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소충전소 14곳…일부는 연구용 사용불가
2023년까지 310곳 계획 세웠지만 기재부에 '좌초'
최근 靑넥쏘 구입 등 태도변화…수소충전SPC 기대
언제부턴가 봄이 '봄이 아니다'.
화사한 햇살, 파릇한 하늘은 온통 칙칙한 잿빛으로 변했다. 온 가족이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떠나야 할 때 집안에 갇혀 공기청정기를 돌려야 하는 처지다.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태워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 탓인지, 숨막히는 미세먼지에 지구온난화가 빚어낸 이상기후까지 겹쳐 삶이 질식할 듯하다.
국제사회가 오염원이 없는 청정에너지, 지구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수소'의 연료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의 활용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생활양식을 혁신시킬 혁명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 각국은 이미 수소자동차를 비롯해 관련 기술의 개발 및 적용, 보급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만 낙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궁극의 친환경 연료로 일컬어지는 수소에너지 개발의 현주소와 각국의 움직임, 미래 전망을 매주 1차례씩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①세계는 뛰는데…韓, 인프라· 연구 총체적 부족
②수소산업 선점나선 일본…車보조금도 쏙 빼는 한국
③수소굴기 나선 중국…대량생산 계획 착착
④독일 수소버스·수소열차 '씽씽'
⑤한국 수소기술 어디까지 왔나
⑥현대차 넥쏘, 수소대중화 길을 열다
▶⑦정부 벽에 막힌 수소복합충전소
⑧선진국 패권다툼…법 제도·지원 미흡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5월1일 광주충전소가 휴무였어요. 직장이 멀어서 직장 주변의 다른 충전소까지 가야하는데 가는 길에 차가 서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죠."
"넥쏘를 예약하고 지원금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정부 지원도 그닥 크지 않고, 수소연료 충전에 제약이 있는데 지금 수소차를 사는게 맞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대자동차의 수소전지자동차 '넥쏘'를 구매하는데 성공한 A씨는 최근 수소 충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에 깔린 수소충전소가 14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중 일부는 연구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양재와 상암 두 곳에 수소스테이션이 있는데 이 두 곳은 모두 연구용으로 무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주중, 업무시간 중에만 충전이 가능하다. 그나마 상암은 충전 압력이 350bar로 낮아, 수소를 절반밖에 충전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수소산업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수소충전 인프라 부족은 매우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현대차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넥쏘' 개발에 성공했음에도, 수소인프라가 잘 갖춰진 일본 경쟁사에 글로벌 주도권을 다시 빼앗기게 될 수 있다.
정부는 2023년까지 충전소 310곳,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충전소 310곳 중 국토부가 160곳, 환경부가 150곳을 각각 맡았다.
하지만 올 초 국토교통부가 수소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한 수소차 복합충전소(복합휴게소) 건립계획에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내주지 않으며 복합휴게소 건립이 좌절됐다. 휴게소 영업권에 충전시설 운영을 얹은 수소복합충전소 160곳 건립해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계획이었지만, 이는 기존 휴게사업자들의 반발과 기재부의 반대로 시작조차 못했다.
환경부가 주도하는 150개 충전소 역시 대기업 참여 여부를 놓고 기재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주체를 선정, 1곳당 30억원으로 추정되는 충전소 설치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10곳 정도씩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대기업에 수소충전소 민간사업자 자격을 주면 안 된다고 하고 있어 사업자를 찾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의 태도는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다. 청와대가 수소차 넥쏘를 구매했고, 기재부도 국회가 합의해준다면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추경에 수소차 보조금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의 질의에 "(추경을 할 때) 수소차를 검토했다"며 "(당시 수소차 지원이 빠진 이유는) 특정 업체만 관여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면서 "일부 대기업에 대한 지원 우려로 조심스러웠다"며 "수소차와 전기는 앞으로 자동차의 새로운 먹거리인데,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수소차 지원을 동의하면 수정을 해서라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환노위 예산소위는 이날 수소차 500대 규모인 112억5000만원 추경에 합의했다.
산업부 역시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지난 2월 발표한 미래차 혁신성장 전략에 따라 수소차 충전소를 12기에서 30기로 확대하는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 등 정부기관과 현대차 등 업계가 참여하는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것 역시 의미가 크다. SPC는 오는 11월 발족, 2022년까지 310기의 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 수소충전소 상황은 그냥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의 투자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차량을 개발했음에도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가진 일본에 다시 선수를 빼앗길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11월 수소충전소 SPC가 설립되는 만큼 차질없이 수소충전소 확충계획이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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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햇살, 파릇한 하늘은 온통 칙칙한 잿빛으로 변했다. 온 가족이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떠나야 할 때 집안에 갇혀 공기청정기를 돌려야 하는 처지다.
