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기 감염이 비극 불렀다…'신생아 사망' 36시간 재구성

기사등록 2018/04/06 12:56:42

사망 전날 오전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후 11시께까지

전공의 처방 불분명으로 주사제 1병 당 총 7번 분주

시트로박터프룬디균 감염 주사기 투여로 패혈증 사망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경찰청 박창환 광역수사2계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광역수사대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주치의 등 3명을 구속했다. 2018.04.06.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경찰청 박창환 광역수사2계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광역수사대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주치의 등 3명을 구속했다. 2018.04.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비극이 시작된 것은 사건 발생 전날부터였다. 전공의의 불명확한 처방으로 결국 지질영양제 1병이 7개의 주사기에 나눠졌다. 이 과정에서 주사기는 시트로박터프룬디균에 오염됐고, 이를 맞은 신생아들은 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5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의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5일 6년차 간호사 B씨와 1년차 간호사 C씨는 오전 7시에 출근했다. 두 명 모두 오후 3시에 퇴근하는 '데이근무'였다. 신생아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전공의는 강모씨였다.

 오전 10시께 강씨는 사망 환아 4명을 포함한 환아 5명에게 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제를 연속해 처방했다.

 그리고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30분께 강씨는 앞선 처방에 대한 부수 처방으로 스모프리피드와 종합영양수액(TPN) 등의 혼합비율을 정하는 '2차 처방'을 내렸다.

 그러나 환아 2명은 같은 처방을 받은 다른 환아들과 상황이 조금 달랐다. 쌍둥이였던 이들은 전날인 14일, 스모프리피드 투약 중단 처방을 받은 상태였다. 이들에게 강씨의 처방은 전날 중단된 처방에 대한 일종의 '재개 처방'이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주사기 교체 시간인 오후 5시께 다른 환아들과 함께 주사제를 투여할 것인지, 아니면 이들에게만 따로 주사제를 즉시 투약해야할 것인지가 명시돼야 했다.

 그런데 전공의는 처방을 내리면서 이 쌍둥이에 대한 투여시간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처방에 대한 조치를 맡은 6년차 간호사 B씨는 이를 전공의 강씨에게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B씨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 쌍둥이들에 대해서는 강씨가 처방을 내린 즉시 투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는 오전 11시30분께 스모프리피드 주사제를 준비하기 위해 주사준비실에 들어갔다. 이미 1년차 간호사 C씨가 분주(주사제를 주사기에 나누어 준비)용 수액세트를 연결해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B씨는 500㎖ 용량의 스모프리피드 1병을 50㎖ 주사기 2개에 나눴다.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주가 처음 일어난 때였다. B씨는 이를 쌍둥이에게 직접 투여했다.

 같은 시각 간호사 C씨는 이와 별개로 전공의 강씨 처방에 의해 오후 5시께 다음 근무자들이 환아 5명에게 투약할 주사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C씨가 사용한 것은 이미 B씨가 사용한 스모프리피드였다. 500㎖였던 주사제는 2개의 주사기에 나눠지며 400㎖가 남은 상태였다. C씨는 남은 400㎖ 스모프리피드를 주사기 5개에 나눴다. 순식간에 스모프리피드 1병에 대해 총 7번의 분주가 일어난 것이다.

 간호사 B씨와 C씨가 모두 퇴근한 후인 오후 4시30분, 당시 근무자였던 한 간호사는 간호사 C씨가 오전에 미리 분주해놓은 주사기 5개에 투여용 수액세트를 연결했다. 그리고 오후 5시께부터 오후 8시까지 각 환아를 담당하는 간호사가 이를 차례대로 투여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6일 밤 사건이 발생했다. 간호사 B씨와 C씨가 준비한 주사제를 맞은 신생아 5명 중 4명이 오후 9시32분께부터 오후 10시53분께 사이 순차적으로 응급조치를 받다가 숨졌다. 스모프리피드 재개 처방을 받아 두번의 주사제를 맞은 쌍둥이 중에는 1명이 사망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오후 11시7분께 신고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이틀 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수사팀가 기록을 넘겨받아 수사를 본격화했다. 

 경찰은 "무책임한 업무 행태(관행)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피의자 7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 교수(45) 등 3명은 구속 상태로, 간호사 B씨 등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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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8/04/06 12:56:4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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