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사학 스캔들에 이어 재무성 차관의 성희롱 의혹 등 파문이 잇따라 일본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이번 미일 정상회담 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가져 일본 야권은 물론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두 정상의 골프 회동은 이번이 세 번째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아베 정권을 향한 국내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아베 총리의 골프 외유에 대한 눈총은 뜨겁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쿠야마 데쓰로(福山哲郎) 간사장은 "과연 이 상황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겠느냐"며 "(한가롭게 골프 외유나 가진 아베 정부에)위화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19일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의하면, 아베 총리는 지난 17~18일 이틀 간의 미일 정상회담 중 이틀째인 18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쳤다. 장소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인근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이다.
이번 골프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일본측은 사학 스캔들 등 잇따른 파문에 일단 제의를 거절했지만, 트럼프의 강한 의향으로 결국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실무적 회담만 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골프 제의를 거절하면 오히려 불상사(사학 스캔들 등)로 아베 총리측이 조바심이 난 것으로 보일 수 있어 골프 회동에 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골프를 쳐서라도 트럼프와 장시간 회담을 하는 편이 좋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는 골프 라운딩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아베 총리와 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아베 총리와 골프를 치며 더욱 깊고 발전된 관계를 쌓는 모습"이라고 쓰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론의 눈치 때문인지 이번 골프 라운딩은 작년 2월과 같은 해 11월 미국과 일본에서 가졌던 골프 회동보다는 활력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트럼프가 팜비치에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가진 이번 골프 회동에는 이 클럽 소속의 프로 골프 선수들이 동행했으며, 두 사람은 약 3시간에 걸쳐 18홀을 돌았다. 지난해 2월 첫 골프 회동 때에는 27홀을 돌았다.
또 작년 11월 트럼프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은 '신조' '도널드'라고 금실로 수놓은 모자를 사이좋게 쓰고 골프를 치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었다. 또 당시 아베 총리는 골프를 치던 중 벙커에서 뒤로 벌러덩 넘어져 뒹구는 모습이 공개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아베 총리는 이 일화에 대해 소개하면서 오히려 "트럼프가 멋지다고 했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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