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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구속영장 또 기각 왜?…'소명 부족' 검찰의 자충수

기사등록 2018/04/05 02:37:45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5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18.04.0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5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18.04.05.  [email protected]
검찰, 위력행사 입증 소명 부족…수사한계 노출
2차 고소인 범죄사실도 추가 않고 영장 재청구
사회적 감시 받는 安, 증거인멸·도주 우려 낮아
법원, 영장전담판사 달라졌지만 일관된 판단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된 건 여전히 혐의 다툼이 치열하고 증거인멸 가능성까지 낮아 피의자 방어권을 제약해야 할 만큼 충분한 구속의 필요성을 검찰이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원은 안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해 다퉈 볼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할 우려가 있다거나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결국 이전 1차 심사 때와 비교해 위력행사 입증에 관한 소명이 아직도 부족했던 데다 증거인멸에 따른 수사 방해나 2차 피해 우려를 염려한 검찰의 주장에도 합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리적으로 혐의를 다툴 여지가 높은 만큼 인신 구속보다는 방어권 보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는 검찰이 낸 증거자료가 혐의 소명에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피감독자간음죄는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경우에 해당한다. 업무상 위력은 대법원 판례에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유·무형의 세력을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력의 범위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반면 위력행사 입증에 대해 법원은 까다롭게 다루고 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본인은 아니지만 가족 등 측근들을 통해 연락이나 접촉을 시도하며 회유 또는 협박을 하려 한 정황이 짙어 수사에 지장을 주는 불안요소라고 판단,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압박이나 회유를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원칙적으로 피의자 변호사가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 본인에게 직접 가해자 측이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안 전 지사 아들은 실수로 전화를 걸었다고 해명했으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수사 중에 가해자 측이 전화통화를 시도하려 한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이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심대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정황들이 피해자측 진술의 일관성을 훼손하거나 진술을 위축시킬 수 있는 2차 가해로 볼 수 있고, 증거인멸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구속의 사유가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 지사가 컨테이너 생활을 하는 사실이 알려질 정도로 검찰의 수사망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언론의 감시망에 있어 직접 증거 인멸에 나설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

 또 안 전 지사가 측근을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더라도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언론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 일환으로 성폭력을 폭로한 만큼 안 전 지사 측 회유나 협박에 응할 리가 없어 법원은 검찰의 증거인멸 시도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위력행사 입증을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에서 1차 영장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범죄사실(10개 항목)을 적시했다. 범죄사실의 항목이 변경되거나 내용이 추가된 것도 아니었다.

 수사팀에서는 혐의 입증을 위한 보강 자료를 검찰이 제출했겠지만, 법원에서는 여전히 정상적인 성인 남녀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성관계를 맺은 데 대해 위력행사가 수반된 성범죄라는 점에 의문을 갖고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두번째 고소인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 직원을 조사했으면서도 범죄사실을 영장에 추가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을 때에는 보강 수사를 통해 추가 범죄사실을 밝혀내 기재하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자 '상식'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1차 청구 때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범죄사실 10개 항목을 변경없이 적시해 무리수를 둔 꼴이 됐다.

 법원 입장에서는 영장을 심리하는 판사가 다르더라도 이미 법원에서 기각시킨 범죄사실에 대해 이렇다 할 보강 사항도 없이 다시 영장을 발부해달라며 재청구한 검찰을 내심 마뜩지 않게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정반대의 판단을 한다면 국민들 사이에서는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영장 심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점에 혼란을 느끼며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법원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면서 불과 사흘에 걸친 보강수사에 추가 범죄사실도 영장에 적시하지 않은 건 논리적으로 모순된 수사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죄명은 입증이 까다로운 업무상 위력 행사이고, 폭력이나 협박이 수반될 때에 성립되는 강제추행이라는 점에서 이미 한 번 기각된 사안에 대해 사안 중대성을 이유로 '같은 영장'을 다시 법원에 들이미는 게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결국 국민적 관심이 큰 중요 사건에서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무리하게 영장을 재청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상당하다.
   
 이제 검찰은 수사를 개시한 지 한 달여 동안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만큼 안 전 지사의 신병처리에 연연하기보다는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 공산이 커보인다. 대신 정식재판에 대비해 증거자료나 참고인 조사 등을 보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이다.

 1, 2차 영장에는 두 번째 고소인의 범죄사실이 포함되지 않아 검찰이 더연 직원의 피해사실을 추가해 3차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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