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0살]컵라면·삼각김밥부터 도시락까지…'카페형' 진화 중

기사등록 2018/05/03 05:41:00

시대상 반영된 편의점 인기 품목

IMF 시대, 삼각김밥 선풍적 인기

현재 편의점은 '카페형' 진화 중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1989년 5월6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편의점이 개점한 이후, 편의점 업계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편의점의 성장은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90년대 초 고도성장부터 1998년 IMF경제위기를 거치는 시대상이 편의점의 인기상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최초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슬러쉬가 인기를 끌었다면, 편의점의 부흥은 삼각김밥이 이끌었다. 이후 편의점 도시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 편의점은 더 다양한 제품을 팔고, 머무르는 곳으로 진화 중이다.

◇편의점을 키운건 '삼각김밥'

  1992년 획기적인 상품이 등장했다. 바로 삼각김밥이다. 삼각김밥은 오늘날의 편의점을 있게 해 준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템이었다. 90년대 초반 삼각김밥이 첫 등장을 했을 때만해도 동네 편의점마다 어떻게 포장을 뜯는지를 손님들에게 설명을 해줘야 할 정도로 생소한 제품이었다.

 첫 등장은 92년이지만 삼각김밥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은 2000년대다. 삼각김밥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만해도 편의점에서는 푸드제품이 잘 팔리지 않았다. 일반 식당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따듯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어 굳이 편의점의 차가운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삼각김밥의 운명은 1998년 IMF시대를 겪으며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상황과 맞물렸다. 삼각김밥은 실직한 가장부터 배고픈 학생들까지 남녀노소 싸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삼각김밥의 인기를 견인한 제품은 누가 뭐라해도 '참치마요네즈'다. '참치마요네즈'는 이미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세븐일레븐은 롯데삼강에 위탁해 1999년 7월 첫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을 출시하면서 편의점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2001년 국내 최초의 삼각김밥 TV광고가 등장했고, 2002년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한 삼각김밥이 연간 1억개를 넘어섰다. 이때 삼각김밥의 가격은 700원이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 등 신선먹을거리 상품도 인기가 높았다. 반면 지금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도시락의 경우 첫 선을 보였비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삼각김밥이 히트를 쳤던 2000년대는 편의점의 폭발적 성장기로 구분된다. 출점수, 매출액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던 시기다. 2001년 우리나라 편의점은 3000개에서 2007년에는 1만개로 늘었다. 편의점 가맹수요가 매년 30%씩 증가했다. 2006년에는 고속도로에 처음으로 편의점이 생겼고, 2008년에는 지하철, 공항 등에도 편의점이 입점했다.
【서울=뉴시스】세븐일레븐이 운영중인 카페형인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점이다. (제공 = 세븐일레븐)
【서울=뉴시스】세븐일레븐이 운영중인 카페형인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점이다. (제공 =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갈수록 늘어갔다. 2001년 택배서비스가 시작됐고, 2003년에는 통신사 할인서비스가 생겼다. 2007년에는 프로야구/축구 티켓을 판매했고, 2009년에는 국세를 수납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2010년에는 국제택배, 온라인 쇼핑몰 대금 수납이 가능해졌다.

  ◇편의점 4만개 시대, '진화' 몸부림

 2011년 연매출액 10조원을 돌파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편의점 성장곡선이 다소 완만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시기를 성숙기 또는 안정기로 표현한다. 편의점의 갯수도 현재 전국 4만여개로 사실상 포화에 가깝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이 시기 편의점에서는 다양한 트렌드형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게 도시락이다. 도시락은 최근 5년간 3배나 매출이 급증했다. 전체 상품(담배 제외)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상품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경기위축과 물가인상의 여파로 편의점의 저렴한 간편식품들이 주목받았다. 기존 삼각김밥은 물론, 천냥김밥, 2000원대 도시락에 이르기까지 값싸고 간편한 한 끼 식사에 대한 수요가 편의점으로 몰려들었다.

  다양한 편의점 PB제품들도 쏟아졌다. 아이스드링크, 간장맛 팝콘, 자이언트 떡볶이, 빅요구르트 등 예전에 없던 아이템이거나 기존 상품들과 용량을 달리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외에도 수입맥주, 냉장안주, 샐러드, 심지어 젓갈류까지 편의점 진열대에 오르는 등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먹을거리 외에도 비식품류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2012년부터 심야에 문을 닫는 약국을 대신해 감기약, 소화제, 진통제 등 일부 안전상비의약품도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 휴대폰용품, 애완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으로 편의점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울=뉴시스】CU가 운영중인 CU 한국영상대점, 카페형 편의점 모습.(제공=BGF리테일)
【서울=뉴시스】CU가 운영중인 CU 한국영상대점, 카페형 편의점 모습.(제공=BGF리테일)
 
  또 편의점은 단순한 소매채널을 넘어 금융, O2O(Online to Offline), 카셰어링 등 다양한 분야와 업무 제휴를 맺고 일상의 라이프 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카페형으로 '진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기존 편의점이 저렴한 음식을 빨리 먹고 나오는 곳이었다면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전국에 45개 점포를 '카페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테이블과 탁자 등을 갖추고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편의점을 꾸민 것이다. CU도 일부 점포를 카페형 또는 레스토랑으로 꾸며 운영 중이다.

  편의점이 카페형으로 진화하는데 가장 걸림돌은 공간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경우 편의점의 평균 면적이 40평대다. 카페형은 물론, 음식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편의점의 평균 면적은 20평에 불과해 '카페형'으로 운영하기에는 좁다. 무작정 공간을 넓히는 것도 임대료 상승 등의 이유로 쉽지 않아 난제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개수는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편의점 업계 자체의 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각 편의점 점포마다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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