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공회의소 "트럼프 행정부, 문제 제대로 인식했지만 처방 잘못돼"
IT업계, 농업계는 中 보복 우려…소매업계, 제조업계는 비용 상승 걱정
철강업계 등 일부 제조업종은 환영 "수백만개 일자리 회복할 것"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 명단을 발표하면서 미국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철강 등 일부 제조 업종들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중국산 제품 가격 상승은 결국 많은 미국 기업들에게도 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유통 업계도 소비자 가격 인상 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중국의 보복에 대한 위기감도 상당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행위를 이번 제재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정작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술기업들은 수십년간 축적해 온 현지 기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국 농업계도 중국의 보복 관세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교역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만 처방을 잘못 내렸다는게 미국 산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CNN에 "정부가 중국과의 교역 관계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의 소비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생산 기반을 두거나 대중 수출이 많은 IT업종이 가장 크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존, 구글, IBM, 애플 등 미국 IT 기업들을 대변하는 정보기술산업협회(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과의 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딘 가필드 협회 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관세가 효과가 없을 것이며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역사가 입증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농민 단체 '자유무역을 위한 농부들(Farmers for Free Trade)'은 정부에 관세 부과 철회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수출품에 세금을 낼 여유가 없는 미국의 시골 지역 농부들의 말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주길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소매재단(National Retail Foundation)은 신발과 의류와 같은 품목이 제외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생활가전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중국산 제품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조업종도 피해가 예상된다. 제이 시몬스 전국제조업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관세는 미국 제조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추가 비용을 부과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면 이번 관세로 수혜를 입게된 철강 등의 제조 업종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강 업계 노동자를 주축으로 하는 미국 제조업연맹의 스콧 폴 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정부의 조치는 중국과의 균형을 되찾을 뿐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복구할 수 있는 환경을 다시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약 60일 동안 이번 관세 명단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다음달 11일까지 이번 조치에 대한 서면 의견서를 받고 15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22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관세 발효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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