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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미투 지지 '2018분 이어말하기'…칼럼니스트 은하선 고백도

기사등록 2018/03/22 17:35:32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8.03.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8.03.22.  [email protected]
청계광장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돌입
"성폭력 몇몇 괴물의 문제 아닌 사회와 조직 문제"
"역겨운 관행 벗어나려 몸부림 치는 정당한 행동"
은하선씨 성추행 피해 고백, 울먹임에 지지 박수
이주여성들, '이중차별' 겪는 현실 증언도 이어져
오후 들어 시민 참여 증가…130명 접수 34명 발언

 【서울=뉴시스】안채원 홍미선 기자 = "'어린 여자 애'일 때부터 '젊은 여자', '나이 든 여자'로 살아왔고 살아갈 날들에 우리가 무엇을 겪고 있는지 세상은 더 이상 몰라서는 안 되고 모를 수 없습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 22일 오전 여성들이 한 데 모여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지지 발언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2018분의 이어말하기'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성추행·성폭력 경험을 나누고 미투운동을 지지하기 위한 연대 행사 중 하나로 23일 오후 7시까지 꼬박 34시간 동안 '릴레이 발언'을 이어간다.

 사회를 맡은 한국여성민우회 나우 활동가는 "이제와서 성폭력 문제를 몇몇 괴물의 문제로 봉합하고 떼어내려고 하지만 규범과 질서 속에서 괴물을 용인하고 두둔하고 키워왔던 건 조직의 문화와 법률의 해석에 있었다"면서 "괴물은 개인이 아니라 일상을 채워온 조직이며 사회이자 규범"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이제 겨우 두달된 미투 운동을 보며 바뀌었다고 하지만 바뀐 것은 목소리를 낸 여성들의 용기일 뿐이지 아직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가해자의 길을 용인하고 피해자 행실을 문제 삼으며 성폭력을 견디고 감춰야했던 이 땅의 질서는 마땅히 더 크게 흔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 9시22분 청계광장 한 가운데 마련된 발언대 뒷편에 설치된 TV화면에 보이던 '00:00'의 타이머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34시간동안 말하기를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34명의 여성과 몇몇 남성이 둥글게 모여 저마다 들고 있던 검은 끈을 차례로 묶었다. 이 자리의 목소리들이 끈을 묶듯 연대해간다는 의미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투 대자보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2018.03.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투 대자보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2018.03.22.  [email protected]
첫 발언자로 나선 한국 여성민우회 소속 꽃마리(가명)씨는 6살때부터 학창시절, 연애시절과 결혼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성희롱과 성추행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남성들은 여성이 기혼이든 비혼이든 일단은 들이대고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면 '그게 뭐 어때서'라는 반응을 보인다'며 "그것은 '뭐 어때서'가 아니라 그러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대다수 여성은 어릴 때부터 줄곧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고 공격당할 위험에 처했다"며 "여자들이 두려움 속에서도 역겨운 사회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정당한 행동으로서의 미투운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주여성 등 외국여성들이 겪은 성희롱·성폭력 증언도 이어졌다.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에서 활동하는 레티마이티씨는 "인권센터에서 활동한 지 10년이 됐는데 성폭력과 가정폭력은 저에게 익숙한 단어들"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주여성은 '불안정한 체류'라는 상황은 물론이고 이주여성이기에 이중차별을 겪고 있다"며 "인종이 다르고 여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고 피해받고 고통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티마이씨는 한국 이주여성의 가족이 한국을 방문해 사돈에게 성폭력을 당하거나 이주여성이 남편으로부터 겪은 가정폭력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 사업장에서 외국인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성희롱 성폭력 상담 사례도 거론됐다.

 그는 "이주여성의 경우에는 남편과의 이혼 후 체류 상태가 결정되고 피해 사실이 고향에까지 알려져 어디도 오갈 수 없는 2~3차 가해가 일어난다"며 "또 한국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피해증거를 모으기도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자가 당당하게 신고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주여성이란 이유로 차별과 폭력에 시달려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 편안한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씨도 발언에 나섰다.

 은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재수를 겪어 대학 가기 전까지 레슨 선생님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은씨는 잠시 울먹였고 발언이 멈춰지자 참석자들은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은씨는 "미투운동에서 참여하는 많은 여성들은 이렇게 많은 가해자들이 있고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살아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갑자기 많은 가해자가 튀어나온 것 같은 그림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투 대자보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2018.03.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한 2018년 성차별, 성폭력의 시대를 끝내기 위한 2018분 말하기 대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투 대자보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2018.03.22.  [email protected]
이날 오전 쌀쌀한 날씨 속에 50여명의 참가자들은 두툼한 겨울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를 두른 채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발언을 경청했다.

 바람이 잦아들고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나섰다. 오후 4시께는 80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번 행사를 보기 위해 서울 은평구에서 청계광장에 왔다는 박영미(가명)씨는 “발언을 들어보니 나도 피해 여성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미투운동으로 여성들 스스로가 나서고 있지만 쉽게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 잠시 들렀다는 김지은(가명)씨는 “남성들이 미투 운동의 본질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미투 운동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발언자들을 지지했다.

 청계광장 한편에는 25m길이의 대자보 벽이 세워졌다. 벽에는 여성들의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문구와 자신의 경험을 담은 글들이 붙어있었다.

 지난달 20년 넘게 주치의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증언한 미국 체조대표팀 선수들의 발언이나 1971년 큰 파란을 일으킨 '강간선언문'의 일부 또한 대자보 벽에 붙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대자보도 있었다. 3년 전 사내 성폭력으로 상사를 신고한 뒤 '꽃뱀' 취급을 받았다는 이와 자취하는 여성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비판하는 글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이어말하기 행사에는 130여명의 참가접수자 중 34명이 발언대에 섰다.

 시민행동은 이어말하기 행사가 종료되는 23일 오후 7시부터는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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