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쏘카 원종필 NI본부장 "데이터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기사등록 2018/03/28 18:25:16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28일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에서 원종필 N.I 본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8.03.28.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28일 서울 성수동 쏘카 본사에서 원종필 N.I 본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8.03.28.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데이터의 가치는 0일 수도 있고 무한대일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에도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적용됩니다. 분석하지 않고 쌓아두면 언젠가는 금이될 거라 믿지만 실제로는 금이 되지 않는 데이터도 많아요."

 카셰어링(차량공유) 업체 쏘카의 원종필 NI(넥스트 이노베이션) 본부장은 '데이터를 꿰어 보배로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28일 오전 서울 성수동 쏘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쏘카 사무실은 일반적인 사무실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사무실 내부는 도로처럼 꾸며져 있었고 안내판은 차량 표지판 모양이었다. 태어난 지 5년 밖에 안 된 쏘카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내부 분위기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원 본부장이 총괄하고 있는 NI 본부도 이런 통통 튀는 쏘카의 기업 문화를 반영하듯 조금 남다른 조직이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답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 쏘카의 미래를 고민하는 조직이다.

 "NI본부에서 N은 'Next(다음)'의 의미도 있지만 'New(새로운)'라는 뜻도 있습니다. 쏘카의 미래여도 좋고 새것이어도 좋으니 쏘카가 안 했던 것을 새롭게 고민해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현재 쏘카에 없는 다음을 만드는 게 NI 본부의 역할이에요."

 2012년 3월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한 쏘카는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는 공유경제 개념에서 출발한 외국의 카셰어링과는 달리 단거리용 렌터카로 시작했다. 몇시간이나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시간 차를 빌려줌으로써 기존 렌터카 업계가 놓치고 있던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점차 차량을 공유한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잡아 가고 있다. 차량을 단순히 빌리는 차원을 넘어 이용자가 자신이 이용한 차를 또다른 이용자에게 직접 넘겨주는 역할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공유경제의 싹을 키워가고 있다.

 현재 이용자수는 360만명. 전국 83개 도시, 공유 차량 수만 8800대에 달한다. 전국에 있는 쏘카존(공유차량이 세워져 있는 장소)도 3200군데다. 쏘카 차량이 매일 달리며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양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NI 본부는 쏘카에 축적되는 모든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이다.

 원 본부장은 이런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담할 NI 본부의 사령탑으로 지난해 4월 쏘카에 합류했다. 그는 "쏘카에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당시 약 6000대의 공유 차량이 축적한 데이터 양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걸 활용하면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그걸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꿰어낼 수 있다면 금이 되고 보석이 되겠지만 그냥 두면 무가치한 데이터가 되죠. NI 본부에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무한대의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합니다."

 원 본부장은 연세대 전산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첫 직장 생활을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한 'IT 전문가'다. 벤처붐이 한창이던 1996년 다음에 입사한 뒤 웹메일 개발 등을 시작으로 TR(테크 리소스)본부장, CTO(최고기술책임자) 등을 맡았다.

 다음 외에도 IT업체, 게임회사 등으로 직장을 옮겼지만 담당한 일은 줄곧 CTO였다. 국내에선 아직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많은 기업에 CTO 직책이 생기고 있다. 원 본부장은 "그 회사의 기술을 최상위에서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홈페이지. 2018.03.28. (사진 제공 = 쏘카 홈페이지 캡쳐)
【서울=뉴시스】한주홍 기자 =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홈페이지. 2018.03.28. (사진 제공 = 쏘카 홈페이지 캡쳐)
사실 원 본부장은 2008년 미국으로 건너가 쭉 그곳에서 회사 생활을 해왔다. 지난해 4월 쏘카의 합류 전까지 10년 가량을 미국에 있던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계기는 쏘카 때문이었다.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카셰어링 분야에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쏘카의 매력에 끌린 탓이다.

 "미국에서도 '집카'가 있었고 몇 년 전부터 차량 공유 등 교통 관련 분야가 가장 '핫'하잖아요. 카셰어링 분야를 연구해보면 재미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국내에서도 최근 카셰어링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원 본부장은 "생각 외로 이 분야에 관련 종사자가 많지 않다"며 "IT 기술자들은 주로 인터넷 비즈니스 쪽에 몰려 있고 카셰어링 분야는 숨겨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쏘카에 합류한 뒤 쏘카는 지난해 6월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총괄할 NI 본부를 출범시켰다. 쏘카는 크게 세 가지 팀으로 구성됐다. 쏘카존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차를 배달하는 '부름 서비스'를 담당하는 D팀, 데이터를 가공·분석하는 DI(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igence)팀, 다양한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연구를 실행하는 OR(오퍼레이션 리서치·Operation Research)팀이다.

 NI본부의 총 인원은 현재 20여명 가량이다. 아직 시작 단계의 기업인 쏘카에서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만큼 회사가 역량을 집중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다.

 데이터 측면에서 쏘카는 응용 가능성이 무한대인 일터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어떻게 뭉치고 쪼개냐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원 본부장은 "데이터를 보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며 "우리가 모르는 것 외부의 것을 찾아서 시장을 키우는 것과 데이터를 통해서 안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I 본부는 두 가지 모두에 집중하고 있다. 먼저 차량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 정비나 점검에 이용하거나 예약률 데이터를 분석해 매출 증대를 고민할 수 있다. 수요가 많은 지역을 분석해 차량 배치를 늘리고 쏘카존을 확대하는 등 카셰어링 서비스 업그레이드에도 쓰일 수 있다는 게 쏘카측의 설명이다.

 사실 데이터의 활용 영역은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다. 

 "가장 처음에 쏘카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건 쏘카를 통해 유행의 흐름을 쫓는 일이었어요. 젊은이들이 흔히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에 쏘카를 이용해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거기서 쌓이는 데이터를 활용하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쏘카에 모인 데이터를 세대별·연령별·성별로 분석하면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요즘 그의 또 다른 관심사는 데이터를 통한 사고 예방이다. 그는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차량 정보, 블랙박스 정보 등의 데이터를 통해 사고를 어떻게 잡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 본부장은 쏘카가 항상 새로운 것을 구상하기에 적합한 조직이라고 평했다. 쏘카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1세에 불과하다. 서로를 직책이 아닌 '닉네임'으로 부르고 사장조차 별도의 방 없이 직원들과 나란히 앉아 일한다. 원 본부장 역시 사내에서는 닉네임인 '에르'로 통한다.

 "지난 1년간 일해본 결과 쏘카는 젊고 다이나믹하고 미래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조직이에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마구 던지고 편안하게 대화하는 문화가 쏘카에선 아주 자연스러운데 이런 가운데 아이디어가 자가발전할 수 있죠."

 젊고 자유분방한 조직 쏘카에서 원 본부장은 차량 공유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저도 차가 없거든요. 주 5일은 출퇴근 때 버스를 타고 주말에는 쏘카를 이용해요. 일주일에 이틀 쓰려고 차를 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죠. 소유냐 공유냐에서 정답은 없지만 굳이 소유하려고 애쓰지 말고 왜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유를 통해 사회에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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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쏘카 원종필 NI본부장 "데이터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기사등록 2018/03/28 18:25:1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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