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북미회담, 신출내기 트럼프 對 전문가 김정은 간 협상"

기사등록 2018/06/01 12:19:21

"트럼프, 설익은 외교적 결정으로 혼선 초래"

"김정은, 우연 아닌 전략으로 북미회담 추진"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익은 외교적 결정에 의한 것으로 그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김 위원장은  “우연이 아닌 전략(not by chance but by design”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CNN은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불과 45분 만에 이를 받아들이는 등 “설익은 외교(soft-boiled diplomacy)”를 하는 “단지 신출내기(only rookie)”인 반면 김 위원장은 역대 북한 정권의 협상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의 모습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그토록 신속하게 수용했는지는 미스터리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이 김 위원장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로 절박해진 김 위원장이 미국이 내미는 경제적 당근을 덥석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CNN은 추측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특대 사이즈 에고(oversized ego)”가 한 역할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분명한 사실은 북한 경제가 고통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핵무기가 훨씬 크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해온 그런 부류의 적이 아니다. 그는 아파트를 짓는 사업가가 아니다. 그는 독재자의 후계자이고,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CNN방송은 “김 위원장은 영속적으로 북한을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원한다. 김씨 왕가의 안전과 생존, 그와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특권을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북한이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한반도의 비핵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라는 말을 되풀이 해왔음을 지적했다.

 당초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북미정상회담은 여러 차례 오락가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신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통보했으나 금방 다시 복원시켰다.

 CNN방송은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난 3월 북미정상회담을 성급하게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그의 실패였음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 판의 도박장에서 주사위를 던졌지만 그는 “단지 신출내기(only rookie)”일 뿐이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그러나 김 위원장은 전문가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제까지 미국 외교관들과 숱한 협상을 벌인 경험을 지니고 있다. 김 위원장은 게다가 미국의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에게는 없었던 추가 협상카드인 셈이다.

 CNN방송은 김 위원장의 현재 협상력은 “우연이 아닌 전략(not by chance but by design”을 통해 구축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2017년과 2016년 대선에 매인 틈을 이용해 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협상 테이블로 나섰을 때 필요한 영향력을 갖출 때까지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자신을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도박을 한 것이라고 CNN방송은 풀이했다. CNN방송은 북미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린 것도 김 위원장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인 ‘협상의 기술’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고 상대방을 믿게 만드는 쪽이 승리하게 돼 있다고 적고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편지는 트럼프 자신의 이런 논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트럼프의 선택은 지극히 제한돼 있다고 분석했다.

 CNN방송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정상회담 과정에 개입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두 나라의 국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측은 북미정상회담을 굳이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면서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0~31일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동해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을 만난 뒤 “우리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회동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급작스럽게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절차를 밟는데 인위적으로 속도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전 외교를 겨냥한 훈수였다.

 앞서 지난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조속한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전해 듣고 즉석에서 이를 수락했다.

 CNN방송은 그러나 북한과의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제안이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욕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바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 측의 양보가 부족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외교란 계란을 삶는 단순 요리가 아니라 수플레(밀가루, 달걀, 버터 등을 이용해 만드는 프랑스 요리)를 만드는 보다 복잡한 과정임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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