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생 동갑내기인 오혁(리더·보컬·기타), 이인우(드럼), 임현제(기타), 임동건(베이스)의 음악에는 청춘의 자유분방함과 함께 뭉근한 공허함이 배어 있었다. 패션과 뮤직비디오의 세련미 속에서도 화려함이 도드라지기보다는 허무함의 얼굴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1년1개월 만에 발표한 앨범 '24: 하우 투 파인드 트루 러브 & 해피니스'의 감성 좌표는 다르다. 다양한 빛깔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거기서 희망을 노래한다.
오혁은 31일 여의도에서 "기존에 가지고 온 감성에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전의 다소 날 선 감성은 지난해 발매한 첫 정규 앨범 '23'까지만 담았다는 얘기다. "이번 앨범은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정했어요. '23'을 끝으로 염세적인 것을 마무리하고 싶었죠."
타이틀곡 '러브 야(LOVE YA)!'를 비롯해 앨범에 실린 총 6곡의 사운드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프랭크 레본이 감독한 수록곡 '하늘나라' 뮤직비디오는 위트가 넘치면서 따듯하고 동화적이다.
특히 '러브 야'는 의도부터 긍정적이다. '이 세상 모든 연인을 위한 응원가'다. 오혁은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에는 분명 조건이 있어요. 그 조건을 나열하는 앨범"이라면서 "같이 고민하자는 취지로 만든 앨범이에요. 사랑은 너무나 많은데 각자 소중하죠. 그것을 어떻게 하면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라고 전했다.
다섯곡의 노랫말이 영어다. 월드 투어를 하며 해외에서도 팬층을 보유한 혁오는 해외 시장을 노린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음악을 들었을 때 예쁘게 들리는 언어적인 요소가 있어요. 어떤 때는 한국어 가사, 어떤 때는 영어 가사가 저에게는 예쁘게 들리더라고요. 그게 제일 중요해서 언어를 정하죠."
베를린에서 작업한 이번 앨범에서 또 눈에 띄는 곡은 '강강술래'다. 한때 분단됐던 독일에서 작업한 이 곡의 노랫말에는 "동을 틔우기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 볕은 연안에서 연안으로 남쪽에서 북쪽까지 고루 비추네요" "벽을 넘어서도 아름다움을 지켜요" 등 한반도의 상황을 암시하거나 은유하는 구절이 보인다.
오혁은 "작년 말과 올해 초 데모 작업을 하면서, 기타 라인들을 떠올렸는데 순간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면서 "당시만 해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싶었는데 베를린에서 (남북 화해 기류 관련) 소식을 접하면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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