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와 무슬림교도 간 갈등도 격화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정부와 집권당이 영토 분쟁지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8세 이슬람 소녀 성폭행 피살사건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도에서 8세 소녀 성폭행 피살 사건에 대한 항의시위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정부의 집권당 소속 장관 2명이 수사 방해 행위로 비난 받다 사임하는 등 모디 정부에 대한 야당 공세가 격화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디 총리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비판했지만 비난여론을 잠재우기는 커녕 갈수록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1월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며 격돌해온 잠무 카슈미르(카슈미르 인도령)의 한 마을에서 무슬림 유목민 가정의 8세 소녀 아시파 바노가 성폭행 후 살해당해 피투성이가 된 시신으로 발견된 것. 경찰 수사 결과, 몇몇 힌두교도 남성들이 아시파를 숲 속으로 유인해 납치한 뒤 며칠동안 힌두교 사원에 가둬 놓고 약물을 먹여 집단 성폭행을 했으며, 이후 아시파의 목을 조르고 머리를 돌로 내려쳐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범인들 중 지방공무원과 경찰이 포함된 데다가, 범인들이 이슬람 유목민들을 겁줘서 다른 곳으로 떠나게 하려고 어린 소녀를 성폭행해 살해했다고 실토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지난 3개월여동안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도 않았다가, 최근 용의자들의 변호사들이 경찰의 기소를 막기 위해 법원을 둘러싸고 행패를 부리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됐다. 변호사들은 경찰이 무슬림 주민들을 비호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보다 중립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법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힌두교 주민과 무슬림 주민들 간의 갈등을 이용해 마치 용의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듯 주장한 것이다.
특히 변호사들 중 일부가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국민당(BJP)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문제는 정치적 이슈로까지 비화됐다. 잠무 카슈미르 지역정부의 BJP 소속 장관 2명이 경찰의 수사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돼 사임하면서 모디 정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NYT는 지난 2012년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던 이른바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살해사건'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는 여전히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BJP가 집권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미온적 대응을 그토록 비난해놓고 정작 지금은 당시 INC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아시파 피살 사건 말고도 우타르 프라데시 주 의회 소속 집권당 의원이 십대 소녀를 성폭행하고 소녀 아버지까지 죽이려 한 사건도 일어났다면서, 야당이 이 두가지 사건을 빌미로 잡아 모디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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