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데이터기업 CA, 페이스북 정보 악용은 '빙산 일각'

기사등록 2018/03/20 12:25:15

【서울=뉴시스】500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도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를 위해 미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예측한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CA)의 알렉산더 닉스 사장.  <사진 출처 : 유로뉴스> 2018.3.20
【서울=뉴시스】5000만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도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를 위해 미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예측한 케임브리지 어낼리티카(CA)의 알렉산더 닉스 사장.  <사진 출처 : 유로뉴스> 2018.3.20
선거 고객 위해 미인계-뇌물함정-스파이 투입 등 불사
채널4, 잠입 취재 통해 CA 경영진 비디오 녹취록 공개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지난 2016년 미국대통령 선거 당시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 명의 개인별 성향을 분석해 도널드 트럼프 선거캠프 측에 넘긴 데이터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무대로 가짜뉴스와 미인계, 스파이 활동 등을 벌이면서 각종 선거에 개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페이스북 고객 정보를 이용해 트럼프 선거를 도운 일을 빙산의 일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준공영방송인 채널4와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CA의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산더 닉스가 자사의 잠입취재 기자에게 털어 놓은 CA의 “더러운 장난질(dirty tricks)”들을 보도했다.

 닉스가 이날 동영상을 통해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CA는 고객들의 선거를 돕기 위해 ▲직업여성을 동원한 상대방 후보 유혹 ▲뇌물 공여를 이용한 약점 잡기 ▲전직 스파이들을 이용한 정보캐기 ▲가짜 뉴스 유포 등 각종 술수를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채널4, 잠입 취재 통해 CA 불법 선거 개입 폭로

 채널4의 보도에 앞서 17일 가디언·옵저버는 케임브리지대학의 알렉산드로 코건 교수가 개발한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라는 성향분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데이터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CA는 페이스북에서 얻은 5000만 명의 개인 정보를 토대로 이들의 성향을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측에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유출시킴으로써 사생활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17일 코건 교수와 CA의 계정을 중지시켰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은 논란의 중심에 선 데이터 회사 CA를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CA는 페이스북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을 했다. CA는 “우리는 단지 합법적이고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자료를 받아서 이용했을 뿐이다. 우리의 단단한 데이터 보호 정책은 미국과 EU, 국내외의 규정들을 따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 데넘 영국 정보보호위원회(ICO) 정보 위원은 19일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CA 측에 조사를 위한 접근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데넘 위원은 CA측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일 법원에 CA 조사를 위한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데넘 위원은 “우리는 CA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곳의 데이터베이스를 봐야 한다. 서버를 들여다 봐야 한다. 데이터들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어떻게 삭제되고 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A, 고객 선거 돕기 위해 각종 수단 동원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알렉스 스테이모스 페이스북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가 최근 발생한 정보 사고에 대한 대처 문제를 두고 내부 의견차이를 겪다 사임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6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스테이모스의 모습. 2018.3.20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알렉스 스테이모스 페이스북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가 최근 발생한 정보 사고에 대한 대처 문제를 두고 내부 의견차이를 겪다 사임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6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스테이모스의 모습. 2018.3.20
CA는 첨단 정보통신(IT) 기술을 이용해 고객들의 선거운동을 돕는 기업이다. 타깃 유권자 그룹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생산한다. 해당 유권자의 표심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개인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CA는 코건 교수의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 어플을 통해 확보한 개인정보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CA는 그러나 자신들은 페이스북의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널4의 잠입취재 결과에 따르면 CA는 고객들의 선거를 돕기 위해 각종 불법 수단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4는 자사 기자를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스리랑카 재벌가 사람으로 위장시켜 CA에 접근했다고 밝혔다.

 CA는 처음엔 자신들은 함정조사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일 뿐이라면서 채널4 위장 기자의 접근을 거부했다. 그러나 얼마 후 닉스는 영국 런던의 고급 호텔에서 채널4 기자를 만나 자신들이 선거전의 막후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술수들을 털어 놓았다.