화석연료를 지나치게 태워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한 탓인지, 숨막히는 미세먼지에 지구온난화가 빚어낸 이상기후까지 겹쳐 삶이 질식할 듯하다.
국제사회가 오염원이 없는 청정에너지, 지구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수소'의 연료화에 주목하는 이유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의 활용이 산업의 틀을 바꾸고 생활양식을 혁신시킬 혁명적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진 각국은 이미 수소자동차를 비롯해 관련 기술의 개발 및 적용, 보급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만 낙오된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궁극의 친환경 연료로 일컬어지는 수소에너지 개발의 현주소와 각국의 움직임, 미래 전망을 매주 1차례씩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①세계는 뛰는데…韓, 인프라· 연구 총체적 부족
②수소산업 선점나선 일본…車보조금도 쏙 빼는 한국
③수소굴기 나선 중국…대량생산 계획 착착
④독일 수소버스·수소열차 '씽씽'
⑤한국 수소기술 어디까지 왔나
⑥현대차 넥쏘, 수소대중화 길을 열다
▶⑦정부 벽에 막힌 수소복합충전소
⑧선진국 패권다툼…법 제도·지원 미흡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5월1일 광주충전소가 휴무였어요. 직장이 멀어서 직장 주변의 다른 충전소까지 가야하는데 가는 길에 차가 서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죠."
"넥쏘를 예약하고 지원금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결국 포기했습니다. 정부 지원도 그닥 크지 않고, 수소연료 충전에 제약이 있는데 지금 수소차를 사는게 맞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대자동차의 수소전지자동차 '넥쏘'를 구매하는데 성공한 A씨는 최근 수소 충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에 깔린 수소충전소가 14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이중 일부는 연구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양재와 상암 두 곳에 수소스테이션이 있는데 이 두 곳은 모두 연구용으로 무료라는 장점이 있지만 주중, 업무시간 중에만 충전이 가능하다. 그나마 상암은 충전 압력이 350bar로 낮아, 수소를 절반밖에 충전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수소산업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적극적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수소충전 인프라 부족은 매우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현대차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넥쏘' 개발에 성공했음에도, 수소인프라가 잘 갖춰진 일본 경쟁사에 글로벌 주도권을 다시 빼앗기게 될 수 있다.
정부는 2023년까지 충전소 310곳,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충전소 310곳 중 국토부가 160곳, 환경부가 150곳을 각각 맡았다.
하지만 올 초 국토교통부가 수소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한 수소차 복합충전소(복합휴게소) 건립계획에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내주지 않으며 복합휴게소 건립이 좌절됐다. 휴게소 영업권에 충전시설 운영을 얹은 수소복합충전소 160곳 건립해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계획이었지만, 이는 기존 휴게사업자들의 반발과 기재부의 반대로 시작조차 못했다.
환경부가 주도하는 150개 충전소 역시 대기업 참여 여부를 놓고 기재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주체를 선정, 1곳당 30억원으로 추정되는 충전소 설치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해마다 10곳 정도씩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대기업에 수소충전소 민간사업자 자격을 주면 안 된다고 하고 있어 사업자를 찾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의 태도는 최근 조금씩 바뀌고 있다. 청와대가 수소차 넥쏘를 구매했고, 기재부도 국회가 합의해준다면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추경에 수소차 보조금이 반영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의 질의에 "(추경을 할 때) 수소차를 검토했다"며 "(당시 수소차 지원이 빠진 이유는) 특정 업체만 관여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그러면서 "일부 대기업에 대한 지원 우려로 조심스러웠다"며 "수소차와 전기는 앞으로 자동차의 새로운 먹거리인데,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수소차 지원을 동의하면 수정을 해서라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환노위 예산소위는 이날 수소차 500대 규모인 112억5000만원 추경에 합의했다.
산업부 역시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8 대한민국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지난 2월 발표한 미래차 혁신성장 전략에 따라 수소차 충전소를 12기에서 30기로 확대하는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 등 정부기관과 현대차 등 업계가 참여하는 수소충전소 설치·운영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것 역시 의미가 크다. SPC는 오는 11월 발족, 2022년까지 310기의 충전소를 구축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 수소충전소 상황은 그냥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의 투자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차량을 개발했음에도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가진 일본에 다시 선수를 빼앗길 위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는 11월 수소충전소 SPC가 설립되는 만큼 차질없이 수소충전소 확충계획이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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