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트남·중국식 혼합 '우리식 시장경제' 만들 것"

기사등록 2018/05/14 15:38:46

최종수정 2018/05/14 15:40:34

이용화 현경연 연구위원 "베트남과 중국 모델 혼합...북한만의 새로운 모델 만들 것"

조봉현 IBK연구소 부소장 "싱가포르 등도 눈여겨 봐...창조적 새 모델을 만들진 않을 것"

김병연 서울대 교수 "중국·베트남 큰 차이 없다...북한의 자본주의화 진행 과정 주목해야"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급물살을 타면서 북한의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달 북미관계에 큰 돌파구가 열린다면 북한이 구체적으로 채택할 경제 모델은 베트남식 개혁·개방이나 중국식 개혁·개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창조적인 새로운 경제 모델을 확립할 가능성은 낮지만, 앞서 개혁·개방을 경험한 국가들의 장점을 혼합한 '우리식 시장경제'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14일 정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북한은 베트남과 중국 등 체제가 동일한 사회주의국가가 경험한 개혁·개방 사례를 통해 '우리식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북한은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향해 발을 내디디는 개혁을 시작한 지난 1986년 베트남과 유사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은 현재 북한보다 6배 큰 경제를 자랑하는 거대 제조 중심지로 거듭났고, 삼성전자는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투자자로 총 수출·수입의 1/4을 차지한다. 이 같은 상황과 북한의 시장개방 전망 속에 북한이 '넥스트(Next) 베트남', '삼성전자의 뒷마당(backyard)'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왔다.

또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외국 자본과 기술을 도입했던 중국식 모델을 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형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을 찾았다. 최근 쑹타오 중국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80년대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의 주도로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나섰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선전과 주하이, 산터우, 샤먼 등을 경제특구로 지정해 외국 자본과 기술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은 그동안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특수성을 강조했다며, 이번에도 그동안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사회주의국가 사례를 통해 '우리식' 경제를 선언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베트남식 혹은 중국식을 한쪽만을 따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양쪽을 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만의 새로운 경제 개방 방식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상황이 과거 베트남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베트남의 도이모이는 개혁 부분에서 농업 생산성을 올리는 정책이었다. 개방 차원에서는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을 끌어올리는 정책"이라며 "베트남 방식에서 외자유치 부분을 배우려고 할 것"이라고 섵명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을 활성화해 궤도에 올린 다음 외자 유치를 받았다"며 "북한은 베트남처럼 초기부터 외자를 받는 것을 시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내부의 기업을 역량을 높여서 투자를 받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이 어떤 한 모델을 가지고 개혁·개방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북한식의 모델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북한이 베트남 모델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만약 개혁·개방을 진행한다면 베트남을 많이 참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은 북한의 상황과도 유사하다. 베트남은 농업부터 개혁을 시작했는데, 북한도 농업 비중이 국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베트남의 산업단지를 보면 북한의 경제개발 구호와 비슷하다"

아울러 "중국식 모델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 할 것"이라며 "다만, 중국과 북한은 경제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도 정치체제가 유사하면서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달성해 눈여겨보고 있다"며 "북한은 창조적이진 않지만 '우리식 시장경제'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실제로는 베트남과 중국은 개혁·개방은 큰 차이가 없다"며 "점진적으로 체제를 자본주의화 시킨 것이기 때문에 양국을 따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중국과 베트남의 차이가 있다면, 중국은 화교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특구를 지정했다는 것"이라며 "베트남은 해외동포가 많지 않아서 국제 자본을 유치하려고 했다. 외국의 자본을 유치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국가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양국 모두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화를 진행한 것"이라며 "북한이 자본주의화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관점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그는 "체제 이행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우선, 국유화한 재화를 사유화하는 소유권 계약이 필요하다"며 "민간 부문에서는 시장 거래의 자유, 농업 부문에서는 집단농장을 가족농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남았다. 이는 중국과 베트남 모두 밟아온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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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베트남·중국식 혼합 '우리식 시장경제' 만들 것"

기사등록 2018/05/14 15:38:46 최초수정 2018/05/14 15: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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