 닉스는 CA가 고객이 원하는 상대방의 치명적 약점을 조사해 줄 수 있느냐는 채널4 기자의 질문에 영국과 이스라엘의 전직 스파이 출신들을 고용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CA는 단순히 조사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간 조처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닉스는 “우리는 조사 이상의 일을 한다. 깊어 파고들어가는 일은 흥미롭다. 그렇지만 이에 못지않게 효과적인 일이 있다. 상대방에게 찾아가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흥정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땐 비디오 녹화를 확실히 챙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종류의 전술은 매우 효과적이다. 즉석에서 부패의 증거를 비디오에 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 CA 최고 경영자 “우리는 어둠 속에서 비밀스럽게 일을 한다”

 닉스는 CA의 서비스를 통해 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안하기도 했다. 닉스는 첫 번째 옵션으로 CA의 정치담당 임원인 마크 턴불이 부유한 투자가로 위장해 스리랑카로 잠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닉스는 턴불이 ‘변장의 귀재’라고 추켜세웠다.

 닉스가 제안한 두 번째 옵션은 성추문을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닉스는 “상대방 후보자의 집 주변에 여자들 몇 명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수법과 관련해 많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휴일에 우크라이나 여인들을 몇 사람 불러 올 수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제안들은 전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것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지는 마라. 왜냐하면 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가 해 왔던 일들의 사례를 당신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A의 작업은 비밀스런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추적하기 힘들다고 자랑했다. 닉스는 채널4 위장 기자와 헤어진 이후 가진 첫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수단을 이용해 작업을 한다. 어둠 속에서 일을 한다. 나는 당신과 오랫동안 비밀스런 관계를 맺고 싶다”라고 말했다.

 ◇ CA 임원 “우리는 유령처럼 일을 하고, 유령처럼 사라진다”

  CA의 임원 턴불은 CA가 이따금 다른 이름으로 계약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CA가 개입하고 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한 조처라는 게 턴불의 말이었다. 이를 통해 회사도 보호하고 고객으로부터 위임받은 일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턴불은 “누구도 이것을 프로파간다(선전선동)라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그것을 프로파간다라고 느끼는 순간 이 배후에 누가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다른 이름으로 계약을 해야 한다. 우리 이름으로 어떤 기록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턴불은 최근 CA가 동유럽에서 행한 프로젝트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아무도 우리 회사 사람들이 그곳에 갔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들은 유령이었다. 그들은 작업을 한 뒤 유령처럼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닉스는 또 영국과 이스라엘의 전직 직업 스파이들을 이용한 음모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는 현재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선거를 치르고 있는) 한 야당을 깊숙이, 아주 깊숙이 파헤쳐 그 소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이다. 정말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소스를 캐는 일이다. 우리는 선거 캠페인의 어떤 시점에서 이를 터트려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CA “가상의 시나리오를 농담처럼 이야기 했을 뿐”

 채널4의 보도에 대해 CA 측은 이를 전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채널4의 보도는 거짓 주장들과 사실의 오류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CA는 채널4가 자사 직원들을 상대로 비윤리적인 관행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함정 취재를 했다고 비난했다. CA 측은 자신들은 가짜뉴스와 미인계, 뇌물, 함정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A는 “ CA 혹은 그 자회사들이 함정이나 뇌물, 미인계 등을 사용하고 있다는 어떠한 주장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부인한다. CA는 어떠한 목적으로도 진실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CA는 닉스와 턴불 등이 미인계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과 관련해서는 “우리 경영자들이 농담을 한 것”라고 주장했다.

 CA 측은 채널4가 오히려 CA가 사용하지 않고 있는 비윤리적인 관행과 관련된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경영진들을 함정에 빠트리려는 시도를 했다고 비난했다. 닉스는 “이런 선상의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농도 짙은 가상의 시나리오들을 이야기 하면서 즐겼다. 당시 (채널4 위장기자와의) 만남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깊이 후회를 하고 있다. 회사 직원들에게 이미 사과를 했다. 나는 당시 고객이 우리의 대화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를 알아 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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