

【싱가포르=뉴시스】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싱가포르 케이블카 스카이 패스에서 센토사 섬이 한눈에 보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미국 측 실무 대표단의 숙소로 사용된 카펠라 호텔이 있는 센토사섬은  현지언론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06.04.suncho21@newsis.com
【싱가포르=뉴시스】조성봉 기자 = 4일 오후 싱가포르 케이블카 스카이 패스에서 센토사 섬이 한눈에 보이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미국 측 실무 대표단의 숙소로 사용된 카펠라 호텔이 있는 센토사섬은  현지언론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백악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과 5일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를 발표했다. 북미 정상 간 역사적인 첫 회담은 오는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10시)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다.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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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 끝에 성사되는 북미정상회담…그간 어떤 일이?

기사등록 2018/06/08 08:38: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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