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양 초청 원했던 北…CVID 수용 예고?

기사등록 2018/05/11 17:34:22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미 정상 간 역사적 첫 만남이 제3국인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북미 두 정상이 선호했던 장소는 달랐다. 특히 북한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성과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측에서는 평양 개최에 대해 적극적이었다"고 밝혔다. 북미 두 나라가 정상회담 개최 합의 이후 진행한 물밑 협상에서 여러 후보지역이 언급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 측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러한 적극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 방북 이후 계기마다 언급하고 있는 '비핵화 의지'와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3월 초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만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이러한 입장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도록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제의를 받아들인 후 김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중단하고,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는 내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 그리고 같은달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서는 문 대통령과 함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임을 거듭 확인했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합의가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차례나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난 다음에 정상회담 개최 일정이 확정된 만큼 현재의 흐름을 깨는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이고, 김 위원장의 경우 핵-경제 병진노선을 종결하고 경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새 노선을 발표한 직후여서 실질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미국에서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이른바 CVID까지 수용할 준비가 됐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초청 가능성을 타진했던 배경에는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한 확신이, 다시 말해 비핵화 결심이 확고하게 깔렸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평양에 미국 대통령을 불러 합의를 도출해낼 경우 내부 권위와 체제 결속도 더욱 다질 수 있을 거라는 계산까지 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회담 성과에 대한 확신을 갖고 미국과의 정상회담 준비에 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단이 섰기에 평양에서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비핵화 국면을 주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북미 정상회담은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비핵화 담판이 가지고 있는 민감성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연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승부사의 기질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 등을 계기로 판문점 또는 평양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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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평양 초청 원했던 北…CVID 수용 예고?

기사등록 2018/05/11 17:34:2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